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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커피 한잔 할래요?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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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실 때 주로 사용하는 것은 후각과 미각이다. 하지만 이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커피다.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즐길 것인가 하는 요소도 중요하기 때문. 그래서 심도 깊게 들여다봤다. 제주만의 커피, 그리고 카페문화에 대하여.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소비하는 ‘로코노미’ 

바야흐로 ‘로컬’ 전성시대다. 브랜드나 상품명 앞에 지역 이름이 붙으면 희귀하고 개성 넘친다는 인상마저 준다. 코로나19로 국내 여행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로컬 = 힙한 것’이라는 인식이 몇 년 전부터 생겨났다. 골목상권과 여행 트렌드와 결합해 대중이 선호하는 브랜드도 탄생하고 있다. 

급기야 다양한 로컬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코노미(Local+ 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지역 맛집과 협업한 밀키트 같은 가정간편식부터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도시락, 음료나 주류, 디저트 등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대기업까지 합세하면서 로코노미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을거리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건강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여행지의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까지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지역은 인구당 커피점 수가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커피 그리고 카페문화는 제주 로컬의 일상이자 여행의 주된 목적이 될 정도로 중요한 관광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기업은 ESG경영의 일환으로 지역 연계 강화

일례로 글로벌 체인인 스타벅스는 제주의 맛을 담은 이색음료를 2016년부터 판매 중이다. 제주지역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특화 메뉴를 매 시즌 선보이고 있다. 제주 특산물인 녹차와 땅콩, 감귤 등의 원재료를 활용하는데, 현재까지 출시된 종류만 40종이 넘는다. 오직 제주도 스타벅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한정 메뉴로 MZ세대에게 인증 샷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올해는 로코노미 열풍에 힘입어 신메뉴인 제주 말차 & 애플망고 블렌디드 등 음료 및 푸드 5종을 서울과 경기 등 7개 매장에서 판매한다. 

생수 브랜드 삼다수는 제주 분위기가 물씬 나는 플래그십 매장을 아예 서울 서교동에 차렸다. 유통사인 광동제약이 운영하는 카페 삼다코지(SAMDA COZY)는 제주를 테마로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꾸몄는데, 제주 한림공원에서 기증받아 식재한 야자나무 등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인공폭포와 화산석 덕분에 제주의 여느 공간에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2층에서는 영상과 소리를 활용해 제주 자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지하 1층 핸드드립 바에서는 바리스타가 삼다수로 커피를 내려준다. 원두의 이름도 제주 지명에서 영감을 얻어 ‘성산일출’, ‘사려니숲’ 등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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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특화 메뉴를 개발, 판매하는 스타벅스(좌). 서울에 플래그십 카페를 운영하는 삼다수(우) ⓒ출처 양사 홈페이지 


제주 로컬카페가 지닌 독특한 문화와 철학  

대기업에 비해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제주의 작은 카페는 그렇다면 어떻게 특색 있는 로컬문화를 만들어내며 자생할 수 있을까. 멀리서 온 관광객에게는 호기심과 신선함을, 지역민에게는 친근감과 신뢰를 주는 비결은 무엇일까.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는 진정성 있는 로컬 브랜드들과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며 제주 카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2023 코리아커피위크, 제주’가 열린다. 사업자와 관련 종사자, 일반인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전시와 다양한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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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코리아커피위크, 제주’ 첫 번째 행사인 컨퍼런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6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4월 21일 오후 7시, 그 첫 번째 순서로 ‘제주 로컬 카페문화의 성장과 역할’이라는 주제 아래 컨퍼런스가 열렸다. 센터 5층 다목적홀이 오랜만에 활기로 가득 찼다. 제주의 내로라하는 카페 브랜드 30여 개 운영자와 사전 신청한 주민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커피 파인더’를 운영하는 지준호 대표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모든 전시는 무료 대관을 하고 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카페라는 공간이 제주도의 퐁낭(팽나무의 제주 방언)처럼 서로 간의 지식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는 로컬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카페의 역할은 커피 너머에 있습니다.”

이어 원도심 ‘카페 단단’의 방승주 대표가 바통을 건네받았다. 8평 남짓 작지만 알찬, 그 이름처럼 단단한 카페 운영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환경 문제에 특히나 관심이 많은 탓에 친환경적이면서, 동시에 동네와 상생하는 로컬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배울 수 있었다.

“온전히 커피의 맛을 즐기러 오는 분이 있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온전한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 바리스타와의 교류를 원하는 분도 있고요. 지역과 어떻게 교류하고 연결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면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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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로컬 카페문화를 만들어가는 ‘커피 파인더’의 지준호 대표(상)와 ‘카페 단단’의 방승주 대표(하)

 


지역 가치 비즈니스로 성장의 물꼬를 트다 

그렇다면 로컬 카페는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 전국 3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유동커피’의 조유동 대표의 연설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조심스레 찾아볼 수 있었다. 

“제주를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지명을 메뉴로 구성해 타지인 서울과 부산, 대구, 포항… 프랑스까지 커피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매장 혹은 제주에서 좋은 추억을 가지신 분들이 맛과 함께 어떤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유동커피의 시그니처 메뉴인 다금바리 녹차빙수나 송산동 커피, 쓰나미 해운대 커피, 반월커피 등이 탄생한 연유이기도 했다. 객석에서는 탁월한 작명 센스와 그 속에 담긴 혜안에 감탄해 큰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커피템플의 김사홍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2023 코리아커피위크, 제주’에 참여한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 그러니까 각자의 매력과 도구는 다르지만 맞닿아 있는 지점을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었던 자리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 든든하고 벅찹니다. 일주일 뒤에 있을 행사도, 혹은 이후의 우리 활동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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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바리스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유동커피’의 조유동 대표(상) 컨퍼런스 후에는 ‘2023 코리아커피위크, 제주’에 참여하는 로컬 카페 간의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하) 

2023 코리아커피위크, 제주
우리 일상에 스며든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며, 제주의 로컬 커피와 카페문화의 참맛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세미나와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행사는 오는 4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동안 센터에서 열린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링크를 참고하시길.
koreacoffee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