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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 당신의 삶, 당신의 일 : 박정경 대표2023.09.19

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 [당신의 삶, 당신의 일] 아홉번째 시간.

그 주인공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 박정경 대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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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서로 모여 얘기하면서 ‘장애가 그렇게 부끄러운 게 아니구나,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가장 좋았죠. 모임을 만들기 전에는 저도 약간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우리 아이가 좀 부족한 거구나. 지금은 부족한 게 아니라 우리 아이는 그냥 자신만의 특성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어요. 내가 부족하고, 우리 아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것. 이걸 인정할 수 있게 됐죠." -박정경대표의 인터뷰 중

 

발달장애아동의 부모는 항상 고민이 많고, 상처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박정경 대표. 그 역시 발달장애아동을 가진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개인이었던 그가 단체를 만들고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사회가 바뀌어가는 것을 목격한 순간, 그의 여정은 시작 되었죠. 아이들이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는 건 물론, 현재와 미래를 보다 의미있게 보냈으면 하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예정입니다.

 



STEP 1. 장애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믿음으로 모인 사람들

 

지금은 600명 규모까지 확장된 제주 내 발달장애아동 부모모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를 만든 박정경 대표의 계기는 우연한 깨달음에서 였습니다. 홀로 우리 아이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보다, 비슷한 문제로 고민 중인 부모들과 함께이야기한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죠. 실제로 같은 문제를 품고 있던 부모들이 정경씨와 함께 뜻을 모아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정경씨의 아이가 7살이 될 무렵, 교육 정책이 바뀌며 병설유치원의 특수학급이 줄어들고 발달장애아들이 갈 수 있는 학교가 점점 줄어들게 되는 상황에 맞닿게 되었습니다.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이 모여 주기적으로 특수학급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시작했고, 이에 동참하는 분들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20명으로 시작했던 단체는 600명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되었고 놀랍게도 해마다 특수학급의 수가 늘어나는 학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모두의 목소리가 모이자 정말로 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한 거예요.

 

“엄마들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이 함께 무언가를 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사회가 바뀌어가는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 일을 계속해서 지속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STEP 2. 아이들이 정말로 즐거워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실내가 아닌 숲으로

 

숲놀이

ⓒ별난고양이 <발달장애 초등학생의 건강한 방과후 활동을 위한 연구>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던 정경씨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갈증을 느끼던 ‘돌봄’ 프로그램을 엄마들과 함께 운영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열자 60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강당을 빌리기도 하는 등 반응이 무척 좋았거든요. 하지만 엄마들의 재능기부와 열정으로 시작된 것이라 그곳에서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니 함께 활동하던 엄마들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정경씨 역시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고요.

 

“그렇게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장애아동돌봄은 일단 돈이 많이 들어요. 사람도 많이 필요하고요. 아이와 선생님이 1:1 비율로 지원이 돼야 되고, 공간도 완전해야되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다들 안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아이들이 대부분 자폐성 장애라서 돌아다니고 그냥 드러러눕고 소리도 지르니 아이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어요. 이게 정말 아이들을 위한 돌봄이 맞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 발견한 곳은 바로 숲 유치원이었습니다. 실내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탈출을 하고, 하기 싫다고 떼를 쓰던 아이들이 숲에서는 혼자서도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노는 모습을 보게 된 거죠. 정경씨는 그 때의 깨달음을 토대로 실내공간과 야외공간이 잘 어우러진 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해 아이들을 위한 ‘자연주의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로 즐거워하는 활동, 그리고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 사이에서 가장 효과적인 접점을 찾게 된 것이죠.

 


 

STEP 3.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살 수 있는 사회

 

앙상블

 

정경씨는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엄마들이 힘들어 하며 그만두고 나갈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들이 노력한 만큼 작은 보상이라도 받지 못하고 떠나간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고요. 그럼에도 그는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모이고 같은 목소리를 내며 사회가 바뀌어갔던 경험을 잊을 수 없었으니까요. 힘들어도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알게 된 정경씨는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있던 소수의 사람들을 모아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우리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졌거든요. 엄마들도 그걸 가장 힘들어했고요.우리가 처음에 이걸 왜 만들었지?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이유를 이제는 생각해 보자, 하면서 극복하려고 노력했어요.”

 

우리 아이가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고유한 존재라는 것, ‘틀린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로 인정받는 것. 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든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이렇게 별난 고양이 같은 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꿈밭을 만들어주고 싶은 소망을 담은 이름이지요.

 



STEP 3.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울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를

 

“우리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잖아요. 처음 장애 진단을 받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정보가 필요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은 도움을 요청할 곳이 필요하고요. 그럴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 지금 된 거잖아요. 또, 우리는 부모이기 때문에 좀 다른 걸 더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동안 분명 힘들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뿌듯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정경씨의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흙놀이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함께 뒤엉켜 논 순간일 거예요. 누구나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는 자연 생태놀이터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요. 주말에 발달장애아동을 돌보며 지쳐있을 부모들를 밖으로 나오게도 하고, 아이들을 봐줄 도우미와 함께 하니 여유가 생긴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도 하고. 공간을 찾은 손님들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아이들이 서로 함께 놀기 시작한 거죠. 일방적인 돌봄의 대상과 돌봄자였던 구분이 사라지고 모두가 서로의 돌봄자가 되어 같이 뒤엉켜 논 순간, 정경씨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Side Step.

 

“세상의 모든 존재는 다르잖아요. 토끼도 있고 돼지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개도 있는데. 모든 존재는 각자의 특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거잖아요.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각자의 다른 점을 이해하면서 살아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보이지 않게 치워버린다고 해서 그 존재가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모든 존재가 다 똑같아진다면 그건 분명 재미없을 테니까요.”

 

장애와 비장애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정경씨가 그리는 세상이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세상이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그가 말했듯 모든 존재가 다 똑같은 세상이라면, 그건 분명 재미없는 세상이지 않을까요? 무지개처럼 서로 다른 색들이 모여 빛날 때가 더 아름다우니까요.

 


하단 바

 

 

 

 

 

사업기획 및 총괄 : 기반조성팀 고하음

인터뷰글 : 정다운 에디터(@bloom.je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