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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읍 세화리 2편] 50년을 지켜온 신발 가게 _ 세화오일장 신발가게 고순자2020.10.08


신발가게|50년|장사



세화리에서만 신발가게 50년, 세화민속오일장에서만 40년 넘게 신발을 팔아온 고순자 삼춘을 만났다. 

올해 79세인 삼춘은 처녀 적에는 물질하다 스물셋 결혼으로 세화에 정착해 반세기 가까이 세화에서 살며 신발 장사를 해왔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 수가 줄고, 인터넷으로 신발을 사고, 코로나까지 겹쳐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아들 내외에게 장사를 물려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어머니 원하는 때까지 해주소. 나 안 맡을라요.” 

권해준 마음씨 착한 며느리 덕분에 힘닿는 데까지 장사를 이어가고 싶다고 하신다.





 


세화에서 신발 파는 일만 50년

본적은 평대 사람이지만, 스물셋에 결혼해 반평생을 세화에서 살아온 고순자 삼춘. 처녀 적에는 물질하다 폐가 나빠져 물질을 그만두고, 세화로 시집와서는 신발 파는 일을 시작했다. 대장, 심장 등 여러 번 수술을 받아 오래 걸으면 숨이 차는 통에 밭일도 못 하고 신발 장사만으로 보낸 세월이 벌써 50년이다. 아들들에게 빚 안 물려 주려 알뜰하게 아껴온 삼춘은 신발 장사로 아들 셋, 손자 둘을 대학에 보냈다. 그러나 제주에 사람 수가 줄고 코로나로 관광객까지 줄자 점차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매가 늘고, 근처에 저렴한 생필품 판매장까지 생겨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사람들 많이 올 때는 장사가 좀 됐지. 

요즘은 가뜩이나 학생 수가 적잖아. 

학생 수만 적어? 사람 수 자체가 적지. 

그런 데다가 다들 인터넷으로 사지.


세화에 있는 신발 가게는 예전엔 중학교, 고등학교 끝날 무렵엔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 수가 많이 줄다 보니 학교에 학생이 다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장사가 어렵다 보니 신발 가게를 처분하고 다른 장사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음식 장사는 나이가 많아서 하지 못하고, 유행하던 포목 장사를 하려다 

어느새 사람들이 많이 시작해 접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신발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신발가게 단골

바닷가가 있다 보니, 주로 물에 강한 슬리퍼나 샌들이 많이 팔린다. 

여름철엔 슬리퍼를 신고 바다에 들어갔다 파도에 한 짝 잃어버리고, 새로 사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다. 

발이 더운 운동화나 구두는 상대적으로 덜 팔린다. 유행을 타는 구두는 재고가 남으면 싸게 팔기도 한다. 

관광객이나 동네 사람도 많이 찾지만, 의외로 다른 지역의 농사 짓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천 원 이익 덜 보더라도, 손님을 위해 파는 삼춘의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세화에 아파트가 생기며 서울에서 온 이주민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편안하게 신으려면 신발이 좀 가볍고 볼이 넓어야 해.

그래야 발이 편하지.




  



장사는 재미

삼춘은 남편을 먼저 여의고 아들을 직원 삼아 장사하고 있다. 

가만히 있음 적적할 텐데, 하나둘 잊지 않고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덕에 심심한 줄 모른다. 

단골인 손님이 찾아오면 재고 남는 것도 주고, 가까운 사람이 오면 국수라도 한 사발주고. 삼춘의 가게엔 늘 정이 넘친다. 

그래서일까, 삼촌이 병원에 갈 때는 아들이 가게를 보곤 하는데, 단골손님들은 아들이 있으면 신발을 안 사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들에게 장사하는 소질이 있냐 묻자, 삼촌은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아들은 손님이 와도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경우가 많다고, 

아직은 직접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그런 그의 눈빛에 아들 내외를 향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아들아, 손님 오면 손에 걸리는 것만 말하지 말고 

“요것이 좋수다, 저것이 좋수다.” 잘 권하며 팔아봐라. 

며늘아 너한테 신발 장사 맡아서 해보라고 하니 

“어머니 원하는 때까지 해주십소. 나 안 맡을라요.” 했지? 

너 참 착하다. 너 덕분에 나도 심심치 않게 산다.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