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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주민이 주도하는 축제의 장2023.10.25

아들레이드-메인

일 년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다채로운 축제가 열리는 호주 애들레이드 ⓒfestivalcityadelaide.com.au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국내 지역축제는 주민 참여를 촉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양적 증가에 반해 질적 성장이 아직은 미비해 2~3년 개최하다 소멸하는 축제도 다수 존재한다. 해외의 성공사례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본다. 


축제의 도시, 호주 애들레이드 

지역축제는 말 그대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산업과 깊숙이 연결되지 않고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행사다. 따라서 유서 깊은 도시나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축제가 매년 성대하게 열리고, 이를 체험하기 위해 수많은 외지인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시선에서 예외적인 지역축제도 존재한다. 호주 남부의 거점도시인 애들레이드는 성격이 전혀 다른 각종 기념행사와 신나는 축제로 일 년 내내 분주한 곳. 서커스를 비롯한 다채로운 공연부터 영화, 음악, 미술, 역사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이 도시 전역에서 밤낮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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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출신 예술가들을 위한 타르난티 페스티벌은 남호주 미술관에서 펼쳐진다. ⓒAGSA

오즈아시아

오즈아시아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문 랜턴 퍼레이드 ⓒfestivalcityadelaide.com.au


축제가 애들레이드의 DNA에 들어있다고 할 만큼 지역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이민정책이 발달하면서 여러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며 받아들이고 지역민과 민간 전문가들이 창의적으로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기도 하다. 10월 중순부터는 섬에 거주하는 원주민 예술가들을 위한 아트페어인 타르난티 페스티벌(Tarnanthi Festival)과 아시아의 전통 및 현대문화를 함께 즐기는 취지의 오즈아시아 페스티벌(OzAsia Festival) 등이 성대하게 열린다. 


300년의 역사의 가마 축제, 가라쓰 쿤치

일본에서 축제를 뜻하는 마츠리(祭り)는 본래 신령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에서 출발했다. 규슈 지방에서는 음력 9월에 열리는 마츠리를 쿤치(くんち)라고 일컫는데, 그중 가라쓰 쿤치는 사가 현의 최대 규모의 가을축제에 해당한다. 매년 11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성대하게 열리며, 신사에 봉납된 거대한 가마(히카야마)들이 펼치는 대규모 가두행진으로 유명하다. 

총 14개의 거대한 가마가 옛 성곽을 따라 마을을 크게 돌며 해변까지 향한다. 일본 전통 종이를 수백 장 겹쳐 붙인 뒤 옻을 바르고, 마지막으로 금박으로 장식을 하는 가마는 제작 기간만 최소 3년 이상이 소요되며, 대당 무게가 2톤에서 5톤에 이른다. 그런 까닭에 가마를 이끌기 위해 멀리 외지에 나가 있던 이들까지 축제 시기에 맞춰 귀성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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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가라쓰쿤치 가마 행진 ⓒjapan.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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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끝난 뒤에는 히카야마 전시장에서 보관하는데, 가까이서 보면 새삼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welcome-saga.kr


축제 후에는 전시장에 가마를 보관하며 유지 보수하는데, 일련의 모든 일은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지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만이 다음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적극적인 주민 참여와 관심이 수백 년간 이어진 덕분에 2016년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공동체의 단결을 의미하는 쾰른 카니발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 쾰른에는 ‘제5의 계절’이 있다.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개최되는 성대한 카니발 시즌을 일컫는 말이다. 연간 15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쾰른 카니발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애정하는 축제인 동시에 ‘유럽 3대 카니발’로 손꼽힌다. 

‘사육제’라고도 불리는데 기독교 국가에서 40일간의 금욕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남아 있던 고기와 술을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냈던 풍습에 기인한다. 쾰른 카니발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농경 사회의 축제와 기독교가 결합하여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9세기 프로이센 제국의 경직된 통치방식에 저항하기 위해 모든 지역주민이 카니발에 참여하여 규모와 내용을 성장시키는 한편 그동안 억눌린 감정과 불만을 해소했다. 이런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쾰른 카니발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공동체의 단결을 위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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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 유역의 아름다운 도시 쾰른, 카니발 개막 당일 시민들은 쾰른 광장에 모인다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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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을 하고 “쾰른이여, 영원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축제가 시작된다. ⓒpxhere


매년 축제의 개막일에는 모든 주민들이 광대 분장을 하고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일상복을 입고 있으면 뜨거운 눈총을 받게 될 정도로 지역 공동체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또한 외국인에게도 축제 참여를 유도하면서 지역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제주 원도심에서 펼쳐지는 축제 한마당

해외의 여러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어린 시절부터 축제와 함께해 온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지역축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열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주에도 유구한 역사와 고유한 문화전통을 되살리는 축제가 매년 가을마다 성대하게 치러진다. 

제주시 산지천, 칠성로, 탐라문화광장 등 원도심 일대에서 개최되는 ‘탐라문화제’가 그 주인공. 1962년부터 시작해 무려 62회를 맞이했다. 특히 1,500여 명이 참가하는 1.7km의 거리 퍼레이드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서, 지역주민이 직접 기획부터 참여하며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올해는 ‘제주의 할망’을 주제로, 현대에 맞게 연출하여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제62회-탐라문화제2

지난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제주 원도심 일원에서 탐라문화제가 개최되었다. ⓒ제주시청


‘2023 제주 소통협력 주간’을 맞아 오는 10월 27일부터 28일, 이틀 동안 제주 원도심이 다시 한번 신명 넘치는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 ‘우리가 사는 제주, 좋은 삶을 사는 우리’를 주제로 기조 강연 및 컨퍼런스, 발굴한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성과와 비전을 공유하는 공론화 포럼 및 전시, 지역과 관심사를 주제로 다양한 방식의 주민 참여형 놀이, 장터, 투어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포스터를 누르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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