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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자율성이 확보되는 생태계를 위한 첫걸음2020.10.21

지역 주민이 주도해 문제해결을 하는 소통·협력 플랫폼은 가능할까? 그렇다면 그 방향은 무엇일까? 

지속가능한 발전이 주춤해지면서 고개를 든 ‘포스트 자본주의’ 시대, 

자생적 소통협력공간을 기반으로 문만석 법학박사와 고승한 사회학 박사는 거시적이고도 심층적인 차원에서의 제주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좌로부터) JRI제주연구원 고승한 석좌연구위원, (사)미래발전 전략연구원 문만석 원장




Q. 현재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연구 사업으로 4개월간 소통·협력 플랫폼 방향을 연구 중인데요. 

진행 과정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습니다.


A. 문만석 박사 설문조사에 투입되는 2명을 제외하면, 정용복 언론학 박사와 고승학 사회학 박사, 

이렇게 셋이서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200여 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제주인의 인식이나 정체성, 소통협력 및 커먼즈에 대한 인식을 전반적으로 알아볼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어떻게 하면 소통협력공간이 자생적 주도로 운영하고 플랫폼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지 논의하는 거죠. 

우리도 궁금한 측면이 있어요. 처음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말하는 자생적 조직이나 소통공간이 막연하게 다가왔는데, 

지난번 제주생활공론의 공론장 현장에 가서 가능성을 보았어요. 

주민 주도로 혁신이든 조그마한 변화든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측면에서 신선했죠.





사회학을 전공한 고승한 박사는 거시적 차원에서 플랫폼을 바라보고, 주민 주도의 관계회복을 연구하고 있다.




Q. 주민 주도의 움직임이 어떤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보는지요?


A. 고승한 박사 나라는 잘살아가는데 여전히 사회적 불평등이나 양극화, 약자의 소외 및 세대 간의 갈등 등 다양한 문제가 계속되잖아요. 

지역 내부의 다양한 대립 문제가 심화되면서 국가 경쟁력의 낭비로까지 이어지죠. 국가 차원에선 ‘왜 그럴까.’란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돼요. 

서로 신뢰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체제가 되는 선진국형 사회로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성찰을 하는 거죠. 

정부가 각 지역에 소통협력센터를 만든 이유는 이를 지역 차원에서 공동체를 회복하고 사람과의 관계 회복을 어떻게 해 나갈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를 운영하는 소통협력센터는 기본적으로 접근을 달리하는 것 같아요. 

그저 공간을 마련해 이걸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깨어서 지역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기 역량을 개발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거죠.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틀에서 벗어나 주민 주도형으로 기존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나가는 거예요. 

지역 주민 사이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거죠.


Q. 제주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여전히 안되어 있는 걸로 아는데요.


A. 고승한 박사 기존엔 행정에 의존한다든지 전문가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죠. 

자기개발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의지와 연대, 협력이 약했어요. 

모자란 부분을 자각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소위 플랫폼이 되는 거죠. 

다양한 주체가 플랫폼 안에 들어와 자원이나 정보, 가치 지식 모두 공유하게 돼요. 

과거엔 공급자가 권력자인데, 플랫폼 안에선 소비자가 오히려 권력자입니다. 

지역 사회에서 살아가는 도민이 소비자이자 생산자, 권력자로 등장하는 거죠. 

힘을 중심으로 한 하향식(top down)이 아니라 상향식(bottom up) 중심으로, 

플랫폼 안에선 차별화된 의견도 수렴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따르게 되죠.



설문과 더불어 전문가 그룹, 언론계, 시민사회단체와의 심층 인터뷰로 플랫폼의 기초 방향을 수립할 가능성을 열어둔 문만석 법학박사. 




Q. 소통·협력 플랫폼은 어떤 성격으로 예상하는지요?  


A. 문만석 박사 플랫폼은 대략 두 가지 형태,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검색형과 유튜브형으로 나눌 수 있을 듯해요. 

전자는 언론이 아니라 플랫폼인데도 언론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죠. 뉴스 기사가 올라오면 이를 선별하는 작업을 할 때 회사의 의지가 개입돼요. 

유튜브 역시 정책이 있으나 전자보단 창작자의 공간이 많이 확보되는 경향이 있어요. 

어떻게 개입하고 참여하느냐, 그걸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플랫폼의 형태는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죠.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어느 정도 적정하게 개입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춰 나가느냐가 우리의 연구 방향이에요. 

이 두 가지가 아닌 전혀 새로운 플랫폼의 방향으로 설정할 수도 있겠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 중입니다.


Q. 소통협력공간은 실패도 환영하고 있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A. 문만석 박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패하면 끝이라는 거예요. 패자부활이 없는 거죠. 

소통협력공간은 실패해도 시도할 기회가 주어지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다양한 사람의 자기 목표와 변화 의지가 모여 실패를 딛고 시도하는 공간으로서 제 기능을 하는 방향을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고승한 박사 제주시 소통협력센터는 자생적인 공간, 자생적인 조직을 통한 문제해결력을 강조하기에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거예요. 

당장의 성과가 나오기 어렵고, 그에 따른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겠죠. 

그래도 성과나 변화가 있어야 이 공간의 효용성, 존립 근거를 찾을 수 있으니,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해봐야 해요. 

저는 조력자이자 촉매자가 될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구성원이 인간에 대한 사랑, 가치를 철학으로 가진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죠.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새로운 지역사회 운동의 구심점이 된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센터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리더 역시 왜 현재 소통이 안되어 문제가 생겼는지, 이론적으로 공부할 필요도 보여요.

Q. 플랫폼의 선순환을 위해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지양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A. 고승한 박사 일단 제주시 소통협력센터는 다양성의 추구를 첫 번째로 둬야 할 거예요.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하죠. 

다음은 실질적으로 소통, 협력하고 있는 NGO(비정부기구)나 NPO(비영리기구)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거예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가진 여러 프로그램이 NGO와 NPO와 연결되어 세대별, 성별, 지역별을 고려한 다양한 협력의 방식과 전략을 마련해 나가는 게 필요해요. 

이후 센터 자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 운영해야죠.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 사회학자의 ‘소통행위이론(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를 보면 

이의 핵심이 ‘개인의 행동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 어떻게 진리를 만들 것이냐.’를 이야기해요. 

개인 간의 끊임없는 소통 행위를 하면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강요되어선 안된다.’는 거예요. 

편견 없이 기존의 전제를 깔지 않고 자유로운 소통을 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이 주어지더라도 실질적인 활용이 힘들어져요. 

더불어 자체 콘텐츠의 질을 향상하면서 행정적인 측면을 배제할 수 없으니 조직 운영의 내실화도 기해야겠죠. 

현재 단추를 끼우는 초기 단계이지만, 기본적으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사전에 갈등을 예방해 조정, 합의하는 것이 스스로 가능해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고민을 해야 해요. 

단기간엔 어렵겠죠.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