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 HOME
  • 소식알림
  • 현장리뷰
[현장취재] 공동작업장 : 기술을 이롭게 쓰는 곳 2023.04.26

HARA2381-1

간혹 집이나 회사, 자주 가는 카페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한다. 공간에 어울릴 만한 멋스러운 가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ㅈㅈㅈ 프로젝트는 이런 각자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지난 3년간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특별한 간접 경험을 선사했다.


가구와 제작을 좋아하는 이들의 교집합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제작공간 ㅈㅈㅈ(제주의 지속가능한 제조)은 가구 만들기처럼 제작 활동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모여 커뮤니티 모임 또는 워크숍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센터 사업의 일환인 ㅈㅈㅈ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든 지속가능한 공유가구가 제작되었다. 

<공동작업장 : 기술을 이롭게 쓰는 곳>은 지난 3년 동안의 ㅈㅈㅈ 프로젝트를 되짚어보는 전시로,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5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진행되었다. 기술을 배우고 적용하며 공유하는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물건이 넘쳐나고, 쉽사리 쓰다 버리는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구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놀림과 기계음, 그리고 살가운 목소리 위로 목재의 따뜻한 질감과 고유한 향이 오버랩되며 오감을 자극했다.
 

HARA2426

HARA2412

CNC 기계를 활용해 미니어처 형태로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다. 

우리 공간의 가구를 우리가 함께 만든다

시간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통협력센터의 공간 조성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주민들과 함께 ㅈㅈㅈ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아이디어는 제주에서 살아가는 청년, 여성, 농수산업 종사자, 건축가 등 30여 명 참여자가 함께 진행한 FGI(Focus Group Interview) 연구와 참여형 워크샵을 통해 도출되었다. 

주민들이 센터에 조성될 공간을 상상하며 직접 그려낸 가구들을 프로토타입으로 디자인하고, 지역 내 메이커스페이스와 협력해 실물로 구현해냈다. 그렇게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총 3종, 10개의 가구가 탄생했다. 

이듬해에는 참여자들이 조금 더 전문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입문과정과 심화과정이 운영되었다. 오픈소스와 CNC 기계 작동법을 실습하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센터에서 향후 사용될 공용가구를 직접 제작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가구를 공동으로 제작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뿌듯함을 느꼈다.
 

HARA2386

HARA2381

첫 번째 ㅈㅈㅈ 프로젝트로 완성된 공유가구(상). 지난해 만든 모두의 가구(하). 

 

선순환, 지속가능한 공유의 가치를 담다  

사실 이곳에서 전시된 가구는 대량생산된 기성품이 아닌 맞춤제작이기에 더 멋진 가치와 이력이 담겨 있다.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히, 3년 차에 들어선 지난해에는 지역 내 커뮤니티 공간에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등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가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협력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ㅈㅈㅈ 프로젝트에서 만난 5명의 로컬메이커가 커뮤니티를 이뤄 가구 제작에 착수한 것. 올레길에 있는 ‘간세’라는 작은 조랑말 모양의 이정표를 본 따 ‘모두의 의자’가 만들어졌다. 이어 사용자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높낮이 등을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모두의 테이블’이 탄생했다. 그렇게 모두를 위한 가구가 만들어졌고, 조만간 서귀포에 완성될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 비치될 예정이다.

‘ㅈㅈㅈ 프로젝트’ 돋보기
올해 ㅈㅈㅈ 프로젝트는 지난 3년간의 과정을 조금 더 압축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목공에 관심 있는 지역 메이커와 주민들이 참여해 오픈소스와 CNC 기술을 익히고, 커뮤니티를 꾸려 지역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가구를 제작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이뤄질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면 지역 혁신 아카이브를 통해 지난 결과물을 먼저 살펴보시길. 당신의 상상은 ㅈㅈㅈ을 통해 현실이 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