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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귀덕1리 1편] 사람이 마을의 경쟁력 _ 귀덕리장 이남근2020.09.17


 

‘찾아가는 톡톡카페’란? 


지금 바로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마을 주민의 살아 있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피어난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 방송으로 편성한, 왁자지껄 수다 프로그램.

 제주도 내 지역 사회의 관심사와 이슈를 발굴하고, 다양한 계층 및 세대 간의 이해를 높이는 소통 창구다. 

진짜 제주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다.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사람개발| 마을축제| 교류의시작



마을 발전위원회로 마을 일을 시작해 현재 4년째 이장을 맡은 귀덕리장 이남근을 만났다. 

그가 이장이 된 후 ‘귀덕복덕개 영등신맞이 환영제’를 시작으로 마을 자체의 복지기금인 ‘만원의 행복 기금’, 

JDC 마을 공동체사업 제 21호점인 ‘귀덕향사’, 선주민과 이주민이 교류하는 장터 ‘밤마실 플리마켓’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을 사업이 생겨났다. 

그 여세를 몰아 최근 귀덕 1리는 농림수산부에서 주관하는 전국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입선을 했다. 

마을 내 숨겨진 사람의 힘을 발견하고, 적재적소에 도움을 주었을 뿐이라는 그를 만나본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귀덕리장 이남근은 불과 몇 년 전까지 마을 일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귀덕에 계속 살았지만, 주변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잘 몰랐을 정도였다. 

젊은 사람들이 마을 일에서 멀어지자 전임 이장이 마을 발전위원회를 만들면서 그에게 사무국장 자리를 요청했다. 

“사람들한테 문자만 보내면 된다.”는 말만 믿고 위원회를 시작했지만, 막상 지켜보니 협조 조차 힘든 상황이 안타까웠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마을에 도움이 되고자 하니, 자연스럽게 이장까지 맡게 되었다. 

전임 이장들로부터 추진되어 왔던 ‘행복주택’ 사업과 마을 축제 ‘귀덕복덕개 영등신맞이 환영제’, 마을 복지기금 ‘만원의 행복 기금’,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진행하는 ‘밤마실 플리마켓’, 옛 경로당 터인 ‘귀덕 향사’ 리모델링 등 쉬지 않고 마을 일에 열중했다.




 

행복 주택이 만든 아이들의 웃음소리

귀덕리의 행복주택은 학교살리기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교육청 지원과 마을 자부담으로 주택을 건설하고 낮은 임대료로 공급하는 대신 입주조건을 까다롭게 했다. 

초등학생 자녀 2인 이상을 둔 가정과 귀덕리에 정착해 마을 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지원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공급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60여 명의 아이들이 100명 가까이 늘었고 초등학생 위주로 형성된 젊은 이주민들의 마을 행사 참여율도 높아졌다. 

아이들 놀이터와 도서관, 수눌음육아나눔터 등 주민편의시설을 새로 지은 마을회관 안에 만들어 부담 없이 교류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든 것도 효과적이었다.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정보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선주민과 이주민의 교류

귀덕 사람이지만, 스스로도 ‘귀덕’을 대표할 만한 상징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고민 끝에 영등신을 떠올리며 영등신을 맞이하며 마을 분들에게는 국수를 대접 하고, 

관광객에게는 제주의 전통 굿을 보여주는 축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역량 있는 마을 이주민들의 도움을 받았다. 

귀덕의 이주민들은 재능이 많고, 열정적이며 직접 이장을 찾아와 마을 분들과 어울리고 싶다고 손 내밀 정도로 열려있는 사람들이다. 

이남근 이장은 그들과 함께 ‘귀덕 밤마실 플리마켓’을 열고 농림부에서 주최한 ‘행복마을 콘테스트’에 참가하며 마을 활동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비단 마을 사업의 다양성 때문이 아니다. 사업을 함께하며 선주민과 이주민이 만나는 시간이 늘었고,

이 시간이 문화적 환경과 차이를 이해하는 토대임에 큰 의의를 두고 있었다.



선주민 보기에 이주민들은 베짱이 같거든요.

'우린 뙤약볕에서 365일 농사 짓고 일하는데, 

애들 학교나 보내고 집에 있다가 커피 마시는 생활 아닌가?'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거든요.

그렇지만, 그게 오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이 없었어요.




 


사람에서 사람으로

귀덕리는 마을 사람들이 CMS 계좌로 한 달에 만 원씩 내는 ‘만원의 행복 기금’을 개설했다. 

80세 이상 및 경로당 어르신들이 기금 대상자로 현재 18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기금의 사용은 부녀회, 이장, 마을운영위원장, 사무장 등이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출자자들에게 사용 내역을 문자로 발송한다. 

주로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와 간식 대접으로 사용되지만 사용처가 귀덕리 내 식당 및 마트 등지라 마을 내에서 순환되는 구조이다. 

또한 한 평생 농사 짓고,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던 어르신들의 삶을 남기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귀덕의 경쟁력은 땅도 돈도 아닌 사람에 있다고 말하는 이남근 이장. 남은 임기 동안 마을 역사와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록해 마을에 공유하고, 

그 유산을 바탕으로 훗날 선주민과 이주민이 시너지를 낸 현명한 마을로 기억되고 싶다고 한다.



이주민들이 바라는 걸 잘 들어보면 큰 게 아니더라고요.

얼굴 보고, 인사하고, 안부 묻는 거에요.

'삼춘, 어디 감수까?' 하고.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