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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는 세상 1편] 청년을 '조들지*' 않는 사회 _ 제주알터 대표 이민경2020.11.26


 

‘찾아가는 톡톡카페’란?

지금 바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을 주민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 방송으로 편성한, 왁자지껄 수다 프로그램.

제주도 내 지역 사회의 관심사와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계층 및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는 소통 창구다.

진짜 제주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청년문제|대안단체|공간구독

청년 커뮤니티 공간 ‘걸어서 4층’을 운영하는 제주알터 대표 이민경 씨를 만났다. 그는 일본군 종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동아리 ‘평화나비’를 조직하면서 “사회문제를 모르는 삶을 살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제주 지역사회와 청년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알터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얼터(alter)’에서 비롯된 이름처럼 대안적인 것으로, 중앙 무대의 변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그 활동을 위해 공간 ‘걸어서 4층’을 알터 청년 8인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세상에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간을 구독하다 

2020년 5월 오픈한 ‘걸어서 4층’은 말 그대로 ‘걸어서 올라오는 4층’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4층의 ‘4’에는 생각할 ‘사(思)’라는 의미도 있다. 많은 걸 시도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걸어서 4층’에서는 스터디부터 사교 모임까지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이곳은 구독하듯 일정 기간 비용을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공간 구독’의 아이디어는 코로나 때문에 공공기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청년들을 보고 떠올렸다. 공공기관이 아니면 활동이나 공부를 할 공간을 찾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 알터는 그런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공간 구독’이라는 방식으로 마련해보고자 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공공기관 같은 곳을 이용할 수 없잖아요.

공공기관이 닫혀 버리면 활동이나 공부를 전혀 할 수 없는 청년들이 정말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공간이라는 게 뭘까?’ 하는 고민을 했고,

‘공간 구독’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됐죠.”


알터를 만들기까지

제주 알터는 제주 지역사회와 청년 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그룹이다. 8명의 알터 구성원은 모두 제주도의 청년 정책에 많이 참여하고, 청년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던 사람들이다. 알터의 대표인 이민경 씨는 한때 학교 선생님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직접 부딪히며 많은 경험을 하고, 교과서 밖의 다른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민경 대표는 일본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제주 평화나비’ 동아리를 조직하는 것을 시작으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와 제주청년협동조합, 그리고 제주여민회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현재 그는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청년을 위한 대안 단체인 제주 알터를 만들어 그 꿈을 이어나가고 있다.


“학교에 가서 가르치는 (일반적인) 선생님도 좋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그런 경험을 세상에 나눠줄 수 있는

(넓은 의미의) 교육자가 되고 싶었고

‘공교육이 아닌 자리에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내가 될 수 있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청년'에 대한 고민

이민경 대표는 ‘청년’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사회가 청년을 너무 ‘조들게’ 한다고 말한다. 청년 정책의 대상도 한정적이고, 사회에서 회자되는 청년 문제도 일자리 문제에 치중되어 있다. 그 때문에 청년들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조급해진다는 것. 제주 알터는 사회에서 관심 가지지 않을 무대 뒤편의 이야기들을 무대 위로 끌어오고, 청년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돕고자 한다. 그렇게 그들은 청년을 ‘조들지’ 않는 사회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


“청년이라고 했을 때도, 하나의 청년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청년이 많잖아요.

제발 ‘조들지’ 마시고요.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먼저 물었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먼저 주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이민경 대표는 ‘걸어서 4층’이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활동하고, 쓰레기를 되가져가고, 쓰던 그릇과 컵들은 설거지해야 하는 등의 규칙도 만들었다. 제주 알터 멤버들이 떠나지 않고 이 활동을 잘 이어나가 10년, 20년 뒤의 또 다른 청년들이 이어서 공간을 꾸려나갔으면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알터 멤들이 마련한 공간이지만, 그는 ‘걸어서 4층’이 다른 사람들의 흔적들로 채워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희 공간이라고 해서 마련하긴 했지만 완성된 공간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아요.

많은 사람이 물건이든 이야기든 생각이든

함께 채워나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조들지: '걱정이 되는 일로 매우 근심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출처: 우리말샘)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