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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좋은 삶을 만드는 다정한 연결2022.11.22


‘말(馬)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는 격언이 생겨난 것은 그만큼 도시가 매력적이란 반증 아닐까. 하지만 거듭된 경제 위기와 물가 폭등으로 도시는 안락한 삶을 더는 보장해줄 수 없게 되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소통의 자리가 열렸다. 


지난 11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센터와 원도심 일대에서 ‘2022 제주 소통협력 주간’ 행사가 진행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추진한 여러 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소개하는 워크숍 등이 진행되었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컨퍼런스였다.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의 경신원 대표의 기조 강연에 이어 ‘커피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와 ‘올바른농부영농조합법인’ 문희선 대표의 사례 발표가 각각 진행되었다. 흥미진진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는데 공유하면 좋을 내용이 많아 지면으로 축약해 소개한다. 


경신원 대표의 기조 강연을 포함한 모든 사례 발표가 수어 통역과 함께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되었다.  


경신원_ 사실 로컬에서 활동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께서 지속적으로 로컬에서 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사홍_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우리 커피가 이렇게 좋은 겁니다’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어요. 하지만 시작할 때보다 임대료가 2.5배 이상 올라 지속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어요. 상암 1호점을 2010년 6월에 오픈해서 2020년 5월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경험한 사람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를 구매할 소비자도 적었던 거예요. 그래서 10년 넘게 자기가 좋아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온 진정성이 있는 브랜드들하고 게스트 바리스타(Guest Barista)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서 내어주는 거죠. 2020년 하반기에 시작해서 현재까지 33번 진행했는데, SNS 등을 통해 이야기가 퍼져나가면서 더욱 단단한 팬층이 생겨났습니다. 




국가대표 바리스타로 유명한 김사홍 대표. 현재는 제주에 거점을 두고 예술과 여행 등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문희선_ 좀 전에 김사홍 대표가 말한 것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우리의 스토리를 알리는 것까지가 제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친환경 농산물이 왜 좋은지, 농업이 왜 중요한지, 우리한테 어떤 삶의 가치가 있는지를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객석에서 강연을 듣다 보니 서로 분야가 다른데도 비슷한 점이 많더라고요. 저 또한 사람들과 뭔가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농부님들이 저를 믿어주신다는 거예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우리가 왜 그런 일까지 해야 하냐’ ‘이번에는 그만해라’ 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좋은 생각이야’ ‘우리가 도와줄게’ 이렇게 얘기하시거든요. 그래서 제 일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게 저의 가장 큰 자산이에요.




제주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꾸는 문희선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 프리마켓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사홍_ 갑자기 말씀드리고 싶은 게 생겼어요. 10년 넘게 손님들한테 뭐가 좋은지 알려드리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되더라고요. 묻지도 않았는데 자꾸 설명하면 싫어해요. ‘뭘 고르시겠어요?’ 선택권을 자꾸 줘야 해요. 관심 있는 분들이 나중에 다시 오면 그때 천천히 설명해도 됩니다. 대신 일단 재밌어 보여야 해요. 특별한 이벤트라는 느낌을 받고,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죠. 그걸 안 하고 말만 설명하면 그 순간 손님들 전부 다 도망갑니다. 


문희선_ 반성하겠습니다.(웃음) 전적으로 동의해요. 저희도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림이나 음악과 콜라보도 많이 해요. 장터에 바이올리니스트가 오기도 하고 우쿨렐레 공연도 해요. 백일장을 열어서 글짓기도 한답니다. 김 대표님 말씀처럼 문화를 연결하는 것은 되게 중요하거든요. 농업인도 농사만 짓지는 않잖아요. 농사짓는 삶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줬을 때 더 많은 사람한테 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협업 제안을 저희는 정말 환영한답니다. 



강연과 사례 발표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경신원_ 온라인으로 질문이 들어왔어요. 아마도 저한테 들어온 거 같아요. ‘로컬의 삶은 어떤 방향성과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해요. 여기 두 분을 보면 아실 거 같아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로컬에서의 삶이 절대로 느슨하지 않거든요. 내가 사는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해요. 로컬이라고 해서 다운그레이드되지 않아요. 

오늘 강연 들어보면 마케팅, 판로개척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프런티어(Frontier)니까요. 요즘 워낙 청년지원사업이 많은데, 로컬에 대해 큰 결심이 서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사홍_ 간혹 돈을 많이 벌어서 제주에서 카페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오해예요. 저희도 임대료 꼬박꼬박 내면서 성실 납세하고 있습니다.(웃음) 다행히 제주도 농장을 물려받은 분들께서 전문가와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남들보다 조금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각자 로컬에서 맡은 역할이 있다고 봐요. 저는 스페인의 엘블리(El Bulli)처럼 되고 싶어요. 미슐랭에서 5년 연속 세계 탑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아 사람들이 거기 가려고 아무것도 없는 시골 마을에 가거든요. 제주 커피템플은 월평동에 있는데, 다른 곳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적어요. 그래도 커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저희 카페를 꼭 방문하세요. 그런데 인기라는 게 어떤 면에서는 또 냉정한 거라서, 시들지 않도록 열심히 하는 것이 저한테 주어진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희선_ ‘제주에서 1년 넘게 살았는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도 되게 많아요. 이런 분들한테 저는 항상 이런 말을 해요. ‘모르겠어도 한번 해봐요. 그냥 포기하지 말고. 해보면 후회하던지, 성공하던지 알 수 있잖아요.’ 제주도에 새로 들어오는 이주민들이 스스로 뭔가를 해볼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농부님들이 저를 응원해주시는 것처럼 말이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은 세 사람(왼쪽부터 경신원, 김사홍, 문희선)의 컨퍼런스가 궁금하다면 아래를 꼭 참조하시길.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컨퍼런스

‘2022 제주 소통협력 주간’ 개막식에 이어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각계 전문가와 활동가, 시민 등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 가운데 더 많은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되었으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도 함께 제공되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컨퍼런스 전체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다. https://bit.ly/2022제주소통협력주간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