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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토크] 이토록 멋있고 오래된 곳이라면2022.10.24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면 색다른 얼굴과 마주할 수 있다. 골목 어귀에 평범한 듯 자리한 오래된 가게가 바로 그 주인공. 홍지수 디자이너가 안내하는 ‘수련한 가게’에서 나도 몰랐던 취향을 새롭게 발견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수련한 가게’ 프로젝트 복습하기

홍지수 디자이너는 사진을 찍는 동생과 함께 ‘수련자매’라는 팀을 구성해 제주생활탐구 1기로 활동했다. 짧게는 40년, 길게는 60년 이상 한자리에서 오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가게를 찾아가 인터뷰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다. 도장가게 금정당, 맞춤양복점 두마, 덕훈 이용원 등이 ‘수련한 가게’로 선정되었다.

https://jejusotong.kr/innovation/archive_view.html?idx=6281&page=


오래된 가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토박이인 부모님을 따라 제주도에서 살게 되었어요. 제주북초등학교를 나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칠성로에 살면서 원도심에서 자랐어요.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서울과 해외에서 지내다가 몇 해 전에 제주의 로컬 자산을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서 다시 돌아왔어요. 그런데 제주에 와서 보니 새로운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고를 너무 빠르게 반복하는 거예요. 도리어 오래된 가게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수련한 가게’에 개인적인 추억이 어려있다고 하던데요. 

한참 성장기 때는 ‘제주의 명동’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칠성로가 북적였어요. 그래서 소소한 추억이 많이 있어요. 금정당은 어린 시절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필요한 막도장을 처음 만들었던 곳이에요. 다시 제주에 와서 회사를 차리고 인감을 만들기 위해 다시 찾아갔죠. 문 열고 쓱 들어갔는데, 정말 그대로 인 거예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가장 먼저 인터뷰를 청했죠. 




제주생활탐구 1기로 활동하며 ‘수련한 가게’ 프로젝트를 진행한 홍지수 디자이너


감회가 남달랐겠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분들이 가진 빼어난 기술과 노력이 없었다면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유지하시지는 못했을 거예요. 짧게는 40년, 길게는 60년 이상 버텨온 세월을 지면만으로는 담아내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3개의 가게는 요즘 방식대로 영상기록을 함께 진행했어요. 실제로 사장님들이 매일 아침 일찍 문을 열고 하루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일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오랫동안 사업을 유지하는 비결을 오히려 제가 배울 수 있었어요. 


혹시 ‘수련한 가게’ 중에 문을 닫은 곳이 있나요?

덕훈 이용원이 조만간 문을 닫아요. 단순히 이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서문로 주민들, 그리고 더 먼 곳에서도 기꺼이 찾아오시는 단골 어르신들의 쉼터 같은 곳이라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가게는 사라져도 옛 멋을 간직한 간판만큼은 떼지 않고 남겼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요. 


지난해 한정판으로 <수련한 가게>를 발행했는데, 벌써 2쇄를 찍었다고 들었어요. 

인터뷰를 해주신 5곳의 가게 사장님들께 선물하듯 소량으로 만든 책이에요. 각 가게의 사진을 인화해서 표지에 넣는 등 일부 수작업을 진행해서 표지가 각기 다른 5개의 에디션으로 200부 정도 만들었어요. 워낙 발행 부수가 적어 작년에 모두 소진했는데, 올해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생활실험 프로젝트 활동교류 <하이! 제주생활 – 겸사겸사>를 진행하면서 2쇄를 찍게 되었어요. 


이름만 들어도 재밌을 것 같은데 <겸사겸사>는 어떤 활동이었나요?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원도심을 함께 산책하고, 각자 기록의 경험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때 참여자들과 함께 <수련한 가게>도 함께 둘러봤어요. 어떤 분은 제주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놀라워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자신만의 향수 어린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했어요. 



간판은 물론 실내까지 옛 멋을 간직한 덕훈 이용원. 아쉽게도 조만간 문을 닫는다. (ⓒ<수련한 가게>)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관계가 꽤 돈독하신 것 같아요. 

제주로 돌아온 첫해 ‘2020년 제주생활공론 디자이너’로 연을 맺게 되었어요. 디자인 역량을 발휘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어 뜻깊었어요. ‘공론-탐구-실험’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흥미로워 2021년 제주생활탐구 1기에 지원했답니다. 내년에는 제주생활실험에 공모해보려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혹시 ‘수련한 가게’ 2탄은 볼 수 없을까요? 

일단 디자이너가 본업이다 보니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바쁜 연말을 보낼 것 같아요. 작년부터 제주한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출강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 실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힘든 과제를 내주며 수업에 힘을 쏟을 예정이에요.(웃음) 수련한 가게는 계속해서 물색 중이고요. 사진 찍는 동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과 협업하면서 재미난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사진을 찍는 동생과 ‘수련자매’로 활동하며(상) 디자인 전문회사 ‘사우스 바운드 디자인’을 운영 중이다.(하)


언제든 환영합니다! @south_bound_design

오래된 장소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법. 홍지수 디자이너는 제주 원도심뿐만 아니라 서귀포시까지 범위를 확장해 ‘수련한 가게’를 물색 중인데, 제주 곳곳에 숨겨진 의미 있는 공간과 오래된 가게의 제보를 받는다. 이와 더불어 제주 용천수에 담긴 이야기도 조만간 아카이빙할 예정. 이들의 작업에 관심 있는 분은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