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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②] 장소와 사람, 과정의 조화로운 역작, ‘이웃 프로젝트’2021.02.24



정부 중심의 하향식이 아닌 시민 주도의 상향식 지역 문제해결이 화두에 놓인 시대.

4년에 걸쳐 호주 멜버른의 지역구에선 ‘이웃 프로젝트(The Neighbourhood Project, TNP)’를 통한 실험이 감행되었다.

주제는 명쾌하다. ‘더 나은 장소를 통한 더 나은 삶(Better Lives Through Better Places)’을 위하여.

*올해 여름 오픈할 소통협력공간의 미래를, 세계 속 커먼즈 공간과 사회혁신의 가치를 탐색하며 설계해 나가는 기획 기사의 2탄. 지난 유럽의 재생 공간을 분석한 것에 이어 호주 멜버른에서 벌인 사회혁신의 실례를 명료하게 담아냅니다.

참고 CoDesign Studio(www.codesignstudio.com.au/free-guides)


  


누가, 언제, 무엇을?


멜버른이 총대를 멘 지역 거점 연구 

이웃 프로젝트는 호주의 ‘장소 만들기(Placemaking)’ 컨설팅 회사인 코디자인 스튜디오(CoDesign Studio)가 지난 2015년~2019년까지 멜버른을 중심으로 진행한 지역 거점 연구다. 여기서 말하는 ‘장소 만들기(Placemaking)’란 단순히 건축물 하나를 세우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주변 환경과 사회, 문화와 어우러지며 경제적인 가치까지 지닌 공적 장소를 창조하는 하나의 철학을 내포한다. 이를 위해 밀도 높은 지역 조사를 한 것은 물론, 멜버른시의 지방 자치단체 의회 및 여러 지역 단체와의 협업을 시행했다. 지역 문제해결과 활성화를 위한 사회 혁신적인 실험이었다.


왜?


결국,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빠르게 진행된 경제적 발전은 오늘날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안기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와 환경적 불안정, 약자의 소외, 영양 부족 상태 등 다양한 문제가 속출한 연유다. “왜?”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시간이었다. 단순히 21세기 현재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첨단 기술에 더욱 의지하게 될 미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말이다. 24시간 언제나 접속 가능한 SNS 창구는 도리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소통의 부재로 이어져 더 큰 소외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나은 하루를 위해 ‘공간’이란 빠질 수 없는 삶의 영역이다. 우린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그 공간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시켜나간다. 멜버른의 이웃 프로젝트는 시민 주도의 지역 문제해결이 절실한 흐름 가운데 탄생했다. 장기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 및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1. 지속 가능성을 위한 PPP 모델

코디자인 스튜디오의 연구는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핵심에 뒀다. 이를 위해 지역의 주체이자 구성원인 의회와 단체, 시민이 서로의 의견을 나눌, ‘작은 실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정책을 마련할 발판이 된다. 동시에 지역 구성원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지역 별 모범 구조를 기대하게 한다. 이런 가설을 세우는 과정에서 나온 게 바로 PPP 모델. 사람(People)과 과정(Process), 그리고 장소(Place)를 이른다. 이 3가지 키워드는 이웃 프로젝트의 나침반이자 핵심 가치가 되었다.

2.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3·3접근법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기 전,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개괄적인 방법론을 세웠다. 3가지 큰 틀의 질문을 던지고, 지역 별로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답하기 위한 3가지 접근 방식이 도출됐다.


3가지 질문을 던진다

① 단기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② 정부는 어떻게 하면 시민 스스로 지역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을까?

③ 시민 주도의 살 만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3가지 접근법을 말한다

① 시민 주도로 프로젝트를 실행하도록 시의회와 협력해 내부 시스템을 발전시킨다.

② 시민의 역량을 키우고, 이들 스스로 지역 문제를 짚고 해결하도록 멘토링한다.

③ 시민이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지역을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 자금을 제공한다.

3. 실행! 14가지 지역 맞춤형 프로젝트

프로젝트 실행은 열띠고 치밀했다. 일단, 멜버른 내 8개의 지역구를 정했다. 여기에 투입된 9개의 커뮤니티 그룹은 14개의 색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령 멜버른 남동부에 있는 카디니아 셔(Cardinia Shire) 의회에선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Community Arts Project)와 카디니아 호수에서 벌인 심야 영화제(Cardinia Lakes Movie Night) 등을, 멜버른 서부의 윈덤 시티(Wyndham City) 의회에선 여러 공연 및 놀이 문화를 펼치는 포인트 쿡 팝업 공원(Point Cook Pop Up Park) 등을 통해 각 지역 맞춤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때론 축제나 행사로, 때론 설치 형태로 진행된 총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무려 6만 명 이상. 무엇보다 각 지역의 니즈에 부합했기에, 시민 스스로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이웃 간의 관계망을 넓혀갔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지역과 공간, 관리의 지속성을 위해 ‘장소와 사람, 과정’이란 삼박자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멜버른의 이웃 프로젝트. 애초부터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만큼 실험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내실을 더 다져 실제 시민 주도의 공간으로 활용되거나 지역색이 드러나는 정기적인 행사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제주시 원도심에서 여러 사람들을 문턱 없이 맞이할 제주시 소통협력공간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제주로 만난 사이, ㅈㅈㅈ 프로젝트, 질문 산책 등 그간 시민의 반응을 끌었던 다양한 각도와 성격의 프로젝트가 이 공간 안에서 맛깔스럽게 구현된다. 지하부터 옥상에 이르기까지 층 별로 시민의 니즈를 담아낸다. 공간을 더욱 공간답게 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자연스레 이어진다. 시민은 이용자이자 운영자로 활약할 수 있다. 상상만 해도 벅차다. 소통협력공간이 상향식 지역 활성화의 좋은 표본이 되도록 건투를 비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