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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지금 '가장 작은 캠페인'이 필요한 이유2020.09.29


 

젤리장, 태슬남 읽기


공공소통크리에이터 젤리장과 디자이너 태슬남. 따로 또 같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와중에, 

제주생활공론 참여자들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전문가로 함께했다. 사적으로 알고 지내다가 협업한 지는 어언 2년 남짓. 

옥수 고가 아래에서 진행한 ‘고가 아래 모든 목소리, 모든 움직임’, 4·16가족나눔봉사단과 함께한 ‘넥스트 옐로우’ 캠페인 등 

국 각지에서 있을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찾아다녔다. 

가장 작을수록 가장 커진다는 모토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젤리장과 직설적으로 제값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태슬남과의 만남은 

작은 공론장 그 자체. 그들이 세상에 끝없이 질문을 던져 연대하려는 움직임 덕분이었다.




지금부터 다시, 공공 캠페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Q. 제주생활공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 중심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여서, 

전문가 입장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A. 젤리장 사실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진행이 돼요. 

우리는 캠페인과 디자인 전문가로, 시민들은 실제 살아가는 지역 사회의 전문가로 인정하고 시작해요. 

즉, 문제 발굴 전문가인 거죠. 중요한 이슈와 구체적인 의제는 우리보다 시민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발산하는지의 과정에 투입되는 거고요. 어려운 지점이 다를 뿐, 크게 차이가 없어요. 

서로의 영역에서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중심인 듯합니다.


Q. 대부분 캠페인이란 개념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데요. 처음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A. 젤리장 보통 생소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셨죠. 캠페인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요. 

사실 시민들뿐 아니라 캠페인을 자주 경험한 분들조차 비슷한 반응이어서 그리 당황스럽진 않았어요. 

제 이야기를 듣고 캠페인의 접근 방식을 알고 난 뒤엔 오히려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Q. 젤리장이 정의하는 캠페인이란 무엇이죠?


A. 젤리장 캠페인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목소리를 내서 효과를 얻는 건 공공 캠페인에서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어떤 효율적인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가.’까지가 공공 캠페인인 것 같아요. 

보통 캠페인이라고 하면 100명이든 1000명이든 행동이 변화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캠페인은 사실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해요. 일반 공공 캠페인에선 그럴 수 없죠. 

내 주위의 100걸음을 변화시키는, 내 주변의 한두 사람과 같이 해볼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그들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해보는 게 중요해요.


Q. 여러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곧 캠페인인 줄 알았습니다만,


A. 젤리장 물론 행동을 변화시키면 가장 완벽한 캠페인이겠죠. 

그러나 캠페인은 본래 이게 문제라고 알려주는 것, 더불어 그 지적이 생각보다 파장이 클 거라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 이슈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이 긍정적으로 돌아서거나 잘못 알고 있어 긍정적이었던 부분을 

다시 한번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태도를 변화시키는 거죠. 그러고 나서 행동까지 유도하는 게 캠페인의 단계예요.




기획을 맡는 젤리장(좌)과 기획을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태슬남(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며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호흡을 선보인다. 




Q. 제주생활공론의 부제로 ‘가장 작은 캠페인’이 붙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A. 젤리장 예산도 포함되지만, 대상에 초점을 둔 것도 있어요. 

100명을 변화시키자는 취지가 아니라 – 물론 100명도, 1만명도 될 수 있는데 – 

우리의 시작은 가장 작게 해야만 이게 실험이자 시도이고, 의미 있는 일이 된다는 뜻에서 ‘가장 작은 캠페인’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제주가 나타났다! 공론장 이상의 실험


Q. 여러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제주생활공론만의 특이점이 있었는지요?


A. 젤리장 기획 당시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도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공론장 이상의 실험을 하고 싶다는 거였죠. 

이 말을 조금이라도 실행해서 시민들이 경험해봐야 다음 의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런 모임이 더는 피로로 느껴지지 않고 실효적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거기에서 제주생활공론이 시작했어요.


Q.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제주생활탐구 사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젤리장 깊이 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해요. 

제주생활탐구가 시민 중심으로 한 가지 이슈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실험하고 시도한 방식이라면, 

제주생활공론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느낀 소소한 불편, 이슈의 작은 변화를 경험하도록 하는 거죠. 

그 생활 속 문제가 이번에 완전히 해결되지 않더라도 변할 수 있다는 작은 성공을 맛보는 거예요. 

이번에 안되면 어때? 다음엔 다른 방식으로 또 해보겠다는 시도를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공공 프로젝트엔 실패가 없거든요. 실패란 경영적인 마인드로 봤을 때, 결과물에 대한 정량적인 부분을 일컫는 말입니다. 

공공 캠페인에서 중요한 건 정량적인 게 아니에요. 

설사 실패했더라도, 다른 부분의 가치를 찾아내 다시 상승시키는 게 공공 캠페인입니다. 

그래서 ‘지속 가능’이란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하게 되는 거죠.


Q. 시민들과의 공론을 펼치면서 공통으로 느낀 점도 있었나요?


A. 태슬남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랄까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진행할 땐 동네가 깨끗해지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건물주든 상인이든 자기 이익이 관여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제주생활공론에선 내가 이 지역이 너무 좋은데,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젤리장 처음 모집된 시민들의 연령대가 상당히 다양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커서 깜짝 놀랐어요. 

공론이 진행될수록 태슬남의 의견대로 제주를 사랑하는 느낌도 강했습니다. 

보통 서울에선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다기보다 정량적으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강해요. 

제주생활공론에선 성장 중심이 아니라 내가 여기에서,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마음이 느껴졌죠. 

이번에 나올 4가지 캠페인을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대부분 공공 캠페인이라 하면 한정된 의제에 머물기 마련이다. 

젤리장은 제주생활공론의 다양한 의제를 통해 제주를 다시 본 계기가 되었다고.




Q. 3차 공론장이 끝난 뒤, 최종 4가지 캠페인이 선별된 과정이 궁금한데요.


A. 젤리장 처음 개인별 문제의식이 담긴 25가지 질문에서 시작해 4가지 의제로 구체화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2차까지 나온 16가지 의제 중 겹치는 걸 묶어 8가지로 추려 정리했을 뿐이에요. 

8가지 의제를 4가지로 좁히는 과정은 시민들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관심 있는 사람이 적은 의제는 제외되기에, 어떻게든 시민 스스로 자기 의제가 뽑히도록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습니다.


Q. 기억에 남는 공론장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워낙 다양한 성격의 시민이 모이잖아요.


A. 젤리장 시민 중 크게 두 가지 유형이 눈에 띄었는데요. 

‘내 의제는 중요하지 않아, 다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내 관심사를 선택하겠어.’라는 리스너(listener)가 있는 반면 

‘구체화된 나의 의제를 더 준비해서 관철하겠어.’란 스피커(speaker)도 있었습니다.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이 여기에 동시에 모이는 건데요. 이 안에서 서로 어떻게 흡수되는지 아주 궁금했어요. 

스피커였던 분은 결론적으로 자신의 의제를 살리진 못했는데, 다른 곳에서 길을 찾더라고요. 

그분의 지인을 통해 좀 더 행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죠. 이는 제주생활공론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해요.


태슬남 이분은 처음 공론장에 대한 회의가 살짝 있기도 했어요. 그냥 또 떠들고 마는 게 아닌가 하는 거였죠. 

다른 사업에선 이게 마찰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공론장의 취지와 프로젝트 종료 시 느낄 점을 길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마음이 열리더라고요.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진 거죠. 이 과정이 제게도 많이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Q. 리스너의 입장은 어떠했나요?


A. 젤리장 스스로 닉네임을 ‘빈대’라고 지은 분이 있어요. 이분은 다른 시민의 의제를 일일이 다 들어보고 다녔죠. 

자신의 의제를 어디에 녹일까보다는 다른 더 좋은 아이디어에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로 방향을 전환하더라고요. 

이런 부분에서 저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자기가 낸 의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죠. 

제주생활공론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논의와 숙의예요. 그 부분을 가장 잘 보여준 두 분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생활공론이란 새로운 전환점으로 유턴하는 법



1차 캠페인 기획회의는 실행이란 다른 문을 열기 위해 기획의 문을 닫는 시간이다. 




Q. 오늘 공론장 이후의 첫 모임이 있는 거로 아는데, 어떤 자리인가요?


A. 젤리장 제주생활공론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있어요. 

공론장과 이 공론으로 기획하는 장, 마지막으로 실험하는 장입니다. 오늘 모이는 자리는 기획하는 장의 시작이에요. 

공론장에서 선정한 4가지 캠페인을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다 같이 고민하고 제작하는 과정까지가 기획 단계입니다. 

그 안에서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를 어떤 그릇에 담을까가 정해지면 이를 가지고 실제 길거리로 나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실험 단계라 보면 될 듯해요.


태슬남 팀마다 배정된 디자이너와 기획자가 처음 만나는 자리예요. 오늘 가장 중요한 건 기획의 호흡을 맞추는 겁니다. 

이후 한 달간 실현 가능한 디자인 시안이 오갈 거고요.




시민들과의 회의 전, 전문가를 비롯해 기록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나는 사전 회의가 진행됐다. 




Q. 사실 제주생활공론에서 팀별로 디자이너는 물론 기록자 역시 별도로 선정한 게 주목할만한데요. 이들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이죠?


A. 젤리장 제주생활공론은 전체 과정을 조금씩이라도 다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죠. 

기록자는 팀별로 그날의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분인데, 단순히 기록에만 그치지 않고 가이드의 역할도 하고 있어요. 

미팅을 통해 우리와 오늘의 방향을 충분히 동기화하는 과정을 거치거든요. 

우리가 계속 제주에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 방향을 벗어나지 않게 중심이 되어 줍니다. 

기록자 스스로 시민들의 마음이 변하고, 생각이나 기획 방향이 잡히는 걸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해요. 

이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는 기획에 개입하기보다 

어느 정도 방향성을 갖춘 기획안에서 실현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매듭짓는 역할을 할 거예요. 

일부러 예산을 적게 잡은 측면을 고려해야 해서요.


Q. 일부러라면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었는지요?


A. 젤리장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와도 상의한 내용인데, 최대한 가장 적은 비용으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캠페인이 화려할 필요가 없거든요. 특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제라면 더더욱 말이죠. 

더불어 캠페인 비용이 너무 높게 측정되면, 일반 시민이 아닌 이것만 노리는 경험자가 몰릴 수 있어요. 

디자이너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해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은 셈이죠. 이 예산으로는 행사도 할 수 없거든요.




각 팀이 태슬남의 조언과 함께 현실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기획으로 좀 더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Q. 현재까지 계획된 캠페인의 결과물이 포스터나 일상용품으로 추려진 이유인가요?


A. 젤리장 단순한 굿즈 생산으로 보기보다 가장 효율적인 캠페인 물품으로 봐야 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봤던 것들 안에 우리의 메시지를 어떻게 녹일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할 거고요. 

이 예산으로 뭘 하겠다는 걸까? 디자이너들이 처음엔 좀 놀랄 거예요. 

팀 내에서도 다양한 기획이 동시에 실행되고 있거든요. 디자이너가 좀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한 방향을 잡을 거예요.


Q. 앞으로 제주생활공론에 거는 기대감은 무엇인가요?


A.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한데요. 

제주생활공론을 경험한 사람이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리빙랩 사업인 ‘제주생활탐구’에 지원하는 사례가 있었어요. 

이처럼 의제를 더 발전시키고 확산시키려는 분이 참여자의 절반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 지역에서 충분히 자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이는 마지막에 다 같이 모여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며 충족될 거라 예상해요. 

우리도 처음, 제주시 소통협력센터도 처음인 이 제주생활공론의 매뉴얼을 만든다면 다음에는 우여곡절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해요.


Q. 더 발전시키거나 보안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A. 젤리장 그저 정돈 혹은 순항입니다(하하). 사실 행정적인 부분에서 예산을 어떻게 나누고 소유할지는 중요한 문제인데요. 

다른 곳에서 이런 비슷한 사업을 했을 때 발생한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예산 배분이었어요. 

예를 들어 기록자를 섭외할 때도 이분에게 각자 예산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어요. 

전 제주생활공론 이전에 이게 불가능한 줄 알았거든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가능한 방향으로 고민해주니, 되더라고요. 

예산을 바탕으로 한 디자이너 선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처음으로 틀을 마련했어요. 

이 틀만 잘 정리하면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관에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Q. 제주생활공론이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의의를 정리하면서 마칠게요.


A. 젤리장 리빙랩과 공론장과 같은 말이 활성화된 지 약 4~5년이 된 듯해요. 

슬슬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보거든요? 공론장은 말씀드렸다시피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날 뿐이고, 

리빙랩은 결과물 위주이다 보니 성과를 내기 위해 빨리 마무리 짓는 방식이에요. 

이 두 가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계가 너무 없다는 점이죠. 

시민들이 한 의제에 관심을 두고 시작했는데, 이 의제를 더는 보기 싫게 만들어버리곤 하거든요. 

이와 달리 제주생활공론은 이를 실마리로 새로운 사업을 해볼 수 있을 정도의 관여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요. 

바로 새로운 전환, 관점과 방식의 전환을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