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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④] 자연이 주인공인 정원의 본질을 지키면 좋겠어요2021.01.20

옥상 정원을 통해 제주를 바라보고,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법을 배워나갈 ‘모두의 정원’. 인간과 자연, 공간이 함께 숨 쉰다.


자연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배우며 바른 생태 정원 문화를 전파해나가는 ‘베케’의 김봉찬 대표. 

원도심에 자리한 소통협력공간 속 자연은 어떻게 담아내는 게 좋을까? 커뮤니티 정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공간과 자연, 그를 향유하는 사람 사이의 실타래가 술술 풀려나갔다. 상상만으로도 꽃 내음이 잦아들고, 벌과 나비가 살포시 날아들었다.

*공유 전기자전거를 통한 대안이동 실험에 이은 기획물 4편은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본 소통협력공간입니다. 생태조경 전문가와 함께 공간과 자연, 사람 사이의 이상적인 소통법을 고민해 봅니다.


처음 제주시 소통협력공간을 방문한 뒤 조경 설계 전문가로서의 소감은 어땠는지요?

2층에서 보이는 캐노피가 있는 부분에 주목했어요. 소통협력공간과 옆 건물 사이를 캐노피로 연결해 반 실내처럼 사용하는 공간 말이에요. 

이곳을 원시적인 숲 느낌으로 연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원래 자연이 있던 자리에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도시를 만든 거잖아요. 

본래의 진짜를 두고 사람들이 그 속에서 모여 소통하는 모습을 상상해봤죠. 숲 사이로 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연을 느끼는 거예요. 공간 자체가 신비로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제주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옥상도 맘에 들었어요. 한라산과 바다는 물론 큰 빌딩만이 아닌 여러 집들이 보이는 경관을 보면서요. 

옥상 자체의 정원도 중요하지만, 옥상 정원의 식물을 통해 도시와 바다, 산을 바라보는 시점으로 상상해봤어요. 

사람과 자연의 소통은 물론 자연과 도시가 소통하는 공간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보았죠.

 


다소 육중한 문을 지나면 열리는 ‘베케’ 카페의 숲. 엎드려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을 조망하도록 했다.

이끼 정원에 이어지는 베케(경작지의 불필요한 돌을 쌓아놓은 무더기)의 조경이 단숨에 달려온다.


목련의 꽃눈이 달리는 시기는 사실 올봄. 잎에 가려진 꽃눈은 잎이 떨어지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신비로운 자연이다. 



‘모두의 정원(옥상 정원의 가칭)’은 도심 속의 공간과 자연,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꿈꿉니다.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일단 자연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기본이겠죠. 정원은 다른 디자인과 달리 살아있는 식물을 다뤄야 하는 작업이에요. 

식물에도 여러 표정이 있거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고프거나 아프거나 목마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데 디자인이 어울리지 않는 등 인공과 자연이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내 것’을 만드는 것에서 힘을 빼는 거로 생각해요. 

‘내 것’이 최고가 아니란 생각을 하는 거죠. 종종 정원은 내가 심은 나무가 특별해야 하고, 내 정원이 최고여야 한다는 성향 아래 만들어지기도 해요. 

이용자 입장에서는 공감할 수 없는 공간이 많이 조성되고 있죠. 정원은 하늘과 땅, 도시와 어우러지고, 그 속에 사람들이 들어가면 더 아름다워지도록 하는 게 좋아요. 

이 안에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면서요. ‘모두의 정원’에 있기에 좋은 것을 좀 더 고민해보는 거죠. 

가령 해 질 녘에 가면 이곳에 있는 식물과 함께 제주의 밤 풍경을 즐기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식으로요.

더불어 겉치레에 치중해 장식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벌과 나비가 저 멀리 서귀포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거죠. 

벌과 나비도 각자 취향이 있거든요. 여러 종류를 섞어 군락으로 심어 취향껏 와서 놀다 갈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생태 조경이란 쉽게 말해 곤충들이 공간을 좋아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날라와 서식처가 되도록 하는 거예요.

 


정원의 주연은 바뀐다. 더불어 정원은 주연만 있으면 안되는 드라마라는 김봉찬 대표. 늘 달리 보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희열을 느낀다.



베케의 콘셉트는 ‘치밀하게 엉성하게’. 투박한 아름다움의 정감을 살렸다. 바다의 부목을 가져와 만든 카페의 현판도 사시사철 시각에 따라 자연처럼 변한다.



옥사 정원이 지속성을 지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지요?

한때 정책적으로 옥상정원을 장려한 적도 있었는데요. 막상 해보니 방수나 안전 문제, 하중에 대한 염려 등이 붉어지고 관리가 안되니 사람들이 찾지 않아 폐쇄의 수순을 밟기도 했습니다. 

여기엔 자연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었어요.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구조 자체는 아주 단순하게 풀면 좋겠어요. 

식물을 심는 곳은 높여 흙을 담을 수 있게 만들고, 나머지는 동선을 배려해 의자를 배치하고 앉아서 쉴 수 있게끔 하고요. 

정원에서 시민들이 함께 하고, 이를 위해 교육도 받아 지속적으로 생물의 서식지로 번성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모여들어 소통하면서 다시 사람이, 제주가 아름다워지는 것이 바로 인간과 자연이 소통하는 길이라 생각해요.

 

정원을 조경한 그 후도 중요할 거로 생각합니다.

관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게 좋을까요?

계속해서, 긴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야겠죠. 관리도 정원을 만드는 일에 포함됩니다. 죽은 품종은 갈아주고, 새로운 품종을 심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관리하는 사람이 굉장히 중요해요. 관리하면서 스스로 힐링하는, 이 작업 자체가 정원을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거든요. 

이를 더욱 많은 시민들이 체험하게 하면 어떨까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기획도 하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시민들이 지속해서 학습할 필요가 있어요. 

식물 가꾸기는 단순 매뉴얼로 배울 수 없거든요. ‘베케’가 있는 서귀포에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원을 공부하는 모임을 하곤 했는데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여기 옥상에서 시도해봐도 좋겠죠. 실습은 물론 기본적인 이론도 중요하니까요.


‘모두의 정원’이 커뮤니티 정원의 표본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에 거는 기대를 언급 하자면요?

소통은 한계가 없잖아요. 여기에서 실제 정원 일을 하는 사람이 양성되면, 이들이 모슬포나 신시가지 등 다른 곳에서도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어요. 

자연과 사람의 소통이 이뤄지고, 제주는 정원 속의 도시가 되는 거죠. 정원의 꽃을 다른 주민에게 나누는 이상적인 생각도 해요. 

꽃을 나누고 그 꽃을 피운 사람들의 집에 놀러 가고. 이런 곳에 많은 사람이 살고 싶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