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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모두에게 이로운 선택2022.10.24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신을까’ 하는 일상적인 소비를 현명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조금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착한 소비 전성시대를 이끄는 ‘미닝아웃’에 대하여.  


지구를 위한 슬기로운 미닝아웃 소비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에 ‘벽장 안에서 나오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단어로, 소비 활동에 자신의 취향이나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가치 소비,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호하는 그린슈머(Greensumer) 등이 대표적인 미닝아웃으로 꼽을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이 이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주체가 대거 등장하며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조금 다르다. 과거 정부와 시민단체가 불씨를 지폈다면 최근에는 그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완전히 넘어간 모양새를 보인다. 

그 중심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가 있다. 이들의 미닝아웃은 과거처럼 무겁지 않다. 거창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하고, 다양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플라스틱 어택’과 같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것이 과거의 캠페인이나 소비운동과는 다른 점이다. 


소비자 제안을 받아들여 일회용 빨대가 없는 패키지를 출시한 상하농장(상)과 빵칼 줄이기에 나선 뚜레쥬르(하) 


폐품으로 만드는 명품 못지않은 가치

이들은 기업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는지 등을 확인한 후 제품을 구매한다. MZ세대를 필두로 달라진 이러한 소비 경향은 시나브로 녹아들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들도 가치 소비, 착한 소비를 위한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특히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 바로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업계다. 미닝아웃 취향을 저격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브랜드로 단연 프라이탁(Freitag)을 꼽을 수 있다. 화물차 덮개와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한 재활용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데 디자인과 색상이 모두 다르다. 해체와 재단을 거치며 패턴과 모양까지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지저분한 흠집이 프라이탁에서는 유니크한 매력의 훈장이 된다. 

생산공정 또한 친환경 사고가 여실히 묻어있다. 먼저 프라이탁의 본사가 있는 취리히의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는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졌다. 심지어는 공장에서 나오는 에너지까지 재활용한다. 기계를 돌리고 남은 폐열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연간 140일 이상이 비가 내리는 스위스 특성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 가방 제작에 사용한다.

최근에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프라이탁 사용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라이프를 권장하고자 만든 플랫폼 스왑(S.W.A.P)을 통해 서로의 가방을 구경하고 교환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순환을 통해 제2의, 제3의 가치를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체와 재단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이 탄생한다(상),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를 활용한 취리히 매장(하). 


크루얼티프리,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환경만큼이나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동물권 보호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실제로 콧대 높은 명품들도 앞다퉈 모피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퍼 프리(fur-free) 선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비건 가죽(Vegan Leather)이 대세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친환경 대체 가죽 기업인 마이코웍스(MycoWorks)는 곰팡이 종류 가운데 하나인 버섯의 몸체를 구성하는 균사체로 일명 ‘버섯 가죽’을 만드는데, 현재 에르메스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일 폐기물을 활용해 가죽을 만들기도 한다. 

영국 디자이너 카르멘 히요사가 개발한 피냐텍스(Piñatex)가 대표적이다. 수확 후 버려지는 파인애플 잎사귀와 줄기에서 섬유질을 추출한 뒤 이를 말려 왁스로 가공해 비건 가죽을 만든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와 나이키 등이 피냐텍스로 만든 운동화를 지난해 출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원물산에서 생산하는 하운지(HAUNJI)가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친환경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인조 가죽보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데다 면과 종이가 주재료이기 때문에 버려도 땅속에서 쉽게 분해된다. 게다가 한지의 원료가 닥나무인 덕에 항균, 소취 기능이 뛰어난 것도 다른 가죽에서 찾을 수 없는 장점이다.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만든 마이코웍스의 버섯 가죽(상), 파인애플 소재를 활용한 나이키의 운동화(하)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미닝아웃의 확산으로 ‘착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혁신적인 소셜벤처(Social Venture)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리와인드(REWIND)는 불가피하게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스타트업. 옥수수 대로 만든 PLA, 사탕수수 펄프, 밀짚 펄프 등 모두 건초류를 원료로 만들어 생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 쓴 제품은 SK, 현대차 등의 대기업과 협력해 열쇠고리나 골프 티(tee)를 제작하는 회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증진을 위해 텃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친환경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동구밭 팩토리는 전 직원의 50% 이상이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제품 생산과정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천연비누를 주요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고체샴푸와 린스, 화장품 등으로 품목을 넓히며 소셜벤처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밖에도 공정무역, 대안경제, 지역화폐(공동체화폐), 나눔과 기부, 돌봄 등의 이슈를 제시하며 소비자의 착한 선택을 기다리는 곳들이 많다. 좀 더 행복하고 안정적인 사회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우리 주변의 문제부터 당당히 미닝아웃을 실천해보자.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하며 일회용품의 대안을 제시하는 리와인드(상), 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 동구밭 팩토리(하) 


쓰레기 자원으로 만난 사이 @scuearth_re

제주시소통협력센터는 제주에서의 삶과 지역 문제에 대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주민 간의 만남과 연결을 지원하는 ‘제주로 만난 사이’를 2020년 진행했다. 그중 ‘쓰레기 자원으로 만난 사이’는 제주 업사이클링 디자인기업 알이, 해양 쓰레기에 오브제나 스토리를 입혀 전시하는 김지환 작가와 김기대 작가, 폐플라스틱으로 가구를 제작하는 허영건 작가,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제주 쓰레기에 대한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현장을 탐방하고, 제주 내의 이른바 쓰레기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원순환 방안을 제시했다.

 https://www.jejusotong.kr/innovation/archive_view.html?idx=5414&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