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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진심은 언제나 통하기 마련이에요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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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그랭이’는 제주어로 ‘지긋이’라는 뜻이다. 멀리서 온 손님도, 가까이 사는 주민도 모두 편하게 머무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이름 지은 것. 이런 진심이 통한 것일까? 워케이션 명소이자 체류형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양군모 PD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질그랭이 거점센터’ 예습하기 sehwamaeulcoop.com
오래된 건물인 세화리종합복지타운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세련된 공간으로 거듭났다. 1층에는 세화리사무소와 구좌주민여행사가 있고, 2층에는 마을카페와 기념품매장, 3층은 공유오피스, 4층은 여행자를 위한 숙소로 꾸며졌다.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춘 데다 해녀와 함께하는 퀴즈쇼, 다랑쉬 둘레길 탐방, 숲속요가, 세화마을 스탬프투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까지 마련돼 있어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본래 육지에서 군 장교로 근무했다면서요? 제주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고 들었어요.

경기도 용인이 고향이지만 성인이 된 다음에는 강원도 최전방 부대가 있는 고성에서 오랫동안 생활했어요. 북한과 가까워서 뭐든지 ‘최북단’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곳이죠. 그러다보니 ‘최남단’인 제주에 본능적으로 끌렸던 거 같아요. 혼자서 15번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온 것까지 합치면 30번은 넘게 왔더라고요. 전역지원서를 내고 아내와 카페에 앉아 전국 지도를 펴고 어디 가서 살면 좋을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혼한 터라 아이도 키워야 하니 고려할 게 많았죠. 고민 끝에 마음 가는 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보자며 제주행을 결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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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리종합복지타운을 리모델링해서 탄생한 질그랭이구좌 거점센터 / 1층에 위치한 구좌주민여행사에서 양군모 PD가 업무를 보며 오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세화마을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은 거예요? 

제주관광공사의 삼춘PD 채용공고를 봤어요. 마을여행을 기획하고 콘텐츠로 만들어 홍보하는 일이었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고, 군에서는 병영콘서트와 장병들이 청취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지원했고, 당시 공석이었던 구좌읍 세화리 삼춘PD로 2018년부터 근무하게 됐어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이 마을을 떠나기가 싫더라고요. 로컬여행을 제안하는 구좌주민여행사를 운영하면서 2020년부터는 주민들이 설립한 세화마을협동조합에서 마을PD로 활동하고 있어요. 

 

세화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워케이션 센터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요. 

본래 이 건물 1층과 2층은 예식장으로 쓰였어요. 3층은 세화리사무소였고요. 국비를 지원받아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마을주민과 관광객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닥친 거죠. 젊은 부부가 공유오피스로 사용할 수는 없냐며 찾아왔어요. 프로그램 개발자로 제주에서 머물며 인근 카페에서 업무를 봤는데, 어느 날은 출입명부를 봤더니 손님이 자기들밖에 없더래요. 그렇다고 하루에 커피를 5잔 이상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함께 이야기를 듣던 이장님께서 바로 수락하셨어요. 나랏돈이 투입되었으니 청년들에게도 환원하는 게 옳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건물 쓰임새가 전체적으로 바뀌었어요. 


도맡아서 하는 일이 워낙 많던데, 업무가 늘어나는 게 싫지는 않았어요?

마을에서 일하는 게 참 재밌어요. 처음에는 제주어가 낯설어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잠깐 들리라는 전화를 많이 받아요. 가보면 직접 농사지은 채소랑 싱싱한 해산물 등을 잔뜩 챙겨주시곤 해요. 감사한 마음에 고장 난 라디오를 수리하거나 당근 출하를 도와드릴 때가 많죠. (웃음)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소고기에 전복, 성게까지 들어간 미역국을 끓여서 문 앞에 두고 가시고, 아내 산후조리에 힘쓰라고 첫째를 데려다가 재워주신 분들도 있어요. 우리 가족을 품어준 마을 분들께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멀리서 오신 손님들께도 세화마을의 정감 넘치는 매력을 꼭 알리고 싶고요. 마을사업이 더 번창해서 조합원들에게 매년 배당을 많이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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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공유오피스에는 모니터와 프린트 등 각종 사무도구와 세미나실, 폰부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해 여느 카페 못지않은 멋진 뷰를 자랑한다. ⓒ제주도 관광과


워케이션의 경우 벌써 천 명이나 예약했다면서요? 경제적 효과가 만만치 않겠어요.

개관 첫해인 2010년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9,000만 원 넘게 적자를 봤어요. 하지만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어나 지난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어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카페와 공유오피스, 숙박시설 등 이용객이 6만 명에 달합니다. 특히 워케이션은 한번 맺은 인연이 오래가는 거 같아요. 첫해 시범 도입한 기업 대부분이 감사하게도 회사 차원에서 예산을 확대해서 올해는 더 많은 직원을 보내주셨답니다. 워케이션 기간 동안 식사를 해야 하니까 인근식당과 마을카페 매출도 늘었고, 업무 외 시간에 마을투어에 참가하는 비율도 높아졌어요. 워케이션 기간 동안 대략 1명당 50만 원 내외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요. 경제적 효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양한 분들이 마을에 찾아오면서 활기가 넘친다고 다들 좋아하세요. 


벤치마킹하러 다른 지자체서도 많이 찾아오던데, 어떤 조언을 하나요?

지난해 견학하러 온 단체가 전국에서 200곳이 넘어요. 간혹 다른 지역 얘기를 들어보면 분란이 심심찮게 있더라고요. 일부 주민만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세화마을은 이장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어요. 2019년 협동조합을 결성하면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 비전을 공유했어요. 최초에 477명이 출자를 했고, 현재는 500명이 넘습니다. 마을의 모든 사업은 협동조합 관리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다들 내 일처럼 생각해요.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에요. 그림을 그려 카페를 꾸미고, 엽서를 제작해 판매한 수익금은 공부방 운영에 쓰인답니다. 이처럼 주민 참여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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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카페에서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식음료를 판매한다. 친환경제품 및 마을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다. / 매사에 긍정적인 양군모 PD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센터 곳곳이 윤슬처럼 반짝인다.


주변 공사가 한창이던데, 앞으로의 계획과 관계가 있나요?

아웃도어가 워낙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잖아요. 기왕 제주도까지 왔는데 건물을 벗어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이러한 니즈를 수렴해 KT랑 업무협약을 맺어 바닷가에서도 업무진행에 무리가 없도록 와이파이를 빵빵하게 터뜨릴 예정이에요. (웃음) 사무가구 전문기업인 데스커에서 휴대용 책상을 제작 중이고요. 주차장 인근에 새로운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스쿠버다이빙과 해양레저 강사자격증을 지닌 마을청년들이 추축이 돼서 TF팀을 꾸렸어요. 지금처럼 센터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고, 많은 분들이 우리 마을을 찾아와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로컬여행을 원한다면 구좌주민여행사로! @gujwa_real_tour
세화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로컬 여행사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녀와 오름, 용천수와 당(堂), 제주밭담 등 테마별 전문 주민해설사가 동행하며 제주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르딕워킹 강습을 받은 후 세화리의 랜드마크인 다랑쉬 오름에 가서 탐방로를 따라 걷는 힐링 프로그램도 인기다. 문의 064-783-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