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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 당신의 삶, 당신의 일 : 조인래 대표2023.07.25


2023 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

 

 

제주시소통협력센터 4층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모두의 실험실'이 자리해 있습니다.

10개의 기업, 10개의 분야, 10가지의 가치.

입주단체 수 만큼 다른 사회적 가치들이 모여 있고, 아주 다른 일을 하는 듯 하면서도 그들은 서로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는 사회적 연대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확장해 나가고 있는 이들의 삶과 일을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

입주단체 인터뷰 시리즈 [당신의 삶, 당신의 일]을 시작합니다.

 

그 첫번째 주인공, 랄라고고 주식회사의 조인래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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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 왔어요. 스파이크리 감독의 “Do the Right Thing”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옳은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걸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어디선가 그런 말을 봤어요. 전쟁에 반대하지 말고, 평화에 찬성하라고. 그 때 결심했죠. 나는 평화에 찬성하는 즐겁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세상을 바꿀 거라고."  - 조인래 대표의 인터뷰 중



 

제주도에 뭐 재미있는 일 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레터가 있습니다.

‘픽제주 뉴스레터’는 매주 제주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와 행사, 각종 지원사업 등의 다양한 소식을 알차게 전해주는데요.

여기서 빼먹어서는 안 될 ’ 파트는 바로 <제주살이 능력고사>제주토박이조차 잘 모를 법한 재미있는 퀴즈들이 매주 새롭게 등장합니다.

오프라인으로도 제주살이 능력고사에 참여해 일정 점수를 획득하면 제주살이 능력자 인증서가 발급되고인증서가 있으면 다양한 제휴 업체 할인도 받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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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lagogo.co.kr

 

그런데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장마철 제주에서는 뭐 하고 놀지제주에서 집 구하는 꿀팁은제주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

제주도민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썰퇴근 후 오름과 바다로 출근하는 세상. 부러운 제주 브이로그가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업로드됩니다뉴스레터와 능력고사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제주살이 콘텐츠로 유입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픽제주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에도 참여하게 됩니다제주에 사는 사람들그리고 제주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제주의 매력에 빠져들어가게 되는 거죠이른바 픽제주 유니버스입니다.

  

이런 ‘픽제주 유니버스’를 만들어낸 곳은 제주의 작은 콘텐츠 회사랄라고고입니다.

 

“잘먹고 잘 사는 제주씨”라는 슬로건 아래, 모두의 즐거운 제주살이를 돕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죠.

랄라고고의 조인래 대표는 처음 제주에 관한 뉴스레터로 시작해서 유튜브와 책매달 열리는 온오프라인 이벤트로 그 영역을 확장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겪었습니다즐겁고 행복한 제주살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의 삶은 피폐해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요최근에는 대상포진에까지 걸렸다며 쓴웃음을 지었지만그럼에도 랄라고고와 제주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던 조인래 대표.

 

스스로에게 지어준 별명도 물비늘입니다.

잔잔한 물결이 햇살에 비치는 모양이라니제주의 자연과 바다를 누비는 그에게 딱 맞는 이름이다 싶었습니다.

 


 

STEP 1. 세상의 문제에 불평하던 사람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싶어지다

 

작곡을 전공하고 예술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자 했던 조인래 대표. 그러나 NGO와 일하면서 계속해서 바뀌지 않는 사회 문제들을 보며 점점 화가 치밀었다고 해요. 하지만 직장과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는 화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았죠.

그러다 우연히 만난 문장이 그의 사고방식을 바꿉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모임보다 평화에 찬성하는 모임을 하라는 말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 말이 유독 와 닿더라고요. 그 때 결심했죠. 전쟁에 반대하는 측이 아니라, 평화에 찬성하는 측에 서겠다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만들고자 결심한 조인래대표는 자신의 소신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팟캐스트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들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퍼뜨린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구호재단, NGO, 사회적기업, 청년농부, 인디뮤지션, 공정무역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스로의 삶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옳음과 행복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받아서 제주에 내려올 결심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나의 행복을 위해서 너무 많은 걸 재지 말자, 생각하면 그냥 도전해보자. 이런 삶의 태도가 이후 제주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줄은, 이 때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STEP 2.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 해도결과가 다 좋을 수는 없다

 

이주를 결정하기 전에도 여행으로 제주를 많이 다녔지만, 일상이 된 제주의 삶은 더욱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제주에 살며 사무직이 아닌, 몸으로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자 결심하고 육지에서 배웠던 프리다이빙 강사 라이센스도 취득했습니다. 프리다이빙과 트레일러닝을 하며 만나는 제주의 자연에 흠뻑 빠지게 된 그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제주 자연이 가진 가치를 온전히 두기보다, 자꾸만 인공적인 개발을 하려고 하는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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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데, 개발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제가 보기엔 황금 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제주의 온전한 자연으로도 충분히 고부가가치의 사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동네 청년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고,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지않고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어린이 캠프를 운영하기도 하고,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죠.

그 와중에도 프리다이빙 강사도 병행해 일하면서그는 점차 스스로가 소진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해요.

 

일은 점점 많아지고,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고,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이의 공감대를 처음처럼 유지할 수 없어졌습니다.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갈 만큼의 수익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여러 문제로 고민이 많아지던 그 때, 바로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STEP 3. 픽제주 유니버스의 탄생과 확장

 

코로나로 인해 협동조합도 그만두고 프리다이빙 강사도 접게 됐죠.

제주에 사니까 기후 변화가 더욱 여실히 느껴지거든요팬데믹이라는 상황이 짧은 주기로 찾아오게 된다면, 이제 더 이상은 아웃도어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나 비즈니스가 영속하지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야할까?”

 

조인래 대표는 다시 디지털 콘텐츠의 세계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팀원을 모아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여기에 랄라고고 주식회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법인사업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거죠.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궤적이 그대로 담겨있는 회사, 랄라고고 주식회사는 이렇게 탄생하게 됐습니다.

 

랄라고고의 핵심은 바로 제주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디지털화해서 유통하는 것입니다.픽제주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뉴스레터와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시작했죠. 처음엔 관광객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기획했지만, 비슷한 컨셉의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관광객이 아닌 제주에 사는 사람들, 제주에 살고 싶은 사람들로 타겟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로 ‘7가지 제주 바다 액티비티 가이드’, ‘제주살이 능력고사등 종이책을 발간하고, 오프라인으로 제주살이 능력고사도 개최하며 꾸준히, 멈추지 않고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픽제주 유니버스의 팬들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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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4. 제주의 연결고리 우리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법

 

지금 랄라고고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들은 제주의 청년들이에요. 지역붕괴가 심해지고 제주 역시 매년 제주 청년 유입인구가 줄어들고 있거든요직장이나 문화적인 문제, 지역의 고령화, 낮은출생률 문제들이 합쳐져서 이제는 진짜 대안을 찾지 않으면, 제가 사랑하는 제주가 이러다 사라져 버리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희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게 청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청년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죠. 제주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만들자. 잘먹고, 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그런 콘텐츠물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저희는 즐겁고 재밌는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어요. 뭐든지 재미가 있어야 오래 갈 수 있잖아요."

  

제주와 청년을 즐겁게 이어주는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회사, 그러니 픽제주가 만드는 콘텐츠에 사람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습니다.

조인래 대표는 랄라고고의 다음 미션은 픽제주 홈페이지를 리뉴얼하고,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제주 청년들의 커뮤니티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제주의 사람들이 더불어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요.

 

랄라고고만의 스타일 안에서, 제주의 다양한 요소들을 서로 이어주는 게 궁극적인 목표죠. 제주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생산자, 예술가, 농부들이 있잖아요.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청년들에게 이어주는 제주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어요."

 


 

Side Step.


조인래 대표를 보고 있으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사랑이 떠오릅니다. 강형욱 훈련사나 오은영박사도 말하잖아요. 그냥 오냐오냐 예뻐하기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사랑하는 존재의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랑이라고요. 세상을 사랑하고, 제주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그는 지금도 사랑하는 존재들이 처한 문제에 공감하고, 이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답게 즐겁고 행복한 해결방법을 찾는 것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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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기획 및 총괄 : 기반조성팀 고하음

인터뷰글 : 정다운 에디터(@bloom.je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