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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변화의 시작은 당신으로부터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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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구나 쉽게 SNS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얼마든지 재밌게 캠페인을 실천하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나아가 주도하는 캠페인은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비슷한 듯 다른 국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나만의 혁신적인 캠페인을 만들어보자. 

물고기가 아닌 플라스틱을 낚는 대회 

매년 7억5,000만 개의 플라스틱 컨테이너가 멕시코 바다로 보내지고 있으며, 해양 오염과 남획으로 지역 어촌 사회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위 빌리버스(We Believers)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낚시 대회(Plastic Fishing Tournament)를 열었다. 

대회 당일에만 3t에 가까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낚아 올렸고, 우승자는 무려 319kg의 플라스틱을 수거해 1만5,000페소를 상금으로 받았다. 약 750달러,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정도 되는데 참고로 이는 지역 어부의 한 달 평균 임금과 맞먹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한 모든 어부에게 메달과 함께 재활용 자재로 만든 선박 청소도구와 지역 공공시설 바우처 등을 수여했다. 또한 재활용 업체와 연결해 플라스틱 1kg당 물고기 1kg과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정식 계약을 맺고 협업을 계속하며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모든 과정을 담은 단편영화는 ‘광고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CLIO Awards)의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생선이 아닌 쓰레기를 낚는 어부의 모습에서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캠페인을 통해 환경은 물론 지속 가능한 어촌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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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낚시 대회’ 영상은 아래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클리오 어워드 유튜브 캡처.

'PLASTIC FISHING TOURNAMENT' 영상보러가기

 

바다 환경을 생각하는 검은 아이스크림 

호주 정부에서는 시드니에서 뉴캐슬에 이르는 방대한 연안에서 석유와 가스를 탐사할 수 있는 면허(PEP-11)를 발급해주었는데, 2021년 만료를 연장하는 것을 두고 서퍼를 비롯한 다양한 비영리단체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원유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깊은 바닷속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야 하는 데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유해가스가 생성되고, 고래 이동 경로가 바뀌는 등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식물성 수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호주의 작은 가게인 페피타스(Pepita’s)는 ‘Stop PEP 11’ 캠페인에 동참하며 검은색 아이스크림을 특별히 만들었다. 아이스크림이 녹는 과정이 마치 석유를 시추하는 과정을 연상케 하는데, 호주의 비영리단체인 서프라이더 재단(Surfrider Foundation Australia)과 협력해 제품을 출시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을 관련 단체에 기부한다는 뜻을 SNS에 밝혔고, 온라인상에서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며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페티타스처럼 로컬의 작은 가게를 비롯해 호주의 여러 환경단체와 시민모임 등에서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해 해양 시추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재 석유 시추를 승인받은 에너지 회사가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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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로컬 매장인 페피타스는 서퍼들과 함께 ‘Stop PEP 11’을 외치고 있다. ⓒSurfrider Foundation Australia

캠페인 보러가기


해양 쓰레기로 과자를 구매하는 가게 

환경재단은 지난해 다양한 국내기업들과 협업해 여름 휴가철 동안 동해의 여러 해수욕장을 돌아다니며 씨낵(SEANACK) 트럭을 운영했다. 바다(Sea)와 과자(Snack)를 합친 그 이름처럼 갖가지 해양 쓰레기를 주워오면 고래, 오징어, 문어, 꽃게 등 해양생물 모양의 과자로 교환해 주는 캠페인을 벌인 것.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참해 4주 동안 700kg이 넘는 쓰레기를 수거했다.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씨낵 트럭에서 비치클린 도구를 받아 봉투 가득 쓰레기를 줍고, 이렇게 모은 쓰레기를 가지고 돌아가면, 그 무게 만큼의 과자를 획득할 수 있다. 주의할 사항은 단 하나, 과자를 가져갈 포장 용기는 직접 챙겨야 한다. 매일 가장 무거운 쓰레기를 주워온 참여자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주었으며, 캠페인 기간 동안 여행지나 주거지에서 쓰레기를 줍고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사진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과자를 증정했다. 

재미와 뿌듯함, 입안이 즐거움까지 모두 선사한 완성도 높은 환경 캠페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처음 기획할 당시부터 ‘어떻게 하면 바닷가에 놀러온 사람들의 흥을 깨지 않으면서도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보상을 제공해 작은 실천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즐겁게 느끼게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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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뿌듯함, 입안이 즐거움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환경 캠페인 ‘씨낵’ ⓒ환경재단

관련 활동 영상 보러가기 


제주 바다를 지키고픈 우리들의 고민 

제주시소통협력센터는 우리 주변의 소소한 불편부터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까지, 주민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는 곳이다. 특히 제주 푸른 바다를 지키기 위한 비치코밍, 플로깅 등의 다양한 친환경 활동이 매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요즘은 제주도 해안가 곳곳에서 개인이나 단체 단위로 쓰레기 줍기가 한창인데, 취지가 좋은 이 활동에서 장갑만큼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쓰레기로 전락하기 일쑤다. 2021년 제주생활공론에서 탄생한 ‘쓰줍은’ 캠페인은 이렇게 버려지는 장갑을 수거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해낸 일종의 세탁 가방이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아이러니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환경 정화 활동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제주 어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캠페인도 진행되었다. 2022년 제주생활실험에 참가한 딥블루익스플로러는 수중 드론을 이용해 소형 어업 선박의 하부를 점검하는 서비스를 시도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에 어선을 점검하는 방법은 선체를 부두 위에 정박하거나 전문 스쿠버다이버가 수중해서 확인하는 방식이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비용이 비싸고, 점검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수중 드론을 이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시간 관찰이 가능하다. 딥블루익스플로러는 제주생활실험을 통해 약 50건의 배를 수중 드론으로 점검했고, 이를 통해 얻은 유의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에 프로젝트의 타당성을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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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생활공론의 ‘쓰줍은’ 캠패인(좌), 딥블루익스플로러가 2022년 펼친 소형 어업선박 하부점검 프로젝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