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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귀덕1리 2편]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마을 _ 귀덕1리 주민 김정옥 & 김진선 & 조경진2020.09.17


소통의시작|관계의기본|사람대사람
 



서귀포 화순 출신으로 남편 따라 귀덕에 온지 14년 된 부녀회 총무 김정옥과 

이주 6년차로 귀덕1리에서 민박집을 하면서 ‘밤마실 플리마켓’을 기획한 조경진 

그리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귀덕 초등학교를 찾아온 이주 3년차의 메이크업 강사 김진선을 만났다. 

이들은 2019년 처음 시작한 ‘밤마실 플리마켓’의 진행과정을 통해 서로 깊은 속내를 털어놓고 이해할 만큼 가까워졌다고 했다. 

출신의 경계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선 세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주민 여자 셋

부녀회 총무인 김정옥은 남편을 따라 귀덕에 정착한 도내 이주민이다. 

시어머니가 농사를 짓고 있어 함께 농업에 뛰어든 지 14년이 흘렀다. 

‘밤마실 플리마켓’을 처음 기획한 조경진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제주를 여행 중 귀덕 바다의 노을을 보고 이주를 결심했다. 

바닷가의 작은 초가집을 민박집으로 개조해 운영한 지 4년 차 다. 

김진선은 두 아이의 엄마답게 아이들의 학교로 귀덕 초등학교를 선택한 뒤 정착한 3년째. 

여자 셋 모두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별다른 교류 없이 지내다 ‘밤마실 플리마켓’에 김정옥과 김진선이 판매자로 참여하면서 가까워졌다.







플리마켓의 시작

민박집을 하던 조경진의 고민은 ‘주민이고자 왔는데, 막상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게라면 주민들이 오갈 텐데, 숙박업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만남이 힘들었던 것. 

주변의 이주민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인사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플리마켓을 떠올렸다. 

이남근 이장을 만나 장소를 정하고 어촌계장과 상인회에 찾아가 허락을 구했다. 

귀덕 마을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판매하는 로컬 마켓으로 귀덕에 사는 모든 사람이 판매자가 되었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생긴 셈이다.



‘귀덕 바다가 정말 예쁘고 노을도 예쁜데, 

저녁에 플리마켓을 열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어요. 

실제로 예전에 귀덕에도 장터가 열렸었다고 해요. (조경진)



 


하지만 마을 여론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보통의 선주민은 새로운 변화 앞에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행사가 시작되자 “저런 걸 왜 해?”, “조용한 마을에 쟤네 뭐야?”라고 수군대던 사람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었다. 

‘밤마실 플리마켓’은 2019년 6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두 번씩 열렸다. 마을 사람은 물론, 옆 동네에서도 찾아왔다. 

플리마켓에서 생긴 수익금은 전부 경로당에 기부했고, 모두가 올해의 마켓을 기다리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어머, 이렇게 많은 가게가 있었어?’ 하더라고요. 

귀덕을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동네도 조용하고, 화려한 가게가 없어요. 

다 어디 있었나 싶었던 가게들이 나왔죠.(김정옥)





함께 바라보는 목표

마켓을 시작으로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하는 자리가 많아졌다. 새로운 기회는 ‘행복마을 콘테스트’로 찾아왔다. 

이장을 필두로 경로당 어르신, 어촌계 해녀, 귀덕초등학교 풍물패, 밤마실 플리마켓팀 등 30명의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귀덕리는 영등신이 처음 들어오는 곳이기에, 제주의 영등신을 모티브로 한 편의 연극을 준비했다. 

두 달여 간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는 리사무소에 모여 호흡을 맞춘 결과, 입선과 상금 10,000,000원을 탔다. 

그러나 그들에게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얻었다는 것이다.



젊은 이주민이 있는데, 이번에 아기를 낳았어요. 

예전 같았으면 애를 낳았는지도 몰랐을 텐데, 지금은 달라요. 

만날 때마다 ‘아기, 요즘 어때?’하고 안부를 묻죠. 

마을 아이가 된 거예요. 이 자체가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조경진)





매 순간 성심으로​

물론 이들 같은 이주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인사하고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 주고 이웃으로 지냈지만 금세 떠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서로 깊게 정이 들어, 한편으로는 헤어짐이 걱정된다는 세 사람. 

인생이 그렇듯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오겠지만, 귀덕에 있는 동안은 이렇게 소통하며 살고 싶다고 전한다.



따뜻하고 정겹게 맞이해준 마을 사람들 덕분에 

쉽게 제주에 적응할 수 있었어요. (김진선)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