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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멀고도 가까운 우리2022.11.22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은 왜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다닐까? 비단 언어의 문제일까? 캠퍼스를 둘러보다가 문제의식을 느낀 강정현 학생.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7명의 학생과 팀을 결성해 국내외 학생들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탐구하기 시작했다. 


 ‘한외한외’ 복습하기 

강정현 학생은 제주대학교 커뮤니티 애브리타임에 국내외 학생 간의 교류 문제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그 글에 공감하며 응원을 보내고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힌 학생 수가 30명이 넘었다. 혼자만 느낀 의문점이 아님을 알게 된 그는 외국어 등에 능통한 정예 멤버 7인과 함께 2022년 제주생활탐구에 지원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 등을 연구했다.

http://bit.ly/한외한외결과자료집보기 


팀 이름이 꽤 인상적이에요. 이렇게 지은 이유가 뭔가요? 

일단 사람들이 우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팀 이름만 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인과 외국인이 섞여서 어우러진 모습을 시각적으로도 형상화하고 싶었고요. ‘한국인 외국인 한국인 외국인’ 이렇게 노트에 적었다가 ‘한외한외’라고 줄여봤더니 발음도 재밌고 의미도 살더라고요. 그래서 만장일치로 이름을 정했어요.


한국인은 둘째치고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 일일이 설문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겠어요. 

처음엔 언어가 문제가 될 줄 알고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 능력자를 팀원으로 섭외했어요.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유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필요한 질문들을 선별하기 위해 8명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사전인터뷰를 진행했거든요. 우간다, 케냐, 베트남, 페루, 에스토니아,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죠.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어요. 선행연구와 설문지 작성을 마치고, 막상 조사를 시작하려고 보니 외국인 학생이 많이 보이질 않는 거예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고향에 가지 못해서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가족들 만나러 간 거죠.(웃음) 그래서 여름방학 동안은 비대면 조사를 더 많이 진행했어요. 



제주도에는 내외국인 학생의 교류와 관련한 연구가 전무했기에 사전인터뷰와 선행연구를 진행하며 질문을 구체화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 수가 어떻게 되나요? 

한국 학생은 153명, 유학생은 74명으로 총 227명이 답변을 해주었어요. 제주대학교뿐만 아니라 제주관광대학교, 제주한라대학교, 제주 국제대학교를 직접 방문해 설문을 받음과 동시에 학교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간단한 인터뷰도 같이 진행했어요. 수집을 완료한 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수차례 회의를 가지면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했어요. 


학교가 아닌 다른 공간에 방문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힘들거나 낯설지는 않았나요? 

오히려 비대면 조사로는 알 수 없었던 심층적인 질문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특히 제주한라대학교의 경우, 캠퍼스 내 유학생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계기도 생겼어요. 유학생들이 학교 공터에서 크리켓(cricket)을 하고 있었는데,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직접 나누기도 했답니다.


관련 기관에 문의 전화를 거는 등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제주도’ 차원에서는 유학생에게 어떠한 지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교류 단절 현상의 원인이 비단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어떤 연관성이 있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가장 유의미한 답변을 얻었던 기관은 일도동에 위치한 제주시가족센터였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담당자가 실제 이주 여성분이라 현실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내 주요 4개의 대학교를 직접 방문해 생생한 교내 분위기를 느끼며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어떠한 교류를 원하던가요?

흥미로운 점은 내외국인 모두(70% 이상) 서로를 친구로 사귀고 싶어한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유학생의 절반 이상(59.5%)이 한국인 친구를 만드는 게 힘들다고 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언어적 어려움(68.2%)이었고, 만날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답변(50%)도 많았어요. 서로 친구가 되는 경우를 살펴보니 보통 연구실에서 만나거나 학교 수업을 같이 듣는 사이였어요. 


언어나 문화가 달라서 서로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던가요? 

한국 학생들은 유학생에 대해 크게 부정적이지 않았어요. 수업에서 만나거나 동아리에 유학생이 들어와서 생활하는 것을 대부분 반기는 거 같아요. 설문조사 결과, 한국 학생과 유학생이 함께하는 활동 및 이벤트를 경험하고 불만족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요. 반면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어요. 한국 학생은 78.4%, 유학생 84.8%나 된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교류할 이벤트가 부족하던가요? 

오히려 어울림을 도와줄 프로그램이 있어도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는 거 같아요. 일례로 제주대학교만 해도 외국인 유학생과 국내 학생 간 문화교류 동아리 활동인 ‘글로벌 서포터즈’가 2020년부터 활동 중인데, 학교마다 엇비슷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에요. 그런데 한국 학생 중에는 이러한 경험이 거의 없었고, 80% 정도가 활동 자체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어요. 앞으로는 교내 포스터는 물론 SNS 등으로 홍보 채널을 강화해야 할 거 같아요.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 교류 이벤트 정보를 지속적으로 받아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강정현 학생. 사회문제를 민간 주도로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취업할 예정이다.  


설문조사를 토대로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아쉽게도 4학년이라 이번이 마지막 학기예요. 저를 제외한 팀원들이 국제동아리 등을 조직해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 가서 조언을 구해보라고 잔소리도 했답니다.(웃음) 기관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아주 뜻깊은 경험이 되었어요. 더 나은 제주를 위해 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