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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카페 시즌3] 너무 빠르지 않나요?_김영주2022.09.26


‘톡톡카페란?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 방송으로 편성한 토크 프로그램. 

질문을 가지고 다양한 주체를 만나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찾아가는 톡톡카페 시즌3!'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형 

음료와 질문에 대한 이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은퇴 후 제주에서 시작한 프로 N잡러의 삶

김영주 해설사

오랜 시간 패션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올레길의 매력에 빠져 제주로 내려온 김영주 해설사를 만났다. 치열했던 삶을 벗어나 은퇴 후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내려온 제주에서는 N잡러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수많은 직업으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비법은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준비하는 것이라 말한다. 제주의 남아있는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며, 사람들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프로N잡러 #바르게걷는법 #조기은퇴

 은퇴 후 제주로

서울에서 31년 간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김영주 씨는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었다. 일에 대한 욕심과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다는 목표로 뼈를 갈아 넣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하며 살다 보니 건강도 잃고, 남들에게 상처를 주며 사는 자신을 발견했다. 나의 목적을 위해 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물음이 스스로 생겼다. 그래서 치열했던 삶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9년 전 조금 빠른 은퇴를 결정하고 제주로 내려왔다. 올레길의 매력에 빠진 그는 현재 제주 안내센터에서 일주일에 3번 안내사로 근무하며 올레길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낀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중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직업 멘토 활동도 하고 건축문화기행 해설사 활동도 겸하고 있다. 제주에 내려와 걷기가 좋아서 무작정 걷다 디스크가 터진 이후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바르게 걷는 방법을 연구하다 걷기 지도사 자격증과 노르딕 워킹 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 오름과 한라산 둘레길 리딩 대장도 하며 그야말로 N잡러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를 살면서도 미래가 늘 궁금하고 설레는 그는 오늘도 제주에서 행복하다.

 

N잡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살기 위해 제주에 왔는데 서울에서보다 더 바쁘게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모든 일을 하면서 쉬면서 즐기기 때문에 서울에서 했던 일의 밀도나 양이 비슷할지 몰라도 크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든 일에 쫓기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즐기며 하기 위해서는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육지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일을 그만두면 쉬기만 할 것 같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 쉬는 방법이나 노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동떨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그럴 때는 육지에서 열심히 살아온 만큼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레길의 매력

올레길 걷기 지도를 하며 수없이 올레길을 걷는 그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도 있다. 이혼을 결심하고 마지막 이별 여행으로 제주를 찾은 부부와 함께 올레길을 걸으며 도움을 준 것이다. 그는 이별 여행을 왔다는 것은 둘 사이의 개선에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 걸으며 각자의 아쉬움이나 섭섭한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하며 둘의 관계를 중재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부부의 관계가 개선되어 이혼하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 그간 제주에서 바쁘게 지내며 활동했던 것에 명분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둘의 사이를 돌릴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능력보다도 올레길이 지닌 자연의 힘 덕분인 것 같다. 요즘 제주도 개발 열풍이 불며 제주도 자연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그는 그 우려조차 보는 시각의 차이 같다. 오랜 시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이다 보니 그에게는 개발되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남아있는 아름다움에 더 눈이 간다. 그리고 남아있는 자연을 더 잘 누리기 위해 노력한다. 화려한 듯하지만 순박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제주가 있음에 감사하다.

 

너무 빠르지 않나요?

조금은 빠른 시기 일을 그만두고 제주로 내려가는 그를 보며 주위에서 은퇴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니냐는 걱정 어린 조언들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제주에 와서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여러 활동을 하며 계속 바쁘게 살긴 했지만, 수익이 많지 않다 보니 그도 가끔은 너무 빨리 은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제주에 살며 자신의 삶이 경제적인 가치로 사는 삶이 아닌, 자신의 즐겁고 행복한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전이시키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에서와 똑같은 빠름으로 살고 있지만, 자신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그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하기에 이제는 자신의 은퇴가 너무 빨랐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인생 2막을 펼쳐 나갈 것이다.


  

빠른 것은 위험하다고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때는

때로는 빠른 것이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행복함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