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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만만한 원도심’으로 놀러 오세요!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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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협력해 지난 5월부터 매월 두 번째 토요일마다 ‘만만한 원도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궁무진한 원도심의 매력을 오감으로 느끼며 따로 또 같이, 모두가 즐거웠던 4개의 프로그램을 만나보자.

만만한 놀이터 ‘원도심 놀이 채집’ 

제주 원도심은 흔히 ‘시내’라고 불렸다. 그리 멀지 않은 2000년대 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밤낮없이 모여드는 중심지였다. 그래서 ‘시내 가자’는 말은 ‘놀러 가자’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오늘날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말도, 눈에 비친 풍경도 생경할 뿐이다. 

부모 세대가 간직한 아련한 향수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는 것! 그래야 마치 놀이동산처럼 자꾸 가고 싶고, 어른이 된 후에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찾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다. 원도심 놀이 채집이 딱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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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은 편한 옷과 신발, 그리고 즐겁게 놀기 위한 몸과 마음! 놀이 천재인 아이들은 무얼 하든 신이 났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함께 노는 것, 그리고 즐거웠던 오늘을 오래도록 추억했으면 합니다.“

박종원 놀이기획자의 말에 참여자 가족 모두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놀 준비를 마쳤다. 세 팀으로 나눠 원도심 여기저기 펼쳐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어릴 적 해보았을 놀이를 즐기며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제주 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펼쳐졌다. 어른들을 상대로 아이스크림 내기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이긴 아이들은 축하의 헹가래를 받았다. 무지개처럼 영롱한 색상의 커다란 천막 위로 웃음소리가 높이 높이 튀어 올랐다.


원도심 건축 투어 ‘시간 탐험대’ 

“제주시 원도심은 그야말로 ‘지붕 없는 박물관’입니다. 함께 천천히 걸으며 보물찾기를 해봅시다.”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의 시간 탐험이 시작되었다. 몇 발자국 떼지 않아 제주 토박이 고봉수 건축가의 이야기 곳간이 활짝 열렸다. 1945년 문을 열어 3대째 운영 중인 우생당 옆에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적산가옥이 있고, 길 건너편 제주우체국은 지역 최초로 전신전화 업무가 시작된 곳으로 120년간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어 그때 그 시절 생활상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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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기와 이어폰을 착용하고 투어 출발! 고봉수 건축가가 가리기는 손끝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옛이야기가 넘실댔다.

이뿐만 아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관덕정 안에는 십장생도를 비롯해 대수렵도 등 여러 벽화가 숨은 그림처럼 그려져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주민들도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옛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안전하게 길을 건너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봄과 가을에 마을잔치를 베풀던 향사당, 제주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병원과 극장을 지나자 거짓말처럼 초가집 한 채가 나타났다. 이른바 ‘박씨 초가’라 불리는 300년 된 주택으로, 현재까지 사람이 살고 있어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자세히 살펴보아야 예쁜 것은 풀꽃 만이 아니다.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티셔츠에 인화한 ‘사랑하는 마을, 사랑하는 마음’ 

목관아 안에서 만난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유서 깊은 건물을 향해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솜씨가 제법이다.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눈으로 본 아름다움을 화면 가득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렌즈 너머의 고즈넉하고 예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 아이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아이도 있다. 한 시간 남짓 출사를 마치고 상생모루로 되돌아온 후에는 장근범 사진작가와 함께 인화할 사진을 신중하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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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원도심 풍경을 찰칵! 상생모루로 돌아와 하얀 티셔츠에 사진을 인화했다.


“원도심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겨운 마을 모습을 티셔츠로 남길 거예요.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호기심을 갖고 원도심을 찾는 날이 오리라 믿어요.”

준비해온 하얀 면 티셔츠에 인화지를 대고 조심조심 다림질을 하고, 살살 떼어냈더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 탄생했다. 무근성 마을의 올레(집 대문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지는 아주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어), 1907년 개교한 제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제주 북초등학교까지 티셔츠를 수놓은 원도심 풍경이 실로 다채로웠다. 


기획 강연 ‘나다운 엄마, 나다운 육아’

아이들 대상의 놀이, 투어, 사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한창인 시각. 제주시소통협력센터 1층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기획 강연이 펼쳐졌다. 이날 강단에 오른 최예지 작가는 실제 육아 고민을 청중과 진솔하게 나누며 엄마로 시작해 ‘나’로 끝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에게 찾아오는 위기, 고통, 불행 같을 것을 모두 막아줄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이 스스로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수 있게, 부모는 손을 잡아주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육아의 책임감이랄까, 죄책감 같은 것에서 한 발 벗어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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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짓는 최예지 작가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경험담을 진솔하게 나눴다.

 

바람직한 부모 자녀 관계는 각자의 생태계를 가진 두 개의 호수처럼 지하수로 연결되어 소통은 하지만 서로의 생태계를 존중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 프랑스의 국민작가 클로드 퐁티의 이야기를 비롯해 여느 철학서 못지않은 그림책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원도심에 가족이 함께 와서 행복한 추억을 쌓은 하루. 따로 또 같이 4개 분야의 프로그램마다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날의 기억이 오래도록 반짝반짝 빛나길 빌어본다.

‘만만한 원도심’에 초대합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즐거운 추억을 쌓는 ‘만만한 원도심’ 행사는 오는 10월 14일, 토요일 오전에 진행된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3개(사진, 놀이, 투어), 성인 대상 강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각 프로그램은 제주시소통협력센터 홈페이지에서 매월 행사일 2주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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