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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토크]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 2022.12.28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성장과 자립을 목표로 소통할 때 진정한 돌봄의 힘이 발휘된다는 것을.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제주생활실험에 참여한 ‘함께돌봄 협동조합의 우진호 사무국장.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하게, 사람들을 도와주는 최고의 조력자를 만났다. 
 


‘함께돌봄 협동조합’ 복습하기 

저녁 시간 혹은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돌봄 협동조합은 이런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방과후학교나 지역아동센터 등의 기존 보육 시설로는 해결되지 않는 비상시 돌봄 문제에 주목했다. ‘우리 아이 두 시간만 봐주세요’라는 주제로 2021년 제주생활실험에 참여해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것. 교육보다는 놀이 위주의 프로그램과 학부모와 따로 또 같이 참여 가능한 유연한 운영 방식에 참여자 모두가 만족했다. https://jejusotong.kr/bbs/board.php?bo_table=3_1_1_1&wr_id=304&page=8&page=8


작년에 비상시 돌봄 문제와 관련해 실험을 진행하셨죠? 

원도심 쪽에 사실 이제 학원도 많이 없어요. 사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오후 시간에 실질적인 돌봄이 필요한데 학교나 시설에서 지원하는 돌봄은 거의 4시이면 다 끝나버리잖아요. 그래서 핵심 시간대인 오후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우리 아이 2시간만 봐주세요’라는 콘셉트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죠.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하기 전에 ‘우리가 하려는 비상시 돌봄이 과연 수요가 있을까’ 그리고 ‘프로그램이 과연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작년에 제주생활실험에 선정된 거예요. 


프로그램 구성은 어떻게 했나요? 비상시 돌봄이라 신경 쓸 게 더 많았을 것 같아요. 

시작은 교육을 통해 돌봄 공백 문제를 대처를 하면서, 학부모들도 한 2~3시간 정도 저녁 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취지였어요. 조합원 중에 학원 선생님이라든가 교직원으로 일하시던 분들이 계시다 보니까 프로그램을 조금 더 고급화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막상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완전히 그 생각이 깨졌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질과 양이 아니었어요. 자기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즐겁게 놀면서 어울리는 장소가 필요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본 학부모도 그때부터 생각이 싹 바뀌었어요.




2021년 제주생활실험으로 긴급 돌봄 서비스를 진행했다. 학습보다는 놀이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만족도를 높였다.


아이들이 좋아한 프로그램이 따로 있었나요? 

일단 교육보다 놀이 및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에 집중했어요. 일례로 3D 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나 아이들이 처음부터 배우려면 힘들잖아요. 그래서 3D펜으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죠. 코로나 때문에 거의 홍보를 하지 못했는데, 일단 참여한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오더라고요. 게다가 동생들까지 데리고 올 정도로 호응이 좋았어요. 오히려 어른들보다 기계에 대한 이해도 빠르더라고요. 여담이지만 기계를 고장 낸 건 옆에서 아이와 함께 수업에 참여한 부모님들이었답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오히려 고민이 늘었다고 하시던데요. 

지난해 총 11차례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그때 학부모님 한 분이 오셔서 그러시더라고요. 다음에는 이거 또 언제 하나요? 그 말을 듣는데 보람을 느끼는 한편 마음이 좀 아렸어요. 프로젝트 실험이니까 그나마 넘길 수 있었지만 아이 돌봄을 한번 시작하면 공백 없이 쭉 진행해야 하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겠더라고요. 아이들이 느끼는 상실감도 있을 테고. 그런 부분에 대해 느낀 바가 많았죠. 그래서 조합원들끼리 다시 얘기해 본 결과, 공간 문제 등의 이슈를 잘 정리한 다음에 천천히 사업화를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간혹 저희가 ‘아이 돌봄’만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세요. 함께돌봄 협동조합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새로운 돌봄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이와 관련한 전문인력양성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3년 전부터 수익 창출을 목표로 조경까지 사업 분야를 넓혔어요. 학 청소도 하고, 돌담도 깔고, 잔디도 가꾸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올해는 공기정화식물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돌봄 교사 역량 강화 및 소득 창출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올해도 제주생활실험에 참여하셨던데, 지난해 이어 돌봄과 관련한 프로젝트인가요? 

올해는 돌봄 교사나 학부모 봉사자에게 포커스를 맞췄어요. 이분들이 안정적으로 참여해야 서비스가 지속가능 가능하니까요. 그러려면 처우 개선이라든가 소득 확대가 분명히 필요한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했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 돌봄은 자원봉사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해요. 봉사는 내가 안 하면 그만이잖아요. 그다음 사람을 찾을 때까지 공백이 생기거든요. 교통비 이상의 소득이 최소한 보장돼야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돌봄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소득 확대는 중요한 문제죠. 

방법을 찾다가 미세먼지 저감식물 수직정원을 떠올렸어요. 탄소중립이 워낙 사회적인 이슈이기도 하고, 식물이 사람들 정서발달에도 좋잖아요. 교육부에서도 스쿨 팜(School Farm) 등의 시범사업도 운영 중이고요. 그래서 방과 후 교사라던가 돌봄 종사자들이 이러한 기술을 익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전문강사가 되면 소득에서 일단 차이가 나니까요. 그들을 전문가로 성장시켜 놓은 다음, 저희가 지원사업이나 식물을 이용한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때 매칭하면 윈윈할 수도 있고요. 또한 수직정원을 유지보수하는 데도 인력이 필요한데, 신체적으로 큰 힘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노인이나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거 같더라고요. 


제주북초 학부모회와 함께 진행하셨죠?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제주북초 학부모회인 ‘온기나눔 함께돌봄’과 함께 저희가 구상했던 프로세스를 시험해봤어요. 수직정원 돌보는 법 등을 가르쳐드리고 강사비를 주면서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시라고 권했죠. 센터의 ‘ㅈㅈㅈ’(지하 1층  제작공간)에 수직정원이 있는데, 관리를 제주북초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그런데 식물들이 너무 잘 자라서 옥상에도 심어놓고, 재활용 화분에 옮겨서 여러 번 나눔도 하고 그랬어요. 책임감을 느끼며 식물을 돌보는 아이들 모습이 참 기특했어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이 프로젝트를 좀 더 세분화시켜 진행하려고요. 수직정원을 만들기 위한 조성팀, 그리고 유지관리팀,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분들… 이런 식으로 전문성을 강화해 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제주북초 ‘온기나눔 함께돌봄’과 연계 진행했다. 아이들이 정성껏 돌본 덕에 나눔을 여러 번 진행할 정도로 잘 자랐다. 
 


이들의 프로젝트가 궁금하다면 

함께돌봄 협동조합는 2022년 제주생활실험을 통해 ‘돌봄 서비스의 지속성을 위한 학부모 돌봄교사 역량강화 교육모델 개발 시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결과보고서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https://jejusotong.kr/bbs/board.php?bo_table=3_1_1_1&wr_id=378&page=3&pag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