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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농장에서 식탁까지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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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은 요리의 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제대로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다양한 유통경로를 거쳐 식탁에 오르기에 원산지 외에는 다른 정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음식이 과연 좋을까?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혹시 ‘음식 문맹자’ 아니세요?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배달이나 가공 및 편의식품에 의존하는 사람이 더욱 늘었다. 문제는 음식의 재료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누가 조리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생명과 건강을 좌우할 만큼 큰 문제인데도 그 중요성과 효능을 간과하는 경향이 짙다. 

이처럼 음식에 무지한 이들을 ‘음식 문맹자’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듣기 불편할 수도 있으나 다수의 현대인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먹거리는 생산, 가공, 유통, 소비가 글로벌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식자재가 생산되기에 그 과정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 게다가 값싼 가공식품들은 이름만으로는 전혀 파악하기 힘든 수많은 종류의 첨가물이 사용된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이제 음식은 공장에서 만든 물건처럼 취급을 받는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어쩔 도리 없이 바쁜 현대인을 음식 문맹자로 전락시킨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이뤄지면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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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먹거리와 관련된 다국적 기업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푸드 주식회사(Food inc.) ⓒParticipant


식재료를 재조명하는 팜 투 테이블

오늘날 직면한 딜레마에 정면승부를 거는 이들이 많아졌다. 로컬푸드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에서 ‘농장에서 식탁으로’라는 그 의미처럼 지역 식자재를 소비하는 ‘팜 투 테이블’이 유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관광청에서 시작한 ‘아웃스탠딩 인 더 필드(Outstanding In The Field)’가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풍광이 수려한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지역 유명 셰프가 산지의 재료를 이용해 준비한 근사한 코스 메뉴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건강한 토양을 밟으며 생산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농업이 지닌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가치를 공유하는 농장과 목장, 와이너리와 레스토랑 등이 동참하면서 프로그램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캐나다와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신선한 제철 식자재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과 품질이 뛰어난 것은 당연지사. 이렇게 로컬 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 농가의 소득이 올라가고, 더 나은 농법을 테스트할 기회가 주어진다. 어디 그뿐인가. 소비된 돈이 지역 내 머무는 비중이 높아져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 유통 과정을 생략한 만큼 식자재 이동과 보관에 쓰이던 에너지 사용도 줄어들어 지구에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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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스탠딩 인 더 필드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outstandinginthefield.com


창의적인 요리사를 응원하는 이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창의적인 셰프들은 세계 곳곳에서 팜 투 테이블을 실천하고 있다. 그중 ‘주방의 철학자’라 불리는 댄 바버(Dan Barber)는 선구자에 해당한다. 현재 뉴욕에서 농장 겸 레스토랑인 블루힐 앳 스톤 반스(Blue Hill at Stone Barns)를 운영 중인데 농약 없이 돌보는 과일과 채소, 사료 대신 풀을 먹는 소,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양과 닭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당일 수확한 재료로 요리하기에 별도의 메뉴판이 없다. 대신 손님의 취향, 알레르기 등을 조사한 후 20~40가지의 코스를 내놓기 때문에 최소 3시간부터 최대 5시간까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댄 바버는 〈제3의 식탁〉을 출간했는데, 대량생산된 식품으로 차려낸 제1의 식탁과 유기농 재료로 조리한 제2의 식탁을 뛰어넘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제3의 식탁을 차려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산과 들을 바삐 오가며 나물을 캐다가 요리를 해온 우리 어머니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인 활동가이자 빼어난 요리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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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투 테이블 운동의 선구자인 댄 바버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로 만날 수 있다.ⓒNetflix


제주에서 맛보는 팜 투 테이블 

옛말에 100리 밖 음식은 먹지 말라고 했다.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지역농산물을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런 까닭에 요즘은 자신의 지역에서 나는 식자재만 소비하는 로커보어(Locavore)도 많아졌다. ‘올(All)바른농부장’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건강하게 생산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쯤 로컬장터에 들러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구입해 식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 요리에 자신이 없다면 팜 투 테이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님으로 한 끼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작은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 건강한 미식 경험은 분명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 1층에도 이러한 공간이 있다. ‘F&B:제주패스트푸드’는 제주의 땅과 바다에서 건져 올린 로컬푸드를 판매한다. 화창한 봄날,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나들이 삼아 방문해보시길 권한다. 

 

제주패스트푸드

센터 1층에 위치한 ‘F&B:제주패스트푸드’는 해녀와 농부의 밥상에서 착안해 메뉴를 구성한다. 


<고사리의 적은 봄> 아카데미
제주시소통협력센터는 제주 지역음식을 연구하는 입말음식연구회와 함께 ‘제주패스트푸드’를 주제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봄에는 제철을 맞은 제주 고사리 활용법과 식문화 등을 주제로 한 달간의 연구활동을 마쳤다. 아카데미는 그 결과물을 주민에게 소개하는 자리로, 다양한 고사리 요리 시연과 시식을 경험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하시길. 
https://jejusotong.kr/bbs/board.php?bo_table=2_1_1_1&wr_id=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