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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읍 세화리 1편] 책 속에 삶이 있다 _ 제주 풀무질 은종복 대표2020.10.08


 

‘찾아가는 톡톡카페’란? 


지금 바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을 주민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 방송으로 편성한, 왁자지껄 수다 프로그램.

 제주도 내 지역 사회의 관심사와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계층 및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는 소통 창구다. 

진짜 제주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풀무질|책방

서울 성균관대 앞 명륜동에서 26년간 인문책방 ‘풀무질’을 운영하다 

제주 세화에서 ‘제주 풀무질’을 연지 이제 막 1년 된 은종복 대표를 만났다. 

젊은 시절 책방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쉬어본 적 없는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방에 오는 사람이 좋아서, 요즘 사회 마음 밭의 어지러움을 치유할 수 있는 책방을 운영하는 그를 만나본다.







책을 사랑한 남자

책이 너무 좋아 스물여덟의 청년 시절 책방 일을 시작하여 쉰다섯의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는 제주 ‘풀무질’의 대표 은종복 씨를 만났다.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앞에서 인문책방 ‘풀무질’을 운영하던 그는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제주로 내려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책방을 접으려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들은 “아버지가 평생 책방을 했는데, 책방 해야 하지 않겠어요?”라며 그를 지지해주었고, 

그의 가족은 제주로 내려와 새로운 ‘풀무질’을 열게 되었다.


책 속에 동무가 있고, 책 속으로 나들이하고, 내 마음의 평화도 찾지요. 

그래서 힘들지만, 쭉 책방을 했어요. 

책방은 마음 밭의 어지러움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책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세화에서 정착한 이유

처음부터 세화에 책방을 열 생각은 아니었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보던 중, 책방이 없는 세화 쪽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때, 

한 사이트에서 지금 풀무질 자리의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보았다. 

바닷가 근처가 아녀서 월세도 비싸지 않았고, 염분 때문에 책이 손상될 염려도 없었다. 

“우리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딱 한 줄로, 공간에 대한 애정이 있던 건물주와 면접을 보고 책방을 운영하게 되었다. 

건물주의 조건은 딱 두 가지였다. 찻집을 하려고 꾸며둔 건물이니 차를 함께 팔 것, 내부를 원목으로 했으니 서가도 원목으로 할 것. 

그렇게 제주 ‘풀무질’이 시작되었다.




 



서울 풀무질과 제주 풀무질

서울의 풀무질은 인문·사회과학책만 취급하는, 책이 많을 때는 50,000권까지도 보유한 인문책방이었다. 

성균관 대학교 앞에 위치하여, 대학생들이 주로 찾다 보니 수험서만 늘어갔다. 

책을 판매한 자연 매출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어서, 도서관 납품 등의 부수 업무도 도맡아 했다. 

아침 9시부터 자정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풀무질이 위치한 곳이 지하에 있다 보니, 햇빛도 못 받고, 우울해졌다. 

제주 풀무질 서가에 꽂힌 인문·사회과학책은 1,500권 정도이다. 

에릭 홉스봄의 <자본의 시대>, <혁명의 시대> 같은 서울에선 한 달에 열 권도 팔리던 책은 제주에서 1권도 팔리지 않았다.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제주도 바닷가에 와서까지 1등이 되기 위한 책을 보는 것은 원하지 않기에, 수험서를 전혀 다루지 않는다. 

아침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창문이 많은 곳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운영하고 있다. 

책 판매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함께하며 운영하려 했는데, 

아들의 도움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찾아주는 덕에 제주 풀무질은 그에게 여유로움을 가져다주었다.





제주 풀무질을 찾는 사람들

제주 풀무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인문분야 책들을 주로 판매하지는 않지만, 제주에 인문책방이 없다 보니 제주시나 서귀포시에도 찾아오고, 

제주대 교수님 가운데서도 올 때마다 열 권씩 사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다. 

동네 아이들도 찾아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날적이(방명록이자 낙서장)도 적는다. 

1, 2권이었던 날적이는 이제 5, 6권이 되었다. 그냥 관광객뿐 아니라 성균관 대 앞 풀무질을 기억해서 오는 사람들도 많다. 

풀무질 효과로 근처 숙박업소들도 수혜를 입고 있다. 반대로 숙박업소에서 풀무질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풀무질을 찾는 사람 모두 끝말로 “여기는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어떤 아이가 날적이(방명록이자 낙서장)로 작은 책을 만들었는데, 

광복이(반려견) 눈으로 본 세상을 그리고, 광복이 코로나 퇴치법을 썼는데, 

다음에 와서 3탄을 쓸 거니까 꼭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이러다 보면 이 아이의 삶에 제주 풀무질이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요?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