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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세상에 안 예쁜 얼굴은 없어요2022.10.24


지난 10월 14일, 금요일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북적였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정은혜 작가와 함께하는 영화 <니얼굴> 상영회가 열렸기 때문. 큰 감동과 울림이 있었던 현장 속으로.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희가 아니라 작가 정은혜입니다.”

영화 상영에 앞서 1층에 마련된 사인회장, 정은혜 작가가 수줍은 듯 자리에 앉으며 사람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여기저기서 감탄과 함성,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을 내밀며 응원의 말을 전하는 팬들도 여럿이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이렇게 가깝게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제주에서 찍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영희’ 역으로 열연하며 큰 화제를 모은 그는 배우이기 전에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린 작가이다. 최근 그림집 <니얼굴>과 <은혜씨의 포옹>을 잇달아 출간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 상영회와 전시회 등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정한 눈빛 교환, 따뜻한 포옹과 악수, 특별한 추억이 될 기념촬영은 필수.  


정은혜 작가는 요즘 웬만한 스타 못지않다. 전국 각지에서 그를 만나고 싶어 강연문의가 쇄도한다. 사전 신청으로 진행된 이 날의 행사 역시 일찌감치 마감되며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길게 줄지어 선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글씨로 정성이 가득 담긴 메시지를 전하는 정은혜 작가, 그리고 가까이에서 그를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한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이야기에도 정성껏 귀 기울여 들어주고 손 하트를 만들어 기념촬영을 해주는 등 다정한 팬서비스가 이어져 행사 전부터 현장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아이캔 클라리넷 앙상블’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다. 훌륭한 연주에 시민들이 큰 박수로 화답했다.


행사는 5층 다목적홀로 장소를 옮겨 이어졌다. 성인발달장애인 음악그룹인 ‘아이캔 클라리넷 앙상블’의 축하공연이 진행되었다. 관객을 향해 인사를 마치고 10여 초 동안 서로를 바라보던 단원들은 고개를 한 번 들썩이더니 매끄럽게 연주를 시작했다. 

<마법의 성>에 이어 <홀로 아리랑>이 연주되었는데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감미롭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었다. 마치 정은혜 작가의 그림처럼 ‘세상에 꼭 전해져야만 하는 선물’ 같은 선율이었다. 연주가 무사히 끝나자 객석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레와 같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시청각장애인은 물론 모두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화면해설과 한글자막을 넣은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되었다. 


장내를 환하게 비치던 불이 모두 꺼지고 드디어 영화 상영이 시작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은 집에서 뜨개질만 하던 정은혜 씨가 문호리리버마켓에서 사람들의 캐리커쳐를 그려주며 인기 셀러로 거듭나고,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진정성 있는 에피소드가 잔뜩 나오는데. 그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나가던 이가 “여기가 그림 그려주는 곳이에요?”라고 물었는데, 캐리커처를 그리다 말고 고개를 든 정 작가가 “맞아요, 니얼굴!”이라고 한 것. 이후 ‘니얼굴’은 그녀를 대표하는 닉네임이 되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정은혜 작가와 서동일 감독, 장차현실 PD가 나란히 앉아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더없이 사실적인 이야기에 몰입해 함께 울고 웃는 가운데 영화가 끝이 났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제주 발달장애 부모들의 협동조합인 ‘행복하게협동조합’의 김덕화 이사장이 진행을 맡았다. 정은혜 작가와 아버지인 서동일 감독, 어머니이자 제작을 맡은 장차현실 PD가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발달장애인을 향한 사회의 시선이 더 따뜻해지길 소망하고, 그 과정에 우리 영화가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세 사람이 가진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시도조차 못 하거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것을 거부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편견과 차별에 맞설 방법은 과연 없을까. 

“사람들은 생긴 게 다 다르잖아요. 똑같은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까 모두 예쁘죠.”

대수롭지 않게 답한 정은혜 작가의 말이 어쭙잖은 상념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킨다. 더 잘난 사람도, 더 예쁜 사람도 없다. 우리 모두는 그냥 다르게 생겼을 뿐이다. 그러니 지구에서 유일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온 마음을 다해 끌어안자. 


 

우도 미술관에서 만나는 정은혜 작가 특별전

제주 우도 훈데르트바서 파크 내 우도 미술관에서 정은혜 작가의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발달장애’가 아닌 ‘아티스트’로 당당히 인정을 받은 그의 작품은 창의적이고 개성 넘친다.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니얼굴’-정은혜> 특별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자세한 전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길. 

http://www.hundertwasserpark.co.kr/view/viewLink.do?page=homepage/KOR/facilities/gallery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