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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삼촌도 좀 놀자! 예술로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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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목관아 옆 무근성 마을에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을 운영하며 새롭고 실험적인 문화예술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시각예술가 이상홍. 넉넉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열심히 일한 ‘삼춘도 좀 놀자’를 외치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시각예술가 이상홍 예습하기 @sanghonglee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한 그는 극단 ‘두비춤’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서울 종로구에 문화공간 ‘홍살롱’을 운영하는 등 공연, 출판, 전시를 넘나들며 예술 전방위에서 실험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원도심이 품고 있는 매력에 빠져 제주와 서울을 왕래하다가 이주를 결심하고 2022년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을 오픈했다. ‘이작가와끼니’, ‘이작가와희곡읽기’, ‘이작가와드로잉’ 등의 문화기획 프로그램을 소규모로 운영하는 한편 ‘2023 제주생활탐구’를 통해 원도심에 예술로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원도심에 자리한 비아아트(viaart) 박은희 대표, 현택훈과 김신숙 시인 부부, 강민수 디자이너 등과 함께 제주생활탐구 1기로 지원했어요. 다섯 명의 예술가가 모여서 ‘다방 중심으로 문화예술 지도를 만들면 어떨까?’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점점 커졌어요. (웃음)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는 물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구술로 얻은 자료가 쌓이면서 소위 말해 ‘삥 뜯던 골목’ 같은 소소한 일들까지 수집하기에 이르렀거든요. 문헌 및 자료를 토대로 원도심이란 공간에 담긴 문화적 향수랄까, 추억이랄까 그런 소소한 내용들을 담아 〈0시 싸롱 문이 열린다〉라는 기록지를 발간했어요. 


그 작업을 계기로 원도심에 터를 잡게 된 건가요? 

2017년 제주아트페어가 첫 접점이었어요. ‘예술가와 여관’을 주제로 〈대동호텔 5층 휴게소에 벌어진 낭만적 해프닝〉을 비롯해 드로잉 작업을 선보였는데, 당시 원도심 첫인상이 워낙 강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어요. 2018년 ‘예술공간 이아’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되면서 제주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어요. 그러다 2020년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으로 대동호텔과 협업기획을 진행하면서 다시 원도심에서 장기간 머물게 되었죠. 작업실을 얻을 요량으로 동네를 둘러보다가 이 집을 덜컥 계약했어요. 그만큼 마음에 쏙 들었거든요. (웃음) 120평이나 되는 넓은 공간을 혼자 쓰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전시장까지 꾸미게 되었어요. 


올해 1월에는 개관 1주년을 맞아 ‘빈공간 아트페어’를 열었다면서요? 전시공간을 운영하면서 주안점을 두시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젊은 작가들의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위주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드로잉, 회화, 사진, 입체 등 23명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 100여 점을 전시했죠. 그런데 관람객이 자율적으로 온전히 작품을 감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 이름과 작품명, 가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캡션을 따로 달지 않았어요. 그래도 안목을 갖춘 분들이 많이 찾아와서 그런지 작품 판매가 꽤 많이 이뤄졌어요. 전시기획자로서 그 점이 굉장히 뿌듯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되기도 합니다. 

공간은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최소한 전시를 보러온 관람객이라면 작가가 누구인지, 전시장 위치는 어디인지 정도는 미리 확인했으면 좋겠거든요. 미리 약속을 하고 찾아오신 분들에게는 작품을 얼마든지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기꺼이 내어드리고 있어요. 맛난 차를 대접할 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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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안쪽에 마련된 이상홍 작가의 공간에서 차담이 이뤄지기도 한다. 


프라이빗해서 도리어 좋아할 것 같아요. ‘이작가와끼니’ 같은 특색있는 문화기획 역시 그런 면에서 만족도가 높을 것 같은데요? 

자유롭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아무래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을 매개체로 삶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상을 이해하는 영역이 확장되기도 하고요. ‘이작가와끼니’라던가 ‘이작가와희곡읽기’, ‘이작가와드로잉’ 등의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같이 밥을 먹고, 희곡을 낭독하고, 드로잉을 하는 소모임이에요. 예술에 대한 갈망 혹은 어떤 경험치가 있으신 분들이 모이다 보니까 취향이나 문화적 감수성이 비슷해서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모임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즐거워하세요. 그런 특정 소수와의 접점을 늘려가는 게 저에게도 창작의 영감이 된답니다.


2023 제주생활탐구에 선정되셨던데요, 참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문득 저처럼 제주 원도심으로 이주해온 ‘삼춘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즐겁게 놀 수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탐구해보려고 해요. 특히 청년과 중장년 사이 ‘낀 세대’는 사회적으로 보면 허리에 해당하는데, 위아래로 치이면서 꾹꾹 참아야 하는 애로가 적지 않아요.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아서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부담감을 많이 느끼죠. 그런데 정부 지원정책은 물론 문화·사회적으로도 소외되어 있어요. 그만큼 마음 편히 즐길 거리도 부족하고요. 이들이 원도심 내에서 적절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와 공간 등을 소개하는 가이드 맵을 제작해서 무료 배포하고, 기회가 닿는 대로 다 같이 모여 문화예술을 즐기며 한바탕 신나게 놀 거예요. 


원도심의 특색있는 가게들과 작가분들이랑 함께 매달 재미난 일을 벌일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이웃사촌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지난 5월부터 매달 셋째 주 주말마다 ‘무근성 달장’을 열고 있어요. 프렌치 레스토랑 셰프와 일식 셰프를 비롯해 동네 카페와 서점, 꽃집 등을 운영하는 매력 만점의 상인들과 사진작가, 샹송가수 등이 참여하는 플리마켓입니다. 저는 밀리터리 소품과 의류, 빈티지 그릇 등을 가지고 셀러(seller)로 참여하고 있어요. 북 토크와 뽑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매달 준비돼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찾아와주세요. 제주에 다양한 플리마켓 열리지만 무근성 달장은 한 달마다 열리는 동네잔치라서 이보다 더 재미난 곳은 없을 거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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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에는 20년 동안 ‘별’을 주제로 작업해온 일련의 작품을 한데 모아 서울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 〈그때 그냥 제주〉 보러 오세요!
제주에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지 벌써 6년을 맞이한 이상홍 작가. 그동안 그려온 제주 풍경과 이야기를 평면과 입체 작품 32점에 담아 <그때 그냥 제주>라는 이름 아래 선보인다. 전시는 제주 원도심 무근성 마을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열린다. 무료관람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biniartspace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