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 HOME
  • 소식알림
  • 현장리뷰
[톡톡카페 시즌3] 혼자라서 힘든가요?_박영2022.09.06

‘톡톡카페란?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 방송으로 편성한 토크 프로그램. 

질문을 가지고 다양한 주체를 만나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찾아가는 톡톡카페 시즌3!'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형 

음료와 질문에 대한 이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여자들이 편한, 함께 성장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은 의사

로즈앤의원 박영 원장

노형동에서 산부인과를 운영 중인 박영 원장을 만났다. 딱딱한 조직 문화와 상명하복식 구조가 적응하기 힘들었던 그는 실리콘밸리의 수평적 구조를 병원에 꽃피우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병원 문을 열었다. 

개원 후 3년 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평적 구조보다 직원 간의 신뢰가 더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 그는 

병원 직원들 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께 성장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은 그를 만나본다.

#산부인과 #수평적인조직문화 #책읽는의사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3년째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박영 원장은 봉직의 시절, 기존의 의사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의사들은 무조건 상명하복해야 하는지?라는 물음을 던지면 안 되는지 이해가 단 됐다. 그래서 자신이 병원을 개원한다면 대체인력이 있는 병원, 워라밸 시스템의 도입, 애가 아프면 눈치 안보고 퇴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도 도입하고 싶어 실리콘밸리에 관한 책을 읽으며 벤치마킹을 고민했다. 그러나 개원하고 보니 IT 기업과 병원은 같을 수 없었다. 왜 의사 문화가 존재하는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거나 책임소재 불분명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지금은 각자의 분야에서 가지는 역할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

그는 오랫동안 상명하복식 구조 속에 있다 보니 피드백을 하거나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병원을 개원하니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아무리 수평적으로 피드백한다 해도 기성세대인 자신의 이야기를 대부분 MZ 세대인 직원들이 느끼기엔 꼰대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병원을 나가는 직원도 생기다 보니 어떻게 눈높이를 맞춰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들이 모여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자기 생각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갈등을 피하면 혼란을 예방하는 기능을 하는데, 상사가 자기 생각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으면 재앙이 벌어진다' 라는 구절을 읽고, 내생각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 피드백하려고 노력했다. 개원 3년 차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솔직한 피드백 보다 같이 일하는 서로 간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직원들과 함께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병원에서는 모두가 지켜야 하는 두 가지 약속이 있다. 첫 번째는 누군가 자기 실수를 얘기했을 때 그 용기를 칭찬부터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누군가 의견을 냈을 때 부정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구성원 모두가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 속에서 배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에 가서 일하다 보니 아는 사람도 한정적이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 어려웠다. 궁금한 게 있을 때 멘토를 만나고 싶어도 실제로 만나기가 어려우니 그럴 때마다 서점을 찾아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배웠다. 육지에서는 독서 모임을 하며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제주에 이주하니 그런 시간도 어려웠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집에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서로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게 흥미로웠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점점 사고가 확장됨을 느꼈다.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병원 1층에 직원들의 휴게를 위해 빌린 공간을 중심으로 북클럽 모임을 키워나갔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일궈낸 시작이었다. 그는 병원 문화나 업무에서도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책을 통해 내부 조직 문화를 만들면 우리만의 브랜딩이 형성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그래서 직원 복지로 원하는 책은 병원에서 구매하여 무료로 볼 수 있게끔 하고 있다.

 

혼자라서 힘든가요

봉직의 시절에는 그저 혼자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기에 옆 사람은 그냥 직원 동료였고, 자신이 친한 직원 빼고는 주변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병원을 개원하고, 갚아야 할 대출 빚과 책임져야 할 직원들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지만, 그는 지금이 훨씬 더 좋다. 함께하면서 이야기할 것이 더 많아지고, 공감하는 시간이 좋기 때문이다. 처음 혼자서 병원을 개원했을 때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이 상의할 사람이 없었다. 의학적 질문이 생기면 그 답을 찾아내는 건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지금은 함께 하는 의사가 4명이 더 생기고, 상의할 직원들이 생기니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병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병원을 찾는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병원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 말하기를 럭셔리한 삶이란 좋은 차, 좋은 집을 가지고 있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금이 제일 럭셔리한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지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