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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읍 함덕리 1편] 정책과 실천이 함께하는 마을 _ 함덕리장 한명용 & 함덕리민 김혁2020.09.10


 

‘찾아가는 톡톡카페’란? 

지금 바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을 주민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 방송으로 편성한, 왁자지껄 수다 프로그램.

 제주도 내 지역 사회의 관심사와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계층 및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는 소통 창구다. 

진짜 제주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마을향약|경관보호|재정자립도


마을이 자립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고 자연경관의 사유화를 막아내는 등 마을 행정을 혁신적으로 바꿔가고

있는 한명용 함덕리장과, 함덕리 청년회장 출신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함덕리민 김혁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함덕리의 지금을 있게 한 자연경관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해야, 마을 주민들의 삶 역시

지속가능해 질 것이라 말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마을을 지켜나가는 사람으로서 나눈 두 사람의 고민을 들어본다.





향악의 정신을 따라

함덕리장 한명용은 올해로 3년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3년 임기지만, 마을 향약 상 두 번까지 연임이

가능해 올해 12월 연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함덕리의 향약은 다른 마을에 비해 꽤나 두꺼운 편이다.

그 내부 규정을 보면 선거관리나, 행정, 대의원총회 같이 마을 운영을 위한 절차가 들어있다. 도내에서도

잘 만들어진 향약으로 손에 꼽지만, 간혹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은 마을회의를 열어 개정한다.

마을 땅을 파는 경우 대의원 1/3 찬성을 얻어야 하고, 그 후 리민 투표에 부쳐야 하는데 이때 리민

투표에서 20대 이상 인구 60% 이상이 반드시 참여해야 효력이 발생하게 개정하여 함부로 팔기 어렵게

만들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한명용 이장이 대의원들을 설득해, 함덕서우봉해변의 운영권을 임대에서

마을 직접 운영으로 바꾸게 된 일이다. 부족한 마을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채우고자 했던 첫 시도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작년 한 해만 임대로 얻는 마을 수입이 1,700만 원에서 1억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마을 자생력에 큰 힘이 된 사례였다. 늘어난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했지만, 그는 가장 뿌듯했던 일로

그동안 구입하지 못해 멈춰있던 리사무소 마을 도서관의 책 구입을 꼽는다.


“이래야 어린 학생들이 책을 들춰 보고 미래도 그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 마을이든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합니다.  (한명용)”







멜에서 수박으로

이들은 함덕서우봉해변이 생긴 유래부터가 옛 선조인 ‘팔선진*’의 유산이기에 마을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굳게 말한다.

함덕에 멜(멸치) 잡이가 성행하던 시절, ‘팔선진’이라 불리운 여덟 개의 선단이 있었고 함덕리민들의 절반 이상이 여기

가담하여 멜을 잡았다. 환경 변화로 멜이 줄면서 어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팔선단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된

함덕서우봉해변 부근의 땅을 함덕리 후학 양성을 위한 교육 사업에 기부 체납했다. 그때부터 해변은 함덕리 새마을회의

소유가 되었고, 현재 그 고마움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 바닷가에 세워졌다. 김혁은 멜이 한참 날 당시, 그 양이 너무 많아

수박밭에 퇴비로 뿌린 기억을 떠올리며, 한때 함덕 수박이 너무 잘되어 제주도의 수레 2/3가 함덕에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수박마저 줄고 함덕리의 대표 작물로 마늘, 감귤, 양파, 단호박이 재배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환경도,

재배 품종도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이다.



“그때는 그렇게 수박을 수레에 싣고 제주시에서 팔았다고 하죠. 

멜 때문에 수박농사도 잘 됐대요. 이제는 수박도 멸치도 거의 안 나지만요. (김혁)”



*1902년 조직된 함덕리 팔선진 그물제는 '8개 그물진'으로 구성됐는데 각 진마다 마을 45~50세대가 가입했을 만큼 컸다.

'멜굿'까지 했을 만큼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지만 1980년대 초반에 사라졌다.

제주도 접계 문화조사보고서, 한국문화원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발행, 2010







변화의 시작, 플리마켓

멜을 잡는 바다에서, 해수욕을 위한 바다로의 전환은 산업의 변화를 함께 가져왔다. 백사장 주위로 관광지가 형성되면서,

서비스업과 자영업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이주민으로 함덕리민 중 20~25%를 차지한다.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 갈등이 걱정될 법도 한데, 한명용 이장은 큰 불화 없이 잘 어울리는 동네는 없으니 소통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한다. 소통을 위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주민과 이주민이 같이 운영하는 해변 플리마켓이다. 조건은 1년 이상

함덕 거주자로, 하루 만원의 자릿세만 내면 된다. 해변에서의 플리마켓을 떠올린 계기로는 비싸진 함덕리 내 상가

임대료가 컸다. 장사를 하려해도 경제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기에, 선주민은 물론 이주민도 부담스러워 했다. 또 유형의

‘자리’라는 것은 무형의 ‘권리’가 형성이 되어 마을 행정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이권 다툼으로 가기 쉬운 구조기 때문이다.








모두의 경관을 지키는 일

이들이 마을 내 다툼의 구조를 줄이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개발에 있다. 관광산업으로 바뀌면서, 개발로 인한 상권 형성,

무분별한 임대료 인상, 주차난, 자연경관 훼손 등의 복합적인 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함덕서우봉해변 내

사유지 개발 문제는 개인이 마을을 상대로 토지 사용 허가 소송을 걸었다. 3년의 시간 끝에 대법원이 개인의 개발보다

마을의 공익에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되었지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마을에 심어주었다.



“지금 스타벅스 자리도 예전에 함덕리가 땅을 안 팔았었으면, 못 들어왔거든요. 

속상하죠. 지금 와보면 얼마나 속상합니까. (한명용)”


최근 함덕리사무소는 자체적으로 개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함덕리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도,

개발도 아닌 환경이었다. 환경을 지키는 것이 곧, 개인의 행복과 직결되고, 결국 훗날 자연스러운 경제적 보상으로

따라오리라는 의견이 강력했다. 함덕리민은 설문조사의 결과를 몸소 실천하듯 얼마 전 건축이 가능한 마을 땅을

공원 지구로 변경해 마을의 경관을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명용 이장의 정책을 만족도로 말하자면 90%라고

말하는 함덕리민 김혁. 이처럼 정책과 실천은 함께 해야 빛이 난다는 것을 두 사람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용천수 때문에 마을이 생겼잖아요. 

예전 우리 어릴 때는 바닷가 가면 용천수가 많이 나왔는데… 

그렇게 흔하던 용천수가 많이 말랐죠, 이제. (김혁)”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