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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새로운 원도심이 뜬다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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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정책을 처음으로 도입한 영국 런던의 도크랜드(Docklands) ⓒjstarj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그래서 한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중심지가 유령도시처럼 쓸쓸하게 변하기도 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활력을 되찾기도 한다. 원도심 공동화의 해법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 


도시재생의 새로운 신화, 베를린 

‘재생’이란 말 그대로 낡은 것을 되살리는 일이다. 엄연히 ‘재개발’과는 다르다. 도시재개발은 기존 노후시설을 철거하고 새롭게 만드는 데 반해 도시재생은 성장 동력을 새롭게 창출하는 과정까지 내포한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런던의 도클랜드나 뉴욕의 브루클린을 꼽기도 하지만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독일의 베를린이다. 

알다시피 베를린은 분단과 통일의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활력을 잃었었다. 그러나 예술가와 문화인들이 도시 곳곳의 버려진 공간을 스튜디오, 갤러리로 사용하면서 독창적인 창작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그 덕에 베를린은 과거의 상처를 딛고 유럽에서 가장 젊고 멋진 건축·문화·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도시 전체를 무대로 대규모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베를린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예술 및 음악 스튜디오는 2,000개가 넘어섰다. 남들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신선한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다. 또한 베를린 필하모니가 위치한 포츠담 광장과 글라이스드라이크에크 공원을 중심으로 베를린 전역을 갤러리, 공연장, 놀이공원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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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스트리트 예술가들의 벽화를 전시하는 갤러리로 변모했다. ⓒMariaTortaj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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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도시재생의 중심지인 포츠담 광장과 글라이스드라이크에크 공원 전경 ⓒThomas Wolter 


스타트업의 메카로 변신한 프랑스의 열차기지 

흔히 스타트업의 메카라고 하면 실리콘밸리를 먼저 떠올리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캠퍼스는 미국이 아닌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 파리에 있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정부 주도로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육성정책을 펼쳐왔다. 이 정책과 파리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여 조성된 ‘스테이션 F’는 실리콘밸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본래 파리 13구 리브고슈(Rive Gauche)는 파리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그러다 2017년 스테이션 F가 문을 열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1920년대 지어진 철도 차량기지를 개조한 약 3만 4,000㎡에 달하는 공간에 현재는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산업유산으로 지정된 기존 열차기지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개방적인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파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에서 세계 첨단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변신하면서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 기업뿐만 아니라 게임회사인 유비소프트, 제조기업인 아디다스, 금융사인 BNP파리바 등 30여 개사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기업 중에는 네이버가 스페이스 그린(SPACE GREEN)이라는 이름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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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후 방치되던 열차기지 내부 모습, 산업유산 지정으로 철거를 모면했다, ⓒ프랑스국립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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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기지의 원형을 유지하며 개방형 구조로 개조한 스테이션 F의 내부 전경 ⓒstationf.co


서울의 명소로 탈바꿈한 성수동  

성수동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곳이다. 오래된 건물이 많고 대부분 공장 지역이라 재개발도 쉽지 않았던 지역이 환골탈태한 까닭이다. 본래 일대는 1950년대 산업화 시기 중소 규모의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부흥을 맞이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도산한 공장들이 즐비했었다. 

낡은 건물과 빈 공장들로 가득했던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즈음 ‘수제화 특화산업 지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수제화 거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가난한 예술가와 신진 디자이너,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들었다. 

비어 있던 폐공장은 공방이나 작업실 등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인더스트리얼 감성을 더한 갤러리가 문을 열면서 공장지대라는 정체성과 결합해 성수동만의 독창적인 매력 포인트가 되었다. 서울의 최대공원인 서울숲과 성수동을 잇는 문화예술 거리는 ‘한국의 브루클린’이라 불릴 정도. 

을지로, 문래동, 신당동 등이 뒤를 이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성수동이 트렌드 키워드 순위에 앞서 있다. 공간마다 콘서트, 인문학 강연, 미술 전시회, 팝업 스토어 등이 끊이지 않으며 지역 전체에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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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디자이너의 구두 작품과 수제화 명장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 ⓒs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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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랜드마크로 오래된 성수동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대림창고. ⓒsd.go.kr


제주의 원도심, 미래를 향한 고민  

제주 원도심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서울의 명동 못지않았다. 그러나 도시의 팽창으로 외곽지역 개발이 이뤄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문화예술 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동호텔 1층에 문을 연 갤러리 비아아트(viaart)가 그 물꼬를 텄다. 2012년 호텔 한쪽에 갤러리를 열면서 제주 문화인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라리오 제주는 옛 영화관인 탑동시네마 외에 인근의 모텔 두 곳을 리모델링해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주변에 젊은 감각의 빵집, 맥줏집, 카페, 편집숍이 들어서면서 젊은 세대가 원도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은 칠성통(현재 칠성로)과 한짓골(현재 남문로), 산지천을 따라 확산하고 있다. 옛 증권사 건물을 개조한 제주시소통협력센터를 비롯해 옛 모텔과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한 산지천 갤러리 등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과 더불어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소통공간으로 중요한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10월 초 탐라문화제를 시작으로 마지막 주 2023 제주 소통협력주간까지 원도심 일대에서 다채로운 행사도 열릴 예정이니 꼭 방문해보시길. 


센터외관

산지천

옛 증권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옛 모텔과 목욕탕 건물을 개조한 산지천 갤러리 등 원도심의 오래된 건물들이 재단장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소통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