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 HOME
  • 소식알림
  • 현장리뷰
[현장취재] 좋은 세상, ‘가치’ 기대해 2023.12.26

현장취재메인

방향과 방식을 다르지만, 각자가 믿는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진심을 다해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

지난 12월 19일, 센터 5층 다목적홀이 다양한 목소리와 흥겨운 웃음소리로 들썩였다.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신규조직 활성화 포럼 〈좋은 세상, ‘가치’ 기대해〉 참여하기 위해 도내·외 비영리단체와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 기업과 시민, 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것. 연말을 맞아 어느 때보다 바쁜 와중에도 70여 명이 자리를 꽉 채워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다양한 사례 발표와 함께 자유로운 토론이 펼쳐졌는데, 지면의 한계상 공유하면 좋을 내용만 축약해 소개한다.

231219-34

231219-42

 5층 다목적홀에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시소통협력센터 기획협력팀 이소현 매니저가 진행을 맡았다. 


영리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아웃도어 브랜드에 있어 환경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탑동에 있는 우리 매장은 상품부터 공간, 전시 등 모든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코오롱스포츠 솟솟리버스의 김영혜 액티비스트(activist)가 1부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영리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제로 고객의 손에 닿지 못한 재고들을 수거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련의 과정과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비자들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가치 소비에 동참하는 이들을 위해 중고 상품 혹은 업사이클링 제품 이용하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솟솟1
코오롱스포츠 솟솟리버스의 김영혜 액티비스트가 첫 번째 연사로 발표를 진행했다. 

솟솟2

탑동 매장은 별도의 마감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제주에서 수거한 해양 폐기물을 재사용해 공간을 꾸몄다. ⓒ코오롱스포츠 


다시 비영리, 그리고 비영리스타트업

“자본의 힘이 더 커지고, 숫자가 세상을 지배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은 어느 순간 영리기업이 추구하는 사업으로 둔갑했습니다. 날로 복잡다단해지는 사회문제 해결에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비영리의 탄생이 필요합니다.”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대표가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비영리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는 이유를 각 조직의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이들이 창출하는 가치의 사회적 파급력은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입다 연구소, 지구 닦는 사람들, 오늘의 행동, 니트 생활자 등 그동안 재단이 지원해온 비영리스타트업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다음세대재단1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대표는 복잡다단해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비영리 스타트업에서 찾는다. 

다음세대재단2

건강한 비영리 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비영리스타트업 상시 발굴 체계를 구축했다. ⓒnpostartups.org


사람을 잇다, 사람이 있다

삼달다방의 이상엽 대표가 1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이곳은 ‘다방’이란 이름 때문에 카페로 짐짓 오해할 수도 있으나 장애인, 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누구나 마음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람을 잇다, 사람이 있다’를 주제로 한 그의 발표는 오랫동안 큰 여운을 남겼다. 

“물리적 장벽뿐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모든 사람이 차별과 배제 없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 만든 공간입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했으면 좋겠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서로 연결되고 함께 응원하면서 지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삼달다방1
삼달다방의 이상엽 대표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삼달다방2-1

장애와 비장애,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 함께 탈 수 있는 삼달다방의 통합그네처럼 말이다. @samdaldabang


공익변호사단체는 어떻게 임팩트를 만드는가

2부에서는 김남연 변호사가 첫 번째 연사로 나섰다. 그가 속한 사단법인 두루는 한국에서 전업 공익변호사가 가장 많은 비영리단체로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 소송과 자문, 연구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장애인, 노약자, 유모차 등이 1층 가게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 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이겼다. 하지만 이동 약자가 처한 현실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법에서 시작했지만, 법을 뛰어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변호사, 활동가, 건축사, 디자이너 등이 모여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회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실질적 해결책을 얻기 위해서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변호사1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사단법인 두루의 김남연 변호사.

변호사2

이동 약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토크콘서트와 캠페인을 벌였는데,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볼 수 있다. @duroo2014


유휴공간을 로컬 브랜드의 가치로 높이는 공간으로

“2011년 제주대학교 창업동아리로 시작해 벌써 13년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회사 정체성을 고민할 만큼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했지만, 그동안 해왔던 하나하나의 프로젝트가 기반이 되어 2022년에는 효리네 민박에 나왔던 ‘소길별하’를 운영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주의 청년기업 일로와의 이금재 대표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지난 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버팀목이 된 것도, 성공의 실마리가 된 것도 모두 ‘사람’이었다. 도내 여러 기업과 맺은 네트워크가 가장 큰 자산임을 깨달은 이후 제주의 로컬 브랜드와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 판로를 개척하고, 지속가능한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로와1
주식회사 일로와 이금재 대표는 제주의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상생하며 성장하길 바란다. 

일로와2

현재 ‘소길별하’를 운영하며 로컬 브랜드 제품을 100% 매입하여 책임판매를 하고 있다. ⓒsogilbyeolha.com


한라산 아래 첫 마을 광평리 공동체 실험실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 강상욱 이사가 마지막 발표를 위해 연단에 올라섰다. 

“해발 500m에 있는 데다 어르신이 많은 마을이니 곧 사라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던 메일을 건강한 먹거리로 만들어 마을을 다시 한번 살려보자고 다 같이 합의를 했죠. 노인회장님이 제안한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을 법인 이름으로 정했어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걱정을 희망으로 바꾸는 힘은 온전히 주민 자치에게 나왔다. 토종종자로 100% 무농약 메밀을 생산하고, 정성껏 가공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며, 체험 프로그램과 마을 축제를 여는 등 모두가 합심하며 열정을 쏟은 결과였다.

첫마을1
강상욱 이사는 6차산업으로 마을공동체를 회복한 한라산아래첫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사례를 들려주었다. 

첫마을2

식당과 마을 카페를 운영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메밀가루, 메밀 티백차 등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hallasan1950m.kr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질문 

연사들의 발표를 듣고 토론을 나눈 1, 2부에 이어 3부에서는 참여자들 간의 네트워킹 시간이 펼쳐졌다. 신규조직은 아직 규모가 작아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호 연대하며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열의를 가지고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분명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사회적가치를 만들어가는 다채로운 방식과 지향점을 공유하기 위해 열린 〈좋은 세상, ‘가치’ 기대해〉. 누군가에게는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자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생태계를 접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다양한 주체들과 교류하며 사회적가치 창출을 도모하는 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412478082_665136999146965_5965511136676198676_n
1부와 2부로 나누어 각각 연사들의 발표를 듣고,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412409338_665136925813639_5716425600392699545_n

따뜻한 연말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