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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사회적자원연계 - 도시재생 관점과 커먼즈 공간의 상관관계2020.12.10

공간과 사람, 그 속에서 자생적으로 관계망을 만들어내는 커먼즈 공간의 중요성이 부상하는 시점이다. 

김외솔 센터장(제주시 건입동ㆍ신산머루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과 강태훈 센터장(제주시 남성마을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은 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공간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이디어의 화수분과 같았던 김외솔 센터장(좌)와 강태훈 센터장(우)



Q. 최근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사업이 추구하는 방향부터 듣고 싶은데요.


A. 김외솔 센터장 쉽게 말하면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젊은 층이 빠져나가 쇠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겠죠. 

현재 앵커 시설 운영이 주가 되고 있는데, 행정적 설계가 아닌 이젠 ‘주민 주도’의 개념이 강해졌어요. 

아직 정착 단계는 아니에요. 마을 카페나 돌봄 센터 등 공용 공간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란 쉽지 않죠. 

생업이 따로 있어 시간을 내기도, 자기 개인의 것이 아니라 높은 참여율을 기대하기도 어렵고요.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 그간 이런 경험이 없었어요. 주민 주도라 해도 본인의 의견이 반영될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공간 내 창문 하나도 회의를 통해 결정된 대로 진행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본인의 발언에 실리는 무게를 아는 것 같아요. 

사적인 욕구를 이야기하다가도 공공의 욕구를 논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강태훈 센터장  남성마을은 주거지 지원형으로 미션이 명확해요. 주거지의 삶을 향상시키는 게 센터의 목표이자 존재의 이유죠. 

노후한 건축물을 매입한 뒤 주변 환경도 조성한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어 이주한 주민의 요구를 수용해요. 

마을회관은 이미 이곳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으로 일반인의 이용이 원활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했어요. 

1970년대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교육과 소통이 가능한 복합커뮤니티센터로 수익까지 창출하는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김외솔 센터장. 시대를 반영하는 원시안적인 안목을 지녔다. 




Q. 지난 11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공간과 사람, 관계를 만드는 이야기’를 주제로 커뮤니티 매니징 포럼*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역시 공간을 기반한 사업을 추진 중인데, 커먼즈 공간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커뮤니티 매니징 포럼이란? 전국의 공간과 커뮤니티 관련 전문가 및 활동가, 그리고 관심 있는 시민이 모여 아파트형 마을 공동체인 ‘위스테이’, 

마을 재생과 커뮤니티를 연결 지은 ‘건입동 가정의 달 프로젝트’ 등 실제 경험한 사례를 공유하며 공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의 미래를 모색했다.


A. 김외솔 센터장 저는 커먼즈 공간인 제주시 소통협력공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공공의 목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실험하는 여러 시도를 진행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보통 카페가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까지 운영하잖아요. 이는 사람들의 수요를 파악해 따른 이유겠죠. 

커먼즈 공간에서는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실험적으로 24시간 운영 같은 걸 해보는 겁니다. 이전에 없었던 공공의 공간이겠죠. 

회의 테이블 배치를 달리하거나 코로나19 시대에 맞춤형 공간으로 조성한다든지, 시범이 될 만한 시도를 가장 먼저 해보는 거예요. 

자칫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 민간에서 이뤄진 아이디어를 베끼게 되는 상황은 상당히 우려되거든요. 

관에서 한 실험적인 고민과 시범이 민간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고려하면 좋겠어요. 

최근 비대면 미디어 공간을 관심 있게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아직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령 소통협력공간이 비대면 소통을 위한 시설을 잘 확보해두고 좀 더 새로운 형태의 소통 방법을 마련한다면, 

사람도 모이고 민간이 이를 보고 자신의 공간을 꾸려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죠.


강태훈 센터장 사실 커먼즈 공간이란 말은 참 좋은데,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두고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의 개념은 수요자가 아닌 오히려 공급자 중심의 전략이거든요. 

타깃이 명확하지 않으니, 우리가 써도 되는지 오히려 의문이 생기는 거예요. 저는 타깃을 명확히 하여 활용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소통하고 회의할 일반적인 공간은 많아요. 소통협력공간은 불특정다수보다는 전문가 집단이 활용하는, 가령 온라인 소통의 메카로 만들면 어떨까 해요. 

유튜버가 공간의 전문기기를 이용해 지역 상품을 홍보한다든지, 그들이 훈련하는 교육을 연계한다든지, 

생산자가 제주만의 제품을 직접 매체를 이용해 광고할 수 있는 공간 같은 걸 만드는 거죠. 

명확한 타깃을 통한 그들의 실험적인 공간으로 가는 게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이때의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전문가 집단을 위해 실험적으로 시도한 후 지역에 환원하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물론 여기엔 공간만의 특수성을 어떻게 녹일지 고민을 이어가야겠죠. 

전문가 집단에 자문을 얻거나 마을만의 스토리를 발굴해 경쟁력을 갖춰야 지속 가능할 테니까요.





강태훈 센터장은 공간이든 센터든 명확한 개념 정리와 존재의 이유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Q.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요?


A. 김외솔 센터장 신산머루나 건입동엔 하드웨어적인 공간이 있는데, 주민이 모일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해요. 

오히려 소통협력센터 쪽에서 여러 실험을 가져와서 이곳의 공간을 활용하고 주민과 함께 시도하면 좋겠어요. 

우리는 역량 강화나 도시재생대학 등 안정적인 프로그램만 안내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거든요. 

어떤 ‘시도’가 벅찬 실정이죠. 가령 현수막을 어떻게 꾸며야 사람을 더 유치할 수 있는지, 

안내는 문자가 아닌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 새로운 형태의 모임 방식과 진행을 통해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와의 접점을 마련하면 좋겠어요.


강태훈 센터장 협력 도모에 앞서 센터의 방향성이 명확해야 할 것 같아요. 소통이란 단어는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무서운 단어거든요. 

여러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집단을 연결하고 그를 통해 나아가야 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소통협력센터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그 중심에 맞는 집단과 협력해가면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가는 개념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게 우선시되어야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사업과도 연계가 되고, 그 목적에 맞는 주민도 연결되겠지요.


Q.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A. 김외솔 센터장 저는 소통협력센터가 모순을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하다 보면 뻔한 일을 하게 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이해 받지 못하는 거죠. 

저는 사람들이 소통협력센터를 잘 이해하면 오히려 그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어요.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소통협력센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고 일을 잘한다는 반응을 보이면, 센터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오해를 받고 대체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고 뭔가 하는 것 같은데 자꾸 이상한 거 하는 것 같고…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의문을 품는 게 오히려 소통협력센터가 잘하고 있다는 인식인 것 같습니다.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