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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면 신창리 3편] 마을살이의 기술 _ 해녀 박혜정2020.11.05


초보해녀|물질|기술|마을살이
 



제주 온 지 7년 차, 대구 출신 해녀 박혜정 씨. 

우연한 기회에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게 되었고 “뭐 하나 시작하면 깊이 빠지는” 성격 탓에 스쿠버다이빙 전문가가 되었다. 

신창이 마음에 들어 바로 그 자리에 눌러 앉았는데 신창에 살면서는 정작 스쿠버다이빙이 아닌 해녀 일을 하게 됐다. 

외지인으로 마을 살이가, 또 삼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물질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내가 해녀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혜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물 따라 제주까지

박혜정 해녀는 대구에서 여행업을 하다 수영 강사와 스쿠버다이빙 강사를 했었다. 

물이 점점 좋아져서 물을 따라오다 보니 제주에 왔다고 한다. 

제주에 오자마자 다른 데 둘러보지도 않고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신창리다. 

조용하고 느낌이 좋아서였다. 처음에는 기존의 경력을 살려 스쿠버 리조트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보니 상황이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쿠버는 취미로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하며 자연스레 ‘물질’하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해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해녀학교에서 배우고 나와도 마을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래도록 그곳을 지킨 해녀들이 문을 열어주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 삼춘들이 저한테 측은지심이 생겨서 받아주신 것 같아요. 

여자애가 혼자 일하는데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저는 제가 삼춘들한테 먼저 다가가려고 애썼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삼촌들이 저한테 먼저 왔던 것 같아요. 

“너 어디서 왔니?” 먼저 물어보시고 “너 이름이 뭐니” 물어보시는 거. 

이런 것들이 사실 어찌보면, 먼저 다가오는 거잖아요.




 


신창리 해녀들

해녀들이 물질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여름은 물질하지 않고 겨울에만 물질한다. 

신창리는 물때 맞춰서 1주일 들어가고 1주일은 쉰다. 물에 들어가는 1주일도 잘 맞춰야 한다. 

날씨도 맞아야 하고 해녀들의 본업 일정도 따져야 한다. 

바다 생태계의 변화로 해녀들이 해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일도 병행하기에 여러 사정을 고려하며 잡는 것이다. 

신창리 해녀 수는 50명. 박혜정 씨는 그중 막내다. 혜정 씨 바로 위가 62세 정도이고 대부분 80대다. 

그 속에서 물질을 하다보니 혜정 씨는 해녀 문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제 생각에 해녀를 계속 보고 싶으면 원형은 유지하되 

더 안전한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같은 돈으로 더 좋은 신식 장비를 사줄 수도 있을 텐데요. 

매년 사고가 나서 누군가 돌아가시거든요. 

좀 더 환경이 안전해진다던가, 편해진다던가…. 

그런 쪽으로는 행정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좀 답답하죠.





 

황폐해져 가는 바다

해녀가 된 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다의 변화는 급격하다. 

3~4년 사이에 수온이 점점 높아졌고, 황폐해진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독문어를 마주치기도 한다. 

이제는 섣불리 무언가를 만지기가 조심스럽다. 그 원인은 다각적이다. 

지구온난화도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만 풍력발전기의 지속적인 소음도 영향을 준다. 

진동이 있으니 소라나 전복은 더디게 자란다.



전에는 안 해도 되는 걱정을 이제는 하게 돼요. 섣불리 뭘 만지기가 힘들죠. 

좋은 것만 유입되면 좋은데 바다뱀이나 문어 같은 경우는 독이 세거든요. 

그전까지 한국 바다만큼 안전한 곳이 없었는데 이런 것이 들어오니 섬뜩하죠. 

삼춘들도 바다가 매년 안 좋아진다고는 말씀하시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시는 것 같아요.




 


제주살이의 기쁨과 슬픔

외지인으로 신창리에 자리 잡으며 어려움도 많았을 터, 

이제 해녀의 일원이 된 박혜정 씨는 시끄럽지 않고,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는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제주도 특유의 괸당 문화에 스며들기 어려웠고 문화적 차이로 당황한 적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해녀다“라고 말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잘 스며들었다는 증거 같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신창 그리고 제주가 나아지기 위해 필요한 자세로 ‘서로를 위해 조심하는 태도’와 ‘열린 마음’을 들었다. 

지역 개발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무분별하지 않게 개발되기는 바람이다.



관광객의 경우에는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까 

말이나 행동을 조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반대로 제주도 사는 분들은 좀 더 열린 마음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환경적으로는 개발 행위 자체가 마이너스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의 발전보다 지금의 형태를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제주도가 땅값이 올라서 농사지을 땅이 없대요. 

관광지는 관광지로 남겨두되 좀 제한적으로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