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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어우렁다우렁팀 -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제주도민입니다2020.11.04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캐노피 천막 아래 비를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하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시야에 잡혔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다섯 명의 진행자와 바쁜 잰걸음을 멈추고 참여하는 행인들이다. 

‘어우렁 다우렁 가치가게 마씸’이라고? 대체 여기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투둑투둑 빗소리와 함께 차곡차곡 쌓여가는 제주도민 화합과 소통 캠페인의 현장.




테이블 위 고사리손이 이주민과 선주민인지를 표기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다.

나는 (이주민/선주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주민/선주민)에게 “여긴 동물원이 없어.”

11년 차(?) 제주도민인 장하은 어린이의 자필이다.





어우렁 다우렁 팀은 주민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써 내려 가는 태그를 준비했다. 주민이 또 다른 주민에게 질문을 던진다.
 




캠페인에 참여한 69명의 제주도민이 집으로 돌아간다면? 

캠페인 태그가 장바구니에 달려 또 다른 오프라인 소통을 꿈꾼다.




여긴 도남동 세계로마트 앞. 선주민과 이주민 간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캠페인 현장이다.

3개월 여 제주생활공론 하에 준비한 어우렁 다우렁 팀의 피날레다. 

69만 제주도민 모두 어울리자는 의미의 장바구니가 69개 준비되어 있었다. 

지나가는 제주도민은 기웃거리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팀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했다. 

선주민이 이주민에게, 혹은 이주민이 선주민에게 각자의 의견을 서슴없이 낸 뒤 장바구니를 한쪽 팔에 끼우고 가는 뒷모습이 영 가볍고 즐거웠다.


오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감동하기도 했어요. 

어떤 선주민께서 ‘힘들지만, 잘 지내자.’는 식의 메시지를 주셨을 때 

마음속엔 나쁜 말도 있을 텐데 다들 잘 어울려 살자는 그런 같은 마음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주 지도 위로 남녀노소의 자필 메시지가 붙여졌다. 

라승주 팀장이 느낀 따뜻한 메시지와 더불어 쓴소리도 눈에 띈다. 

선주민이 배타적이라는 이주민의 메시지나 동네 주민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게 걱정이란 선주민의 메시지도 있었다. 

이에 팀 내 유일한 선주민인 오영인 팀원은 누군가 해야 했을 일을 늦었지만 시작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큰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았다. 더 나아가 선주민이 있는 곳에서 이주민을 이야기하고, 

이주민이 있는 곳에서 선주민을 토로하는 좀 더 깊이 있고 솔직하게 말하는 자리를 꿈꿨다.





서울에서도 여러 시민 주최 활동에 참여한 바 있는 고정은 팀원은 

진행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회의에 재미를 붙였다고.




캠페인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라승주 팀장. 참여자에 따라 마음을 맞추는 언어의 술사였다.




제주 지도를 둘러싼 제주도민의 목소리. 좋고 싫음의 이분법적 차원에서 벗어나 속 이야기를 끌어냈다.




저는 입도한 지 25년 차 되거든요. 

이를 진행하면서, 제주에 대한 애착심이 있으면 좀 더 빨리 이곳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캠페인은 예상보다 수월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거든요.


그렇다. 이 지성훈 팀원의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2시간 여 캠페인 진행을 예상했건만, 40여 분만에 미션 클리어! 

거친 비바람도 여기로 오기까지 팀의 찰떡궁합을 저버리진 못하나 보다. 

지나가던 초등학생도, 마트에 장 보러 온 할아버지도 너나 할 것 없이 털어놓은 화합의 메시지가 쓰이고 또 쌓였다. 

어느덧 제주 지도를 물들여가는 응원과 비판, 혹은 공감들. 제주 안에 모인 밀도 높은 목소리였다. 

의견은 달라도, 같이 어울려 살자는 바는 분명했다. 이는 바로 제주의 내일을 바꾸는, 작지만 크게 내딛는 희망의 한 걸음일 터. 

제주생활공론을 함께 해온 이소현 매니저는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로서의 미래를 내비쳤다.


선주민과 이주민이란 주제는 누구나 알지만 바로 해결할 방안이 없었잖아요. 

어우렁 다우렁 팀은 어떻게 하면 단기간 내 캠페인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주민이 직접 낸 아이디어가 논의와 숙의를 통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실행으로까지 옮겨지니까 

그에 대해 뿌듯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내년에도 이를 좀 더 확대해서 계속 나아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싶습니다.




(좌로부터) 고정은, 오영인, 라승주, 최구봉, 지성훈 팀원. 어우렁 다우렁 팀의 소통 메시지인

“우리 모두 제주도민이니까요.”는 그들의 행동처럼 “결국 사랑이니까요.”라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