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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자전거가 실제로 가장 필요한 교통수단이 되면 어떨까요?2020.12.10


 

제주시 원도심으로 차를 끌고 들어가면서, 도착 시각은 예측 불허하다. 

길을 점거한 주ㆍ정차의 현실 가운데 진입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차량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이동 실험 중인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공유 전기자전거는 

과연 효율적일까? 그리고 실질적일까?


㈜푸른바이크쉐어링의 김형찬 대표는 그간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제주 내 자전거 인프라 조성을 위한 전 방향 정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제주시 소통협력공간의 내적 콘텐츠와 외적 파생 효과 

https://jejusotong.kr/communication/blog_view.html?page=1&idx=5570 에 이어지는 기획물 3편. 

공유 전기자전거를 통한 대안이동 실험에 대한 기대, 

더불어 제주의 안정된 자전거 정착을 위한 실질적 방법론을 나눕니다.


공유이동 수단을 활용한 대안이동 실험 살펴보기

https://jejusotong.kr/communication/blog_view.html?page=1&idx=5458 




10여 년 자전거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고, 현재 제주시의 공공자전거 관리를 맡고 있는데,

현 ㈜푸른바이크쉐어링으로 오기까지의 여러 시도를 통해 제주의 자전거 환경 추이를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 2008년은 저가 항공의 취항이 부쩍 늘어나고 제주 올레길도 활성화되면서 

뚜벅이 여행자가 밀려들어 온 시점이었어요. 

2010년경 지속 가능한 관광 패턴을 자전거로 생각하고 ‘바이크빌림’이란 개인 사업자로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공항이나 제주항 주변에 자전거 대여점만 있던 시절이에요. 

제주를 일주하지 않고는 반납이 어려웠죠. 가령 3일간 3만원에 자전거를 빌렸는데, 

서귀포에서 일주를 포기하면 용달차를 불러 5만원을 내야 하는 식이에요. 

이렇게 젊은이에게 국한된 자전거 시장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자전거 여행이 가능한 방법으로 

렌터카에 실을 수 있는 접이식 자전거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트렁크의 공간 확보가 안되거나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차를 긁는 등의 문제로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이후 해안도로마다 자전거를 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1년 ㈜푸른바이크쉐어링 법인을 만들고, 마을 영업소를 5개 만들어 현지 어르신을 채용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었어요. 

이번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공유 전기자전거 실험에 참여한 쏘카의 설립 시기도 이때죠.


마을 영업소 관리 역시 쉽지 않았어요. 당시의 쿠팡은 쿠폰을 팔던 소셜커머스였는데, 

이용자가 여기에서 산 우리의 쿠폰을 영업소에 가서 확인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어르신이 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혔죠.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그에 대응하지 못한 이 사업은 2년 만에 접었어요. 

이후 2014년 제주시 공공자전거를 위탁 관리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공공자전거의 시스템이 똑같아요. 자전거조차 달라지지 않았죠.



사업과 함께 자전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해왔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지금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공자전거가 10년 된 자전거예요. 

담당 부서에 물어보니, 사용 기한이 이미 지난 자전거가 대다수더라고요. 

위탁 관리하는 입장에서 담당자와만 논의하게 되는데, 

지금의 자전거를 폐기하고 새로 사고 싶어도 1년에 책정된 4~5백만원의 예산으론 

내구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생활 자전거를 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자전거 이용자의 수요가 적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닐 거예요. 이제껏 나온 정량적 데이터는 물론 정성적인 체감도 확실히 다르거든요. 

2014년 당시엔 먼지만 쓱 닦아도 될 정도로 관리가 손쉬웠어요. 

요즘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관리가 버거울 정도예요. 

금요일과 주말이면 탑동으로 자전거가 많이 모여요. 

이 자전거를 다른 스테이션에 옮겨놓으면, 몇 시간 만에 다시 탑동 스테이션에 꽉 차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하거든요. 

정량적으로 보면 제주시 인구가 50만명이 넘는데, 공공자전거가 40대예요. 1만2천5백명당 1대 비율인 거죠. 

서울시는 약 1천만명이 2만대를 사용하고 있고요. 

제주시 공공자전거 이용자가 하루 10명이란 자극적인 신문기사가 나온 적이 있는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50만명이 40대의 자전거로 하루 10번 탄 건, 서울시의 1천만명이 2만대로 1만번 이용하는 것보다 더 높은 빈도수예요. 

시설과 인프라만 제대로 갖춰놓으면 제주시가 자전거를 더 자주 이용할 거라 생각해요.


혼자 움직이고 짐이 없는 이를 위한 자전거 수요는 분명히 있다는 김형찬 대표. 본인이 태어난 원도심 내 자택을 리모델링해 사무실을 차렸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진행 중인 대안이동 실험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요? 


사실 작년에 한 대기업도 진행한 바 있는데, 시범 사업으로만 그쳤어요. 

이용자가 없어 분석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현재 실험 기간이 두 달밖에 되지 않는 거로 알고 있어요. 

이 기간 내 얼마나 여러 데이터가 수집될지 의구심이 듭니다. 

충분한 홍보를 한 뒤에 두 달이란 운영 시간이 확보된다면 다르겠지만요. 

그 기간 내라면, 빠르게 이용하는 대상은 아마 관광객일 거예요. 

더불어 탑동 쪽으로 밤에 모이는 사람이나 탑동에서 술 마시다가 

편의점 가는 친구들이 주로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죠.



공유 자전거의 모델을 전기자전거로 시도한 점에 대한 의견은요?


개인적으로 처음엔 전기자전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자전거는 사람의 힘으로 가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다가는 전동 킥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겠더라고요. 

현재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수많은 역주행과 무단횡단 등 안전 교육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사고 날 확률이 높아진 거죠.


전기자전거는 시민 입장에서 편리한 모델이에요. GPS로 자전거를 추적할 수 있어 어플을 이용해 자유롭게 반납할 수 있잖아요. 

현재의 제주시 공공자전거는 1세대 기술에 머물러 있어요. 제대로 된 운영, 관리가 안되는 거죠. 

꼭 빌린 스테이션에 반납해야 하고, 앞에 부착된 센서 오류도 많거든요. 

인증번호를 몇 번 입력하는 식의 대여 방식도 번거롭고, 누군가가 자전거를 훔쳐 가도 절대 못 잡아요. 

스테이션에 자전거가 꽉 차거나 잠금장치에 문제가 있으면 시민이 제 별도 휴대폰으로 반납 사진을 발송하는 실정입니다. 

현재 일레클 어플을 통해 매일 제공되는 쿠폰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 전기자전거 이용료인 시간당 6천원은 막상 비싸 보이지만, 이를 1시간 탈 리 없거든요? 

그 거리라면 버스를 타겠죠. 공유자전거는 10분 이내이기에, 이용료 부담도 적은 셈이에요.


내년 3월경 ㈜푸른바이크쉐어링이 귀덕리에 설립할 자전거 학교는 남녀노소를 위한 자전거 교육 및 문화의 장이 될 예정이다. 



자전거를 놀이기구나 운동기구 쯤으로 인식하고 묘기를 부리는 청소년들이 차로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시민이 공유 전기자전거를 애용하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레저용보다는 생활용 자전거 활성화가 필요하겠죠. 

시민에게 자전거가 제일 편한 교통수단이 되는 게 정답일 거예요. 

4백억원을 들여 제주를 한 바퀴 도는 환상자전거길을 조성하고 

자전거 인프라를 다 구축한 것처럼 말하는데, 이건 시민보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예요.


결국, 자전거 부서가 따로 있어야 해요, 큰 계획을 세우고 여러 유관부서와 협력해서 가야 하죠. 

자전거 관리 부서가 몇 년전엔 건설과이다가 지금은 도시재생과예요. 

제주말로 하면 ‘이래착 저래착’, 누구도 책임지고 추진할 상황이 아닌 거죠. 

서울시처럼 시장의 강한 의지로 시행하지 않으면 어려워요. 

현재 제주도 자전거 도로 사정은 한마디로 누더기예요. 예산을 조금씩 받을 때마다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만드는 식이죠. 

버스 전용 도로가 확대되면서 인도가 줄어들었잖아요? 여기에 감히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나요? 

도와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하는 문제예요.



현재 제주시 원도심을 중심으로 공유 전기자전거를 운행 중입니다.

이의 기대 효과는 어찌 보는지요?


시민에겐 은행이나 식당을 가는 생활 전반에서 자전거가 단거리에선 빠르다는 경험을 하고 인식하는 기회가 되겠죠. 

행정 차원에서 이 지역에서부터라도 시범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진행해 본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카페가 많이 들어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생활하기 편한 곳으로 만드는 거죠. 

원도심 부흥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겁니다.



김형찬 대표의 자전거를 대하는 기본자세



1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엄연히 차다. 면허증 소지 의무만 없을 뿐, 안전 교육을 받고 법을 지키며 타야 하는 것.


2 중심을 잡는다고 잘 타는 게 아니다. 잘 타는 사람이 사고 안 나는 게 아니라 사고가 안 나는 게 잘 타는 사람이다.

   부모의 제대로 된 사고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3 횡단보도는 자전거에서 내려 건너야 보행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횡단보도 옆 자전거 횡단도에선 자전거를 타고 건너도 된다.


4 제주의 인도 대부분 자전거 보행 겸용 자전거 도로(표지판 참고)다. 일반도로 주행 시 가장 우측에서 달려야 한다.


5 두 발이 완전히 땅에 닿을 정도로 안장을 낮추기보다 페달을 돌릴 때 다리가 쭉 뻗어질 정도로 적당히 높여 타야 피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