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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께 살아갈 우리의 이웃입니다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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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센터는 미등록 외국인과 난민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을 돕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마땅한 일이라고 말하는 김상훈 사무국장.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할 때 소모적 논쟁이 줄어들고, 건설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오미센터 예습하기
2004년 2월,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로 설립되었다. 2015년 7월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도내 미등록 외국인과 난민 관련 지원을 해왔다. 지난 몇 년 사이 체류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민관협력 기획형 리빙랩 사업추진을 통해 이들의 지역사회 정착 방안과 돌봄 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나오미센터’라고 이름을 지은 연유가 궁금합니다.

천주교는 지역마다 이주민과 난민의 인권과 권리를 위한 이주사목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신자라면 누구나 대충 들어도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우리 센터는 이름 그대로 제주교구에 있는 외국 국적 이주민(이하 ‘이주민’)을 도와주는 곳입니다. 2004년부터 이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요일 오후 2시에 영어 미사를 하고, 이후엔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렵다는 거예요. 더군다나 외국인이라면 어떻겠어요? 그래서 주교님께 쉽게 부를 수 있는 닉네임을 지어 달라고 부탁드렸죠. ‘나오미’는 구약성경 중 ‘룻기’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외국인 며느리 룻을 인종과 나이, 신분의 차별 없이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요. 제주도에 있는 이주민을 그처럼 잘 도와주라는 뜻이 담겨 있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시던데, 짤막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주민과 난민들을 위한 상담(법률 및 인권 등)과 한국어 교육, 병원 진료 동행, 그리고 주거와 직업 등 생계문제를 해결해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예멘 내전이 길어지면서 무비자로 입국한 난민의 수가 급격히 늘었고, 이때 부모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도 많아졌거든요. 요즘에는 그러한 이주민 아이들을 위해 힘을 쏟고 있어요. 오자마자 어른은 일터로 가야 하니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학교로 보내지는데,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달라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요. 4층에 있는 공부방에서 학습과 심리 상담을 병행하면서 온전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어요. 원도심이 아닌 지역은 부모의 손을 잡고 일요일마다 찾아온답니다. 일주일 치 가정통신문을 들고 오면 우리가 일일이 번역해서 숙제나 준비물을 알려주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제주에는 우리밖에 없다 보니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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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센터 4층에 마련된 공부방. 아이들은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자존감을 키운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는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센터 직원 몇몇 분이 설문조사를 하러 오셨어요. 원도심 일대의 교통체증과 주차공간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과 차량을 공유하는 대안이동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한테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센터에 설치한 나눔 냉장고를 알리러 오셨더라고요. 우리 센터와 이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죠. 먹는 습관이 달라서 반찬은 안 되고 기왕이면 원재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말씀드렸어요. 이후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오가면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친해졌어요. 


지난해 민관협력 기획형 리빙랩 사업을 추진하셨던데, 어떤 내용이었나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대거 축소되면서 이주민들의 삶도 확 뒤바뀌었어요. 지역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 그러니까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나 아이들 등하교 문제처럼 실생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예요. 게다가 외국인 지인들끼리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한국어가 서툴러 신뢰할 만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커뮤니티 활성화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협업한 덕분에 이주민들의 지역사회 정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생활환경 조사를 진행하면서 종합적인 수요를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을 구현하려면 아무래도 언어가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응답자들만 봐도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스라랑카, 필리핀, 캄보디아, 러시아 등 언어가 무척이나 다양했거든요. 여러 언어로 제공하면 좋겠지만 제대로 구현하려면 시간은 물론 돈도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차선책을 찾자는 심정으로 설문을 진행했죠. 그런데 조사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밝혀졌어요. 응답한 이주민의 상당수가 모국어 다음으로 소통 가능한 제2외국어로 한국어로 꼽았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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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주민과 난민들의 행복을 찾아주고자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의료지원과 한국어 교육, 법률 상담 등을 진행한다.

 

앞으로는 외국인을 만나면 그냥 밝은 얼굴로 한국어를 쓸까 봐요. (웃음)

맞아요.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 울렁증 때문에 얼음처럼 굳어 버리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거꾸로 한번 생각해보세요. 만일 프랑스나 독일에 일하러 갔다면 영어로 질문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서툴더라도 그들의 언어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게 나을까요? 같은 이치예요.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은 당연히 안되지만, 반대로 우리가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인식입니다. 이 친구들도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직접 해야만 합니다. 불쌍한 사람이니까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큰 소리로 또박또박 한국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의식개선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말이 좀 서툴고 발음이 이상하면 되물어 보면서 의사소통하면 되죠. 

 

최근 제주도 내 이주민이 늘었다고 들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나가보면 제주 농촌 인력의 90%가 외국인이에요. 그중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한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코로나19 이후 일손은 계속해서 부족했고, 여기에 원자재 폭등까지 겪고 있어서 농민이 유일하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뿐이에요. 그들이 없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여러 시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실정이죠. 합법적인 틀 안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황조사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민관협력 기획형 리빙랩 사업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제주 농가 이주민 거주 및 고용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간해 공유하며, 제주인권 포럼 등에서 공론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2023 민관협력 기획형 리빙랩 '외국 국적 이주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마을공동체 중심 기초현황 조사’
2022년 민관협력 기획형 리빙랩 사업에 이어 올해는 전문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농업 중심의 마을공동체 내 외국 국적 이주민의 거주 및 고용 등에 관한 현황조사를 실시하여 향후 도내 외국 국적 이주민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과 사회관계망 형성의 계기와 실효성이 있는 정책적 대안 마련의 뒷받침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