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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피는 생각을 깨우고, 사람을 모이게 합니다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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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코리아커피위크, 제주’ 개최를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사홍 바리스타. 그를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출근길 차는 막히고, 행여 약속에 늦을까 초조했다. 그런데 그가 내민 커피 한 잔에 정신이 화들짝 들면서 생각이 깨어났다. 

 


'커피템플' 예습하기 @coffee_temple
2008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바리스타 대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국가대표 바리스타 김사홍. 커피는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만 서울 상암동에서 10년 동안 해오던 커피템플 1호점을 과감하게 접어야 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임대료 때문이었다. 이후 바다 건너 제주에 카페를 오픈했다. 한적한 감귤 농장 사이에 자리한 ‘커피템플 제주’는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커피와 카페문화를 매개로 제주에서 새로운 로컬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힘을 쏟고 있다. 


진짜 맛있는 커피를 마시니까 기분이 참 좋네요. 인기 비결을 단박에 알 수 있었어요. 

커피템플을 창업하고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하는 일이 있다면 내 커피에 정성을 쏟는 겁니다. 서울에서든, 제주에서든 매한가지예요. 시그니처인 텐저린 카푸치노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에스프레소에 달콤한 핫밀크, 여기에 향긋한 텐저린이 더해져 독보적인 향미를 자랑하죠. 그런데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진 건 아니에요. 가장 신선한 감귤을 찾는다고 매일 아침마다 주변 과실수를 샅샅이 뒤져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땄어요. 향이 풍부하니까 받자마자 느껴지는 풍미도 다르겠죠? 누군가에게 카페 일이란 하루 10잔, 100잔 만드는 일종의 반복되는 노동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바리스타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손님에게는 첫 잔이자 마지막 잔일 수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이 자리에 카페를 할 생각을 하고 제주에 오셨던 거예요?

아니요. 제주에 카페가 이렇게 많은데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듭 연락이 왔어요. 전화로 거절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도 같아서 일단 만나 뵙고 사정을 설명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여기 풍광이 너무도 마음 들었어요. 오히려 바다보다 산속이 더 제주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주 돌담도, 감귤 나무도 너무 제주스러웠어요. 어찌 보면 커피 산지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요. 그래서 내려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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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홍 바리스타가 내민 커피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손님들의 엄지 척에 기쁨으로 화답하곤 한다.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카페는 분위기도 무척 중요하잖아요. 

맞아요. 여기에 도착해서 나갈 때까지, 카페에서 머무는 모든 시간이 중요합니다. 커피는 가장 기본적인 하나의 요소예요. 커피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큼 깐깐하게 맛을 지키는 건 당연한 거죠. 다른 요소인 무드 특히 제주스러운 이 정원 같은 느낌을 해치지 않도록 잘 유지해내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한적한 주변 정취와 제주의 자연을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만끽하셨으면 하거든요. 


전국 각지에 있는 로컬 브랜드와 협업하는 ‘게스트 바리스타’ 프로젝트도 하시던데요. 

이제 3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40회 정도 했어요. 지역을 다니면서 갈수록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반짝거리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유행처럼 민감한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그것을 쭉 올곧게 끌고 나가는 힘이 있어요. 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주변에서 이 브랜드를 신뢰하고, 애정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용해본 소수만 그 가치를 안다는 거예요. 이런 매장이야말로 오프라인에서 경험해봐야지만 진가를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까, 더 많이 모일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돼요. 


제주에도 그런 브랜드가 많잖아요. 로컬 관점에서 성장하려면 어떤 전략이 좋을까요? 

인디밴드가 혼자 공연하면 수백 명 정도의 소규모 공연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팀이 스무 개만 모여도 금세 수천 명이 즐기는 락 페스티벌을 며칠씩 열 수 있지요. 제주의 스몰 브랜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특히 카페는 매년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요. 인구당 커피숍 수는 물론 증가율 역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역민은 그 숫자가 한정적이니까 아무래도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이런 카페를 이용한다고 봐야겠지요. 스몰 브랜드가 지속가능하려면 독창적인 존재를 외부에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만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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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과 감귤 농장 등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반영한 카페 건물.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자연스럽다. 


센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지난해 제주 소통협력 주간에 ‘좋은 삶을 만드는 다정한 연결, 로컬커뮤니티’ 컨퍼런스에 강연자로 나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SNS를 통해 게스트 바리스타 프로젝트를 보신 거 같더라고요. 제주에 와서 활동하면서 아무래도 네트워크가 부족하다 보니 좋은 제안이 오면 되도록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제주의 로컬 브랜드를 그날 이후 많이 만났고, 카페 운영에 대해 비슷한 고민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게 됐어요. 


이번에 열리는 코리아커피위크에 주관사로서 각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원도심의 카페를 비롯해 30여 개의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요. 부스 운영은 물론 컨퍼런스, 세미나, 로컬콘텐츠 워크숍 등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이번 행사를 통해 제주의 로컬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고, 결국 나중에는 이것 때문에 제주를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단번에 이뤄질 수는 없겠지만 이번에 열리는 제1회 코리아커피위크가 단초가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이 하나 있어요. 그런데 왜 ‘커피색은 블루’예요?

커피의 보색(補色)이 블루예요. 커피와 카페, 그리고 로컬문화까지, 이면을 두루 살펴보는 영감(靈感) 넘치는 시간을 나누고 싶었어요. 자칫 철학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 젊은 세대와 일반 참여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감성적인 단어가 없을까 찾다가 번뜩 떠올랐어요. 제가 궁극적으로 커피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해요. 커피 한잔이, 카페의 안락함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다고 믿거든요. 현대인에게 커피는 무척이나 중요한 삶의 요소이고, 카페는 단순한 휴식공간을 넘어 그 옛날 광장처럼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로컬문화의 중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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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이, 카페의 안락한 무드가 많은 사람에게 위안과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