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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는 세상 2편] 지구를 살리는 별별가게 _ 지구별가게 대표 이경미2020.11.26





제로웨이스트|다회용품|사회적경제기업

제로웨이스트 제품 ‘소락’을 만들고, ‘지구별 가게’를 운영 중인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의 이사장 이경미 씨를 만났다. 제로웨이스트 숍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인데, 지구별 가게는 ‘숍’이란 말 대신 리빙랩(living lab)이란 단어를 사용해 생활 속 ‘실험실’의 의미를 더했다. 이경미 이사장은 환경 문제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제로웨이스트 숍도 늘어났지만, 이런 숍에서 판매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은 수입산 제품이 아니라, 자체 제작한 제품을 생산, 판매, 유통까지 하는 사회적경제(마을)기업이다. 일회용 생리대를 천으로 직접 만드는 아이쿱 생협 내 소모임에서 시작한 이 협동조합은 이제 견실한 마을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다회용 생리대뿐 아니라, 휴지를 대신하는 면 와입스, 일회용 비닐을 대신하는 가방,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하는 유리 빨대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로웨이스트 제품들을 판매 중인 이경미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경제적으로 약소한 처지에 있는 소비자, 농·어민, 중소기업자 등이 각자의 생활이나 사업의 개선을 위하여 만든 협력 조직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하나의 작은 재봉틀에서부터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은 작은 재봉틀만 하나 있는 생협 소모임에서 시작했다. ‘깔창 생리대’ 사건*에서 고민이 시작되어 생리대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다회용 생리대를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다. 다회용품을 만드는 작은 동아리로만 운영하려 했지만, 의약외품인 면생리대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형태이면서 식약청 허가에 준하는 시설이 있어야 했기에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 이제 유기농 면 생리대뿐만 아니라, 유기농 면 화장솜부터 플라스틱 통이 필요 없는 고체 샴푸까지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되었고 그것들을 판매하는 ‘지구별 가게’도 운영 중이다.

*2016년경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체했던 저소득층 학생들의 사례가 밝혀져 큰 이슈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뭔가 해보자.

빨아서 다시 쓰는 생리대라도 만들어보자’ 하던 게 시작이었죠.”



협업의 가치

사업을 키울 땐 다른 협동조합에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 이경미 씨는 전국의 조합원을 만나러 다니며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강의하고 직접 만든 제품을 소개했다. 그렇게 조금씩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의 존재를 알렸고, 그 결과 초반엔 아이 엄마들로만 이루어져 있던 작은 기업이 이제는 행정 사무, 홍보 마케팅 등의 직원을 포함한 12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몸을 불렸다. 제품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때는 동네의 공방과 협업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제주의 경력단절 여성에게 취업의 기회를 주기도 하며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너무 바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같이 할 사람을 찾아서 같이 만들자’ 하는 생각을 한 거죠.

신규 마을기업 가운데 재봉일이 메인인 곳들이 있어서, 저희가 협약을 맺고 일을 하는 거죠.”


환경을 바꾸는 즐거운 불편

이경미 씨에게 협동조합의 일은 즐겁다. 그는 세상에 없던 물건이나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에서 만드는 ‘소락’이라는 제품의 이름에서도 비슷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소락(小樂)’에 ‘작은 즐거움’이라는 뜻이 있다고 말하며, 무언가를 바꾸어냈을 때 생기는 소소한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주말로 ‘소락하다’는 말이 있다고 해요. 물기 없이 뽀송뽀송한 상태요.

저희는 ‘소락’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회용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락에는 작은 즐거움(小樂)이란 뜻도 있잖아요.

우리가 뭔가를 조금씩 바꿈으로써, 만들어내는 ‘작은 즐거움’.

그런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 사람이 완벽하게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느슨하게 참여하는 제로웨이스트가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는 생소한 개념이다. 이경미 이사장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즐거움을 알리려 노력 중이다. 그가 운영하는 지구별가게 SNS는 벌써 팔로워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사회적 경제 부문이 아닌 일반 시장에까지 진출해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용기 내'는 실천

이경미 이사장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움직여서 이뤄낼 때다. 그래서 그는 소비자 행동이나 사회적 캠페인 등 연대해서 이뤄낼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고 있다. 만들고 싶은 제품도 있다. 그는 SNS 상에서 퍼져나가는 ‘용기 내’ 태그를 언급하며 공항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용기 내’ 세트를 만들어 대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용기를 내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문화와 장소를 만드는 것. 그것이 그가 협동조합과 함께 꾸려갈 미래다.


“손님이 여행을 왔는데 동문시장을 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일회용기 쓰지 말라고 용기와 숟가락, 젓가락을 보자기에 싸서 빌려줬어요.

이 친구들이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그걸 SNS에 올렸죠.

‘용기 내, 용기 내’라는 말 아시나요? (다회)용기를 쓰는 용기를 내는 거죠.”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