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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자경 심사위원 - 커먼즈의 알맹이가 '토도독' 맺히고 있다2020.09.14


 

김자경 심사위원 읽기

농학박사이자 감귤 농장주다. 

현 행동반경을 구분하자면 주중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로서, 

주말 내내 ‘달빛숲감귤밭’의 농장주로서의 삶을 지속 중이다. 


그러나 이 모든 몸짓엔 현장감을 중시하고, ‘커먼즈(commons, 공동자원)’의 정신이 살아 있으며,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느리나 그래서 가능하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탐구 1~3기의 심사위원으로서 ​‘함께’란 개념이 활동 속에 내재해 있는가를 깊이 고민했다.


숫자로 읽는 제주생활탐구








제주생활탐구는 진화하고 있다, 저벅저벅



Q. 워낙 다각도로 판단해야 하는 심사이기에, 어려움이 따랐겠는데요?


A. 오히려 제가 심사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워낙 다양한 제안이 오니, 검토할 시간조차 부족해 보였죠. 

1기 때는 다른 심사위원과 함께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대했던 것 같아요.



Q. 3기까지 계속해서 심사를 맡으면서 기수별 차가 보였나요?


A. 지원자의 성향은 확실히 달라진 느낌이었어요. 3기 때는 다소 어려운 주제도 많이 들어왔죠. 

점점 누구나 나도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듯해요. 

이는 제주생활탐구의 홍보 효과 즉,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인지도가 올라간 결과라 여겨져요.



책 내에서 그녀는 ‘제주의 전통적 커머닝 수놀음’ : 제주 목축문화의 재해석’에 관해 고찰했다. 




Q. 기수를 막론하고 인기 있는 주제가 있었는지요?


A. 초기에는 해양 쓰레기와 애완동물에 관한 주제로 지원한 팀이 많았어요. 

자주 나오는 주제를 모아 따로 프로젝트를 내는 게 좋겠다 싶을 정도였죠. 

1~3기에 걸쳐 다양한 주제가 쏟아져 나왔는데… 실제 마을에서 살면서 느낀 불편함을 논한 게 많았어요.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다 보니, 아이들의 문화가 사라졌잖아요. 

이런 시기성에 맞는 ‘바닥 놀이를 어떻게 재연할까?’란 주제가 있었어요. 실제 자기 이야기로 심화한 과정이 보였죠.


Q. 실질적인 해결점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움직임이 읽히네요.


A. 게다가 도시와 농촌의 차도 보였어요. 

도시는 실제 마을의 개념이 없어 어떤 문제가 있으니 우리끼리 모여서 해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면, 

농촌은 아무래도 한정된 리(里)를 중심으로 기획이 오더라고요.



Q. 사실 심사가 오히려 공부가 된다는 말도 있어요.


A. 진짜 배우는 것 같아요. 심사 과정이 오히려 저의 현장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주제도 왔고요. 예를 들어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문제를 다룬 분이 있었어요. 

되게 구체적인 거죠. 우리 아이들이 커갈수록 방과 후 갈 곳이 없다는 문제에서 시작해 

어떻게 하면 건강한 방과 후 활동을 할 수 있을지를 탐구 주제로 제시했죠. 

탐구의 영역이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와 연결되면 좋을 정도로 문제가 심화되더라고요.






공감, 도전, 그리고 ‘밥심(心)’이란 이름으로



서류 검토만으로도 일주일이 꼬박 걸린다. 기존에 했던 프로젝트는 아닌지, 제주생활탐구에 적절한 주제인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Q. 지원자를 평가할 때, 박사님의 심사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A. 평가항목 중에는 사업의 취지와 의도에 관한 이해, 추진 역량, 그리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것이 있었는데요. 저는 실현 가능성보다 실제 이 구조를 짜고 어떻게 문제의식에 접근하느냐의 방향으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Q. 그런 맥락에서의 기억에 남는 주제를 든다면요?


A. 재밌으면서 너무나 공감되는 주제가 있었어요. 택배 수수료를 ‘0’으로 만들겠다는 거였죠. 

모든 국민을 비롯해 제주도민이라면 특히 누구나 느꼈을 도선비 문제를 다뤘어요. 100% 공감합니다. ​

이번 제주생활탐구를 통해 유통 현장 및 구조나 그 속에서의 택배 기사의 노동, 인권 등을 알아볼 좋은 기회이자 시도잖아요. 

그러면 ‘OK’입니다. 이건 우리가 책임지고 한번 보자는 결심이 서요. 심사위원의 반대가 있다면 설득해요. 

이건 가보자고. 왜냐하면 도전이니까요.



Q. 결이 다른 심사위원과의 이견 조율도 중요한 것 같네요.


A. 고정 심사위원의 성향이 다 달랐어요. 

제주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첨예하게 달라 각 심사위원 나름의 고충이 있었죠. 

제가 걱정한 건 제주는 커도 섬이잖아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육지와 다른 면이 분명히 있어요. 

육지인의 시각에서 제주의 마을을 보면, 우린 참 외로워요. 심사하면서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지? 

우린 그냥 살아왔는데 말이야.’는 식의 외로움이 느껴지죠. 특히 이주민은 제주에 정착하면서 겪는 고통 중 하나가 

바로 문화의 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서 와요. 그러면 무조건 고쳐야 한다는 시점에서 문제 제기하는 내용을 가져오죠. 

전 그게 내심 불편해 지원자에게 가끔 쓴소리도 한 적이 있었어요.



Q. 지원자 선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요?


A. 1~3기에 걸쳐 총 33팀을 선정했는데요. 기수 별로 대략 10여 개의 개인 혹은 팀을 뽑으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한 팀과 더불어 주제 의식이 좋으나 보완이 필요한 팀으로 범위를 확장해 선정해나갔죠. 

이 과정에서 일전에 말씀드린 택배 수수료나 아이들의 놀이 문화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넣었고요. 

더 도전하게끔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민해 최종 선발한 거죠.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이거면 ‘커먼즈’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그녀가 머무는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의 문지기. ‘커먼즈’가 나와 함께 하리라. 



Q. 심사 시 서류와 인터뷰의 두 단계로 진행되는데, 그사이의 차도 느껴졌죠? ​


A. 많이 달랐죠. 두 페이지 정도의 서류를 검토하면서 문제의식이 명확하게 확인되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흥미롭거나 추가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대부분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했어요. 

서류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직접 만나 물어봤을 때 더 재밌는 게 나오기도 하니까요. ​​

 


Q. 심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저는 마을 주제라면 늘 반갑더라고요. 마을공동목장을 소재로 한 수망부녀후원회가 사업을 신청했어요. 

인터뷰 과정에서 부녀회장님이 엄청 긴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



Q.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탐구하고자 했나요?


A. 수망리에 마을공동목장이 있는데, 거의 방치되어 있어요. 

과거엔 소를 방목하고 농사를 지었는데, 기계화되면서 상황이 바뀐 거죠. 

넓은 땅이 있는데, 관리도 못하고 소도 못 키우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는 거예요. 

한편, 골프업자 등으로부터 개발의 움직임도 있고요. 

물론 이 땅이 매각되면 N분의 1로 당장의 수입이 생기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수망리의 자산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걸 너무 지키고 싶어 해요. 문제의식이 참 공감되더라고요. 

게다가 탐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도 읽혔고요. 결국, 이 팀은 뽑혔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하는 자료 사진을 보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참 반전 있는 팀이었죠.



Q. 기수 별로 달라진 양상을 띤 주제도 있었나요?


A. 자주 거론되었던 애완동물 인식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1, 2기 땐 이 주제와 관련된 팀은 모두 탈락했는데, 이번 3기 때는 합격한 팀이 있어요. 

같은 반려견의 주제지만, 지원자의 접근이 달랐거든요.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같이 어우러져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자는 거였어요. 문제의식이 달라졌잖아요. 이러면 좋죠. 

게다가 휴가철에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많은데, 이는 관광객에 의한 것도 많다는 통계자료를 갖고 왔더라고요. 

복합적으로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이분도 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탐구하겠다는 주제였어요.



Q. 같은 주제라도, 어떤 식으로 방향을 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네요.


A. 네. 개인의 문제의식을 두고 이걸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한 순간, 

바로 제주생활탐구의 적절한 주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나의 불편함이 왜 불편한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과의 인식으로까지 연결되게 고민해줬으면 하는 거예요. 

이기적으로 나는 이게 불편하니까 개선하겠다는 게 아니고요. 나는 불편한데, 너는 어때? 너도 불편해? 

그러면 우리 같이 탐구해보자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부드럽고 선한 인상 가운데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지 않는 외유내강형이다. 





Q. 좋은 주제에 반해 그저 탐구 영역만으로 끝나는 건 아닌지 아쉽기도 한데요.


A. 제주생활탐구의 주제는 일회성 아이디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중장기적인 센터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바로 이 단기적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중장기 프로젝트가 될 때 성과가 클 거로 봐요. 

이는 소통협력센터도, 개인이 속한 마을의 문제도 마찬가지죠. 

개인의 문제를 여럿이 함께 고민해보고 실제 풀어가는 과정이 다음 단계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렇다면 장기전의 필요성을 느끼는 거군요?


A. 몇 가지 주제는 특히 그래요. 농촌은 5~6백년 된 마을의 문제가 드러났는데 탐구활동 기간인 3개월 안에 해결하기엔 무리거든요. 

긴 호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듯해요. 도시는 마을 공동체조차 없잖아요.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해나가면서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계기를 만들어줘야죠. 여기서 계기는 무얼까요? 

나의 문제, 너의 문제, 그리고 우리의 문제라면 달려들 것 같아요. 제주생활탐구의 의미가 여기에 있어요. 

가령 마을은 마을대로 움직이고,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선 지원하면서 해결 여지를 주죠.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커먼즈 역할을 하고, 마을의 소모임 역시 커먼즈가 되는 거예요. 

점점 커먼즈가 늘어나고 연대하면 촘촘한 연결망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런 관계망이 커먼즈의 중요한 핵심이 되죠.



Q. 대화할수록 제주생활탐구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데요. 앞으로 제주생활탐구의 비전은 어떻게 보는지요?


A. 제주생활탐구는 문제에 대한 탐색을 지원하는 거잖아요. 좋아요. 그런데 그 이후도 주목했으면 해요. 

특출한 주제는 장기 프로젝트로 갈 수 있게끔 그 해결 과정을 도민에게 알리고 소통하면서 

왜 성공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의 완결된 지점이 나오는 거죠.


더불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주시 문화도시센터,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중간 지원 조직이 너무 많고 다양하다는 현실도 짚고 싶어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마을 문제를 다뤘다고 해봐요. 

마을 기업을 만들겠다고 하면, 바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연계해 창업으로 이어지고 

문화도시센터가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면서 같이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거점이 생기면 좋겠어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가 중간조직을 묶어 하나의 문제를 배분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돌봐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제주생활탐구 심사를 하면서 했어요. 

이런 비전, 가능할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