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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답게 살기 위한 실험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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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 소통협력주간’을 맞아 우리가 원하는 좋은 삶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서울살이에 마침표를 찍고 제주로 이주한 뒤 비건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 중인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 직접 찾아갔다. 

 

치지레이지 예습하기 cheesylazy.com
맛있는 음식과 좋은 글을 도구 삼아 비슷한 삶의 태도를 지닌 이들과 한데 모여 서로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아침에 구운 빵과 직접 만든 치즈, 소스, 피클로 비건 샌드위치를 만드는 한편 뉴스레터, 팟캐스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다양한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다. 점심 장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저녁 장사는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금·토·일 휴무) 

‘치지레이지’는 어떤 곳인가요? 공간을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은비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비건 샌드위치 숍이에요. 그래서 육류나 달걀, 유제품 같은 동물성 식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아침에 구운 빵과 직접 만든 치즈, 소스, 피클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어요. 2022년 5월에 문을 열어 1년 반 정도 열심히 운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센터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고은비  손님 중에는 블로그를 보고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오랜 친구처럼 밝게 웃으면서 들어오시는데, 그러면 우리도 당연히 마음을 활짝 열게 돼요. 섭외 차 연락해온 센터 담당자도 저희 구독자셨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종종 단체 주문을 하셨더라고요. 핸드폰 연락처에 ‘20인분’이라고 적힌 걸 보고 한참 웃었답니다.(웃음) 


강연 요청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강민석  재미있는 제안이라 ‘너무 좋다’고 바로 대답했어요. 우리 부부가 평소에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가’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하거든요. 그 결과 지금 여기서 살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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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은비 대표는 2023 제주 소통협력주간 컨퍼런스에서 사례 발표와 대담 진행을 맡았다. 강민석 대표가 질의응답 시간에 함께했다. 

강연을 들었더니 두 분은 서울에서 만나 결혼하셨던데, 어쩌다가 이주를 결심하셨나요?

고은비  2년 정도 연애를 하고 27살 무렵에 결혼했어요. 퇴근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항상 이런 식이 되더라고요. 회사에 진짜 내 거라고는 월급밖에 없는 것 같다, 불필요한 소통이나 설득 때문에 너무 지친다, 100%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퇴사와 창업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됐어요. 그런데 서울은 월세가 워낙 비싸잖아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죠. 


아내가 제주로 가자고 했을 때 거부감이 들진 않았나요? 

강민석  따져봤더니 전주에서 태어나 3개국, 8개 도시에서 살았더라고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어디서 사는가보다 어떤 일을 하고 누구를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어요.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소통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커뮤니티를 분명히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든 된다고 농담처럼 말했어요. 


요리를 배운 적도 없는데 빵까지 직접 만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강민석  샌드위치 가게니까 빵이 너무 중요한데, 떼올 것인가 만들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우리가 제품을 만든다면 0부터 100까지 직접 하고 싶었죠. 1년이란 기간을 갖고 창업을 준비했는데, 그때 손님방에 오븐을 들여서 줄곧 빵을 만들었어요. 비건 치즈랑 소스 등을 개발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팝업을 운영하면서 소비자 반응도 살폈고요. 그렇게 지금 판매하는 메뉴가 하나씩 완성되었어요. 


작지만 오래가는 식당을 목표로 한다던데. 

고은비  우리가 창업한 이유는 큰돈을 벌거나 명예롭게 살기보다, 일을 통해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장이 직접 일하며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을 최소화하고, 적더라도 매달 흑자를 내면서 식당과 사장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답니다. 빠른 성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1%씩만 성장하자 이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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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두 사람의 힘만으로 가게를 꾸려가는 부부. 메뉴 개발부터 매장 운영까지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식당 운영만으로도 바쁠 텐데,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어서 좀 놀랐어요. 

고은비  식당으로 성공하려면 2호점, 3호점 이렇게 늘려야 하는데, 그건 우리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에요.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지속 성장하고 싶거든요. 그 해결책으로 미디어를 선택했어요. 식당을 준비하고 운영하며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무궁무진하게 느껴졌고요. 자영업자로서 다양한 콘텐츠를 쌓아간다면 작은 규모와 확장성, 두 장점을 한 번에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지난 2년간 매주 1회씩 뉴스레터를 발송했고, 창업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소책자도 만들었어요.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성장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어요. 


팟캐스트도 진행하던데, 힘들지는 않나요?

강민석  강소팟(강단과 소신 팟캐스트)을 격주로 발행하고 있어요. 제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예요. 지방 도시 중에 우리 또래의 젊은 분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서 브랜드나 공간을 운영하는 곳이 흔치는 않잖아요. 지금까지 6개의 에피소드가 업로드되어 있는데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유튜브에서 들으실 수 있답니다. 섭외부터 편집까지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아야 하지만 회를 거듭될수록 시작하기를 너무 잘했다 싶어요. 그분들이 일을 시작한 동기나 삶의 철학, 일에 대한 열정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부부에게 큰 기쁨을 주거든요.


좋은 삶이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의 계획도 알려주세요.

고은비  돌이켜보면 그냥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을 그냥 계속 반복한 게 전부인 거 같아요. 그래도 확실히 서울에 살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만족스럽고 행복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우리 두 사람에게 좋은 삶이라는 건 어떤 정답이나 결과를 얻는 것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민석  기본적으로 우리 부부는 ‘부지런한 사람이야’ 말하기보다는 부지런히 만든 ‘제품’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은 음식이고, 글이고, 팟캐스트예요. 10년이 지났을 때 훨씬 더 잘 만들면 만족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들을 정말 오래 잘 하는 게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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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일하는 방식에 자신들의 원하는 삶의 가치를 담아내는 부부의 일상은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다 읽은 책 정거장>에서 기다립니다! @stopbooks
여행을 마친 사람과 시작할 사람이 동시에 머무르는 정거장처럼 〈다 읽은 책 정거장〉을 통해 중고책이 새로운 동행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12월에 진행할 계획이다. 치지레이지로 책을 전달하거나 메일(soseen@cheesylazy.com)로 문의하면 된다. 기부한 책의 판매금은 제주 한림 쉼터 유기견 보호소에 전액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