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축|작은도서관|리모델링|도시재생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 도서관을 설계한 권정우 탐라예지건축사무소 소장은
지역마다 남아도는 유휴공간의 활용과, 오래된 건축물의 리모델링이 새로 짓는 일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마을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의 변화의 핵심이라고 한다.
아이들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주민들이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휴공간 활용과 구옥 리모델링을 통해 도시를 CPR(심폐소생)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학교 공간에 대한 고민
권정우 소장은 아들과 함께 앞으로 다니고 싶은 학교를 돌아보면서 문제의식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와 지금의 학교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아들이 다닐 학교가 예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이런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이 여전히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에 서글펐다고 한다. 그가 학교 공간, 학교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다.
지금은 제주도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 공간 혁신 사업에 건축가로 참여해 학교 공간의 변화에 보탬이 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공간을 설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학교라는 공간을 두고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 즉 건축주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 학부모, 교육청 시설과 담당자, 도시재생과 담당 공무원 등 모두의 의견이 다르다. 결국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다.
저는 실제로 설계를 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바뀔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어요.
이해 당사자에게 행위나 절차상의 문제를 얘기할 게 아니고 건축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문제는 뭐냐, 아무도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거죠.
뭔가 불합리한 요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건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제주에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공공건축에 대한 고민
제주는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해 분과로 나눠놓았다. 권정우 소장은 서귀포와 대정-모슬포 지역을 맡고 있다.
정책을 만들기 위한 사전조사로 일대의 유휴공간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정리했다.
유휴공간은 실제로 있지만 사람들이 잘 안 쓰거나 못 쓰이는 공간을 말한다.
조사를 하며 살펴본 마을회관, 노인정, 경로당 같은 시설이 유휴시설이라는 것은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심지어 마을회관에 편의점이 들어오거나 펜션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관리가 안 되니 수익을 얻기 위해 임대를 한 경우다.
그는 마을 유휴공간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마을 사업을 사유화하는 제주 특유의 괸당 문화를 지양하고, 주민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본질적으로 보면 괸당 문화. 이 문제가 있어요.
이걸 어떻게 고치고 어떻게 잘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게 지금 생태계의 문제인 거예요.
동네 사람들이 함께 뭘 할 수 있는 하위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박제화된 공간이 아니라.
낡고 오래된 공간의 가치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건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만을 중시하며 신축 건물만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 개발된 도시에는 오래된 흔적, 추억과 이야기가 없다. 때로는 철거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헐어버리지 말고, 쓸모 있는 건물을 잘 발견해 그 가치가 전승되도록 남기는 일도 중요하다.
사람이 오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에요. 그게 더 매력적인 거죠.
이야기가 있는 그런 공간이 더 건축적으로 도시적으로 좋은 공간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그게 더 보물 같이 소중하게 여겨지거든요.
공공건축으로 변화시켜야 할 생태계
그는 제주도의 생태계를 고민한다.
다양한 관심사와 직업을 지닌 젊은 사람들이 제주에서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거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아직 제주도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젊은 친구들이 제주도에 남기보다는 서울에 가고 싶어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꿈을 펼치기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왜 그럴까?”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 설계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제주의 생태계를 변화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멋있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목표. 건축가인 그가 제주의 미래, 제주 공동체를 위해 꾸는 꿈이다.
· 기획_제주시 소통협력센터/메모리플랜트
· 인터뷰_장혜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