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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제주생활실험에 딴지 걸기2021.10.26

제주생활실험에 딴지 걸기

저 의제가 정말 문제일까? 해결책이란 게 있기는 한 걸까? 과감한 실행력으로 진정한 문제해결을위해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제주생활실험 8팀에게 딴지를 걸어 보았다. 우문현답 같았다. 


과연 ‘누구나’ 안전하게 제주를 누빌 수 있을까?    

제주밸리ㅣ기존 배리어프리 정보 검증 및 개선
관광지로 이름 날리는 제주에서 노인이나 장애인, 유아 동반 가족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분산된 점을 간파했다. 실제로 여행지를 발로 뛰며 모니터링했다. 당사자가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이 많은 제주에, 모두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어디?   


Q. 2013년부터 도내 조례에서 배리어프리 관련 법을 제정, 실행하고 있다. 굳이 이 같은 검증이 필요했나?  

실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이해당사자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측면이 많았다. 제주 여행의 배리어프리 정보는 제주관광공사와 두루누리 여행사 두 곳에 올라와 있긴 하다. 배리어프리 관광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보도블록의 유무나 수어/외국어 제공 서비스 등의 항목을 추가해 총 15곳의 관광지(올레 시장, 쇠소깍, 기당 미술관 등)를 모니터링해봤다. 그 중 단 7곳만 부합했다. 무장애 제주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장애 in 제주’ 앱도 있으나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대상이 활용하기엔 어려웠다. 앞으로 이번 제주생활실험으로 습득한 개선점과 함께 사회복지사, 수어 통역인, 외국인으로 구성된 배리어프리 탐사대를 만들어 사회적 약자가 실제로 편한 여행을 즐기는 체감에 집중할 예정이다. 

 


저기, ‘꿀잼’ 농사 한 번 해보실라우? 

수누름협동조합ㅣ친환경 농가 일손 부족 문제해결 

농업 종사자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인력 충당도 어렵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하여야 할 친환경 농업의 일손을 도민 참여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농업의 지속 가능성. 우리 함께라면 당연히 가능!  


Q. 프로젝트대로 주민들이 하나의 문화나 여가로서 농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노동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아는데. 

‘농업은 힘들다.’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친환경 농업의 가치와 재미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정 지역을 중심으로 친환경 농가를 파악해 협업하는 시도를 했다. 농가는 농지와 농업 관련 지식 등을 지원하고, 프로그램 참여자는 일손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거다. 참여 유도를 위해 농산물과 더불어 이를 활용한 식사를 나누는 혜택을 제공했다. 트레킹 코스 체험 프로그램을 곁들인 것 역시 같은 궤다. 숙련자를 원하는 농가와 재미를 느끼고 싶은 참여자 사이의 갈등도 있었지만, 이는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당연한 시행착오였다. 농가의 만족도를 통해 사업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K-LOCAL(@k_local.kr)이란 플랫폼을 통해 전국의 농가를 대상으로 로컬을 연결하는 비전을 갖게 됐다. 



문화예술이 코로나 블루의 해결책이 될까?  

돌하르방미술관ㅣ다 함께 방사탑  

비대면으로 인해 깊어가는 단절감을 주민들과 함께 방사탑을 쌓는 예술 행위를 통해 해소해보고자 했다. 실험 이후 다양한 구성원의 코로나블루 현상을 해소하는 활동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게 됐다.



코로나19의 종식은 물론 우리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방사탑이 쌓였다.  


Q. 문화예술 중 굳이 석 조각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더 쉽고 편한 작품을 함께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다른 분야는 언택트로 인한 소외 계층의 참여까지 끌어내기에 매력이 부족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5회에 걸쳐 총 49명의 참가자와 함께 돌조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시간가량 무거운 정과 망치를 들고 작업해야 하는 수고가 따랐다. 돌조각을 쌓아 올려 방사탑을 세운 후 탑 안에는 옛 주민이 풍요와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을 염원하며 묻은 주걱과 무쇠솥 대신 코로나19의 종식을 기원하는 마스크를 묻었다. 육체적으론 힘들었을지라도 방사탑의 의미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분명했고 명상, 힐링, 회복의 경험을 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를 통해 배우는 게 더 많았다. 모든 순간을 성장의 기회로 만들고자 애쓰는 여러 기관과 참여자로부터 느낀 것, 바로 가능성이었다. 



아니, ‘똥손’인 내가 가구를 만든다고?  

크래프트401ㅣ 지속가능한 생활 목공 시스템 구축

소규모 가구의 가격대비 낮은 품질, 더불어 가구류 배송 불가란 지역적 한계가 있는 제주.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만 있다면! 손쉽게 생활 목공을 접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



나에게 딱 맞는 목공 제품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그 기회를 잡은 움직임들.  


Q. 스스로 DIY엔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도는 아닌가? 

물론 처음엔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3회차에 걸쳐 나에게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드는 생활 목공 워크숍을 진행했다. 1인 가구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내 가구를 제작하고,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2회에 걸쳐 DIY 목공을 제공했다. 할 수 있을지 주저하던 의심이 디자인을 완성한 후 심지어 팔아도 되겠다는 변화의 목소리를 낳았다. 참여자의 목공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의 폭은 크게 차이가 나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가구를 만들어 만족하고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일단 해보면 대부분 재미를 붙였다. 다만, 이것이 하나의 이벤트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지속해서 목공을 활용하는 문화 조성의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좀 더 넓고 여러 공구를 갖춘 제작 공간의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의 삶과 환경을 훔치는 빛을 아시나요?  

마린ㅣ빛 공해 인식 제고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란 이유로 지지부진해지는 빛 공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늘의 별빛과 반딧불이를 지키는 일은 인간과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는 절대 중요한 일이니까.



우리의 밤을 지키는 일은 낮을 보호하는 일. 환경은 물론 우리의 사라지는 감수성도 생각해야 한다. @김수오 


Q. 빛 공해라고?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인공조명은 일상생활에서조차 없으면 안될 우리 문명의 일부다. 그러나 인공조명의 남발과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와 생명체의 멸종 위기, 에너지 낭비, 수면 방해로 인한 건강 문제 등의 현실을 부인해선 안된다. 2015년 제주도 내 인공조명과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조명환경관리구역’이 지정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아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재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 제주의 자랑이었던 밤하늘의 별빛, 청정 지표종인 반딧불이가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환경이 파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거다. 각 3차에 걸친 밤하늘 답사와 주민이 참여한 탐사를 통해 별과 반딧불이를 관측하거나 도시 빛 공해를 논의했다. 다양한 야간 콘텐츠의 확보를 통해 빛 공해의 문제 인식은 지속할 예정이다. 


‘마린’의 속 깊은 이야기로 가는 법 

https://www.jejusotong.kr/communication/blog_view.html?page=3&idx=6138 

 

 

SNS 속에서 도민들이 뭉칠 수 있을까?  

㈜아일랜드스토리ㅣSNS를 통한 소통문화 확산 

현재 제주에서 일어나는 마을이나 주민 간 문제의 실체는 원활하지 않은 소통. 제주도민의 알 권리와 말할 권리를 보장받는 온라인 소통 공간을 여는 시도를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제주보카 8탄 ‘제주도 개발은 어디까지?’ 중 일부. 여러 주민의 시선 차 인터뷰를 담아낸다.  


Q.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을 SNS 콘텐츠로 푼다는 시도가 신선하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성과가 있었나?

지역 문제에 찬성과 반대를 하는 주민의 견해 차이를 동일하게 보여주는지 늘 고민했다. 그래서 지역 문제를 다루는 SNS 콘텐츠 시리즈를 만들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서로 나누는 ‘들어보카’와 마을 이야기를 다루는 ‘포구뉴스’의 두 가지 콘텐츠 축을 세우고, 카드 뉴스와 영상 등의 콘텐츠로 완성해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올렸다. 주제는 야간 해루질 제86호 고시에 대한 도내 어촌계 해녀와 레저인의 입장차,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관한 제주시 동문시장 상인의 심정 등 12가지 정도다. 주민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소통의 벽을 낮춘 점과 마을 주민이 직접 전하는 마을별 이야기로 재미를 준 성과가 있었다. 앞으로 도민들이 활발히 소통하고 교류하는 뉴스를 향해 전진할 예정이다.  

 

 

계속할 수 있나요, 나의 채식 생활?    

(사)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ㅣ제주 지역 내 채식 접근성 향상 

제주비건지도 보러가기 http://jejuvegan.com/vegan_map 

제주 내에서 지속가능한 채식 생활을 위한 프로젝트다. 올바른 제주 전용 채식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맵을 개발, 커뮤니티를 구축해 건강한 채식 문화의 확산을 기대했다.



어쩌면 그간 발을 동동 굴렀을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맵. 비건 및 비건 옵션 식당, 베이커리까지 모았다. 


Q. 제주에서도 채식주의자의 먹을 권리가 보장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 식당에 비건 옵션 메뉴 개발을 제안했는데 쉽게 수락하던가? 

서포터즈 5인을 구성해 현장 조사를 하고, 총 38개의 식당에 비건 옵션 메뉴 추가를 제안했다. 진심 어린 비건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고무적이게도 이 중 21곳이 수락했다. 다만 인력 부족으로 수락한 식당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과 협력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네트워크가 끊기는 사례가 있었다. 새로 생기는 수만큼 문을 닫는 비건 식당 및 비건 옵션 식당도 많았다. 실망은 이르다. 여러 시행착오 가운데 여전히 비건, 비건 옵션 식당과의 연대가 생겼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정기적인 네트워크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식주의자 간의 커뮤니티 활동을 확대 진행하고, 비건 온라인 맵 역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 제주도민의 채식 접근성을 높이는 그날까지. 

 

 

저기, 지금 아이 좀 맡아줄 수 있을까?   

함께돌봄 협동조합ㅣ 비상시 돌봄 공백 문제 해결 

갑자기, 단시간의 돌봄이 필요할 때 어디로 가야 할까? 기존 보육 시설이나 보호자를 대동해야 하는 놀이방 등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돌봄 사각지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해답안 중 하나를 시행했다.



“저도 해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자진해서 참여하는 시간. 이들 돌봄의 기초는 놀이였다.  


Q. 돌봄 자체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비상시를 고려했다. 과연 가능한 일인가?  

사업 대상지를 용담1동 세대공감센터로 잡고 긴급 돌봄 서비스를 시도해 봤다. 돌봄의 대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11회에 걸쳐 시범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부모님과 의견을 나누다 보니,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다. 프로그램의 질과 양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놀면서 어울리는 장소가 존재하는 지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거다. 3D 미술과 초등 학습, 마술 등을 주제로, 교육보다 놀이 및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사전 신청이 필요 없어 누구나 원할 때 참여 가능한 방식과 부모와 따로 또 같이 가능한 유연한 프로그램에 흡족해했다. 사업화의 실마리를 확인한 현재, 비상시 돌봄을 지역의 방과 후 교육과 더불어 운영하는 사업으로 키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