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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귀덕1리 3편] 그래도 해녀하길 잘했어 _ 해녀 김호아 & 해녀회장 김귀현 2020.09.17


해녀되는법 |환경의변화 | 우리의바다




수십 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 넘어 ‘해녀’라는 공통분모로 함께 일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일찍이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시작한 상군 해녀 김호아와 서울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다 우연한 계기에 물질을 시작하고, 

해녀 회장까지 맡게 된 해녀 김귀현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해녀들 간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바다 환경의 변화가 수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해녀의 시작

김호아는 해녀인 어머니 따라 열아홉 되는 해부터 물질을 시작했다. 

통영 비진도를 시작으로 전국의 바다를 돌다 신안 흑산도에서 스물셋의 나이로 귀덕리에 시집을 왔다. 

결혼 3년 후 남편이 돈을 벌어오겠다고 일본으로 떠나면서, 시어머니와 두 아이의 생계를 위해 물질을 하며 농사를 지었다. 

서른넷의 나이에 해녀 회장이 된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물질 후 동일 시간의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서울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던 김귀현은 2012년도 2월에 남편의 권유로 제주 이주를 준비했다. 

초등학생인 딸에게 동네를 선택하게 하자 귀덕리를 골랐다. 엄마 이름과 똑같은 글자인 ‘귀’가 있다는 이유였다.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전문직종을 고민하다 앞집 동생의 권유로 해녀를 시작했다. 

수영도 못하는 그였지만, 고무 옷을 입으면 왠지 물에 잘 뜰 것만 같았다.


제주에서는 해녀만한 전문직이 없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삼춘들이 옷 갖춰 입고 나갈 때 보면 UDT들이 나가는 것 같고. 

그게 너무 멋있었어요. (김귀현)




 

귀덕리 해녀되기

현재 귀덕리의 해녀는 25명이다. 김호아가 해녀 회장을 하던 시기에 비하면 1/5로 줄었다. 

해녀가 되는 방식과 내부 규율은 마을마다 차이가 있다. 귀덕리의 경우 해녀학교 과정이 없지만 2년간 80%의 출석률을 채워야 한다. 

정식 해녀가 되면 고무 옷을 제공 받고, 매달 50만 원의 기본 수당과 소정의 병원비가 지급되기에 더욱 철저히 심사한다. 

김귀현도 같은 과정으로 해녀가 되었고 5년 차에 성실함을 인정받아 만장일치로 해녀 회장이 되었다.


일하는 거 보니까, 귀현이가 봉사 정신이 있어.

우리는 나이가 있으니 물 밖에서 다리도 아프고 심부름도 못해. 

아직은 서투르니 물질은 못 해도, 뭍에서 도와줘. 그게 고맙지. (김호아)

 

금채기 외에는 한 달에 20일간 물질을 하는데, 10일 들고 5일 쉬고, 10일 들고 5일 쉬는 방식이다. 

10일 중 첫날은 공동 바다에서 함께 일하고, 수익도 1/n로 동일하게 나눈다. 

예전에는 수확한 물건을 끌어 올릴 때 전부 사람 손으로 했지만, 이제는 기계가 대신 하고 있다.





생계와 취미 사이

귀덕리에는 결혼으로 이주한 필리핀 여성이 신입 해녀로 있다. 

고령화로 인해 젊은 해녀의 유입이 필요하지만, 각 마을마다 문화 차이로 인한 충돌도 많다고 한다. 

김호아 시절의 해녀들은 생계를 위해 궂은 날씨에도 바다로 나갔지만, 

누구 한 사람이 상을 당하거나, 제를 지내는 날이면 그 날은 나가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늦게 온다면 기다린다.


나는 배우지 못했기에 바다 일을 했지. 나는 바다가 좋아서 다니는 건 아니야.

나는 공부해서 예술이나, 무용 같이 멋진 거 하고 싶었지. (김호아)



 


한번은 김호아가 투병 중인 남편을 챙기고 오느라 늦게 바다에 도착한 적이 있다. 

속상한 마음에 울면서 오는 그를 보고 기다리던 해녀들이 모두 일어나 막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던 것. 

갑작스런 상황이지만 그 장면을 보며 김귀현은 ‘해녀 하길 잘했다’고 느꼈다.


그때 저는 울컥하며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해녀 포럼에 가서 이 얘기를 하니, 다들 눈물을 흘렸어요.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만으로 선택한다면, 

이 공동체 문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요. (김귀현)


 



 


지켜야 할 바다

50년 간 귀덕 바다를 지킨 김호아 해녀는 변화하는 바다 환경을 걱정하고 있다. 

양식장에서 예고 없이 방류되는 물로 해류가 거세져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부터, 

간혹 잘못 마신 물로 헛구역질이 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대변하듯 김귀현 해녀 역시 물질을 시작한 5년 사이 모자반이나 청각 같은 식용 해조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그 자리를 독을 품은 외국 말미잘이나 부유물이 채우는 등 생태계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중이다. 

해녀, 그리고 해녀 문화를 오래도록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주 바다와 바다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필요함을 두 해녀가 몸소 전해주었다.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