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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1편] 마을의 역사를 전하는 마음 _ 대정현 역사 문예포럼 이사 이주일2020.11.19



‘찾아가는 톡톡카페’란?

지금 바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을 주민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 방송으로 편성한, 왁자지껄 수다 프로그램.

제주도 내 지역 사회의 관심사와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계층 및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는 소통 창구다.

진짜 제주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대정|근현대사|문화재

대정현역사문예포럼은 대정 지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둔 주민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이다. 2016년 법인화 후 2018년 옛 대정면사무소 자리에 역사자료전시관을 개관하며 전시, 교육 등 비영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대정현역사문예포럼 이사 이주일 씨를 만나 대정이 조선의 유배문화부터, 민란 항쟁 문화, 일제 강점기, 4·3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한 지역임을 들을 수 있었다. 기록을 바탕으로 2~30대와 6~70대 세대 사이의 단절을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고민을 함께 들어보자.


세대의 단절을 잇는 징검다리

대정 지역의 역사 단체는 대정현역사문예포럼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있었던 단체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 회원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주일 이사는 잊혀가는 마을의 문화재를 전승하려면 젊은 층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젊은이와 어르신들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의 시작으로 대정현역사문예포럼에 동참하게 되었다. 2016년 법인화를 거쳐 현재 대정현역사문예포럼은 6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 20여 명의 회원이 있는 사단법인이다.


“마을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실은 다 문화재더라고요.

저희는 그나마 어른들한테 들어서 아는 건데,

젊은 사람들은 그 유래도 잘 모르잖아요.

‘지금 계신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그걸 설명해줄까?

우리 4~50대층이 2~30대층과 6~70대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죠.”

대정현역사문예포럼은 옛 대정면사무소 건물을 보수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관의 자료는 법인 이사장님이 가지고 있던 것과 회원들이 발굴하고 수집한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이 자료를 얻은 경로는 지역 주민, 타 지역, 해외까지 다양하다. 그중엔 경로당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발견한 경우도 있었다. 그처럼 경로가 다양한 탓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료들도 부지기수로 있어 제대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보유 자료를 모두 정리하고 디지털 데이터화를 완료했지만, 초상권 등의 문제로 온라인 공유는 어려운 상태다.

역사문화자원의 보고, 대정

대정은 제주도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풍부한 자원을 간직한 지역이다. 초등학교에서마저도 깊은 역사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기쁨의 흔적이 대정초등학교의 ‘민족해방기념비’에 남아 있다. 이주일 이사는 제주 등록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대정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6·25전쟁 당시 군인들이 만들었던 강병대교회도 남아 있고

대정여고에는 구 98병동(병원)도 있죠.

제주다크투어하면 대정의 알뜨르 비행장을 꼭 방문합니다.

진지동굴, 격납고, 고사포 진지라든가, 이런 것들이 산재해 있죠.

유배로 따지면 추사관도 있고, 민란 항쟁 관련해서는 삼이사비가 있죠.

아마 제주 등록문화재 가운데 절반은 대정에 있을 겁니다.”


제주 영웅의 후손으로서

대정에 있는 문화재 중 삼이사비는 이주일 이사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01년 과도한 조세 수탈과 천주교회의 폐단에 대항하여 신축민란이 일어났다. 항쟁의 주축으로서 희생한 이재수, 강우백, 오대연을 기억하기 위해 생긴 비석이 삼이사비다. 그중 한 명인 이재수가 바로 이주일 이사의 조상이다. 이재수의 후손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벌초를 하러 갔던 모슬봉의 묘비에 새겨진 ‘제주 영웅’이라는 문장을 읽고 감회를 느꼈다고 말한다.


“이재수 모친의 묘에 뭐라고 적혀 있냐면,

‘제주 영웅 이재수 모 송 씨 지묘’ 이렇게 돼 있거든요.

비석에 제주 영웅이라고 함부로 새길 수 있는 게 아니래요.

제가 증손으로서 좀 뿌듯한 건, 제주 영웅이라고 쓰여 있다는 것.

‘아, 당시 사람들은 제주 영웅이라고 인식했었구나’ 같은 부분들.”

‘제주 영웅’의 후손인 이주일 이사는 자랑스러움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다. 당시 민란으로 돌아가신 천주교인들의 후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2000년대 초 ‘1901년 제주항쟁 100주년 기념사업회’ 측에서 공동화해선언문을 만들고 화해를 했지만, 그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좋은 역사도, 나쁜 역사도

이주일 씨는 역사의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남기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 후손에게 좋은 지역사회를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정에는 아픈 역사가 많지만, 그런 모진 환경에서 지역민들이 살아오면서 어떻게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 이주일 이사는 제주어같이 문서화 되지 않은 역사도 잘 정리해서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또 지금 보면 제주어도 많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지명들이 다 옛날, 할머니들이 편하게 썼던 말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지금 어린이들은 그 지명의 유래를 전혀 모를 거란 말이죠.

문서화 되지 않았던 부분들도 정리해서 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