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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속 가능한 농업을 꿈꿉니다2022.07.26
양파가 풍년이라는데 왜 멀쩡한 밭을 갈아엎을까? 양파 값이 폭락했다는데 마트에서 파는 가격은 똑같을까? 해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희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던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올바른농부영농조합법인’ 예습하기 @jejufarmersmk
 

10여 명의 농부가 ‘우리 스스로 건강한 로컬푸드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 의기투합하면서 자연스레 소모임이 만들어졌다. 직접 기른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프리마켓 형태의 ‘올(All)바른농부장’을 2019년부터 애월 등에서 열기 시작했고, 2020년 3월에는 5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올바른농부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스토어팜(smartstore.naver.com/jejufarmersmk)에서 농산물 구매도 가능하다.


특정 작물을 과잉생산해서 산지 폐기하는 일이 많다고 들었어요. 

제주는 단일농업을 하는 대농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올해만 해도 양파, 당근, 양배추가 줄줄이 가격폭락을 겪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 탓에 비상품 비율까지 치솟았고요. 지난해 생산된 물량이 저장고에 아직 많이 쌓여 있으니, 농가들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요. ‘남는 채소’ 문제가 정말 심각한데 공론화할 데가 없어요. 밭을 갈아엎는 농부의 심정은 오죽하겠어요. 


어떤 누구도 이런 상황을 원치는 않았을 텐데, 문제가 뭘까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와요. 제주 안에서 생산 안 되는 채소가 정말 많거든요. 육지에서 들여오는 게 80% 이상이에요. 그런데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90% 이상이 육지로 올라가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래서 우리 회원들만이라도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자, 다양한 채소를 키워보자, 이야기한답니다. 그래야 우리도, 소비자도 건강하게 먹고살 수 있잖아요.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이기도 한 문희선 대표. 


2022 제주생활실험 활동팀으로 선정되셨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일단 다품종 소량생산 원하는 농가들을 모집을 하고, 그 농가들이 실제로 원활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그런 다음 셰프들과 연결을 시켜 레스토랑에 꾸러미 형태로 납품을 하는 등 판로를 개척해 농가 소득을 올리는 거죠. 이런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노력 중인데, 우리끼리 하려니까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센터에 프로젝트를 지원했어요. 


다품종 소량생산 농법은 어쩌다 관심을 갖게 되신 거예요? 

어느 날 큰 리조트의 레스토랑 셰프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제주 밖에서 채소를 구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으셨던 모양이에요. 육지에서 비행기로 공수받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을 때는 외국에서 냉동상태로 들여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요리를 하기 위해 여러모로 자원이 낭비되는 게 안타까워서 우리가 해보겠다고 했어요. 마침 회원 중에 지원자가 있어서 수월하게 진행되었어요. 


꽤 고무적인 일이네요.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닌가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다른 셰프들이 소문을 듣고 여기저기서 연락을 해오셨거든요. 마음은 백번 알겠지만 원하는 게 천차만별이라 일일이 맞춰드릴 수가 없었어요. 농사는 공장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작물이 잘 자라지 않으면 농부가 손해를 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또 다른 기회예요. 새로운 형태의 로컬 생태계가 생겨나는 거잖아요. 농부도, 셰프도, 최종적으로 음식을 먹는 소비자까지 두루 좋은 일이고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제주에서 키울 수 있는데 프랑스에서 가지고 오면 얼마나 비효율적이에요? 우리 땅에서 자라나 식탁에 오르는 거니까 더 신선하고, 푸드 마일리지가 적으니까 당연히 환경에도 좋고요.
 
같은 채소라도 품종에 따라 맛과 용도가 다르다. 다품종 소량생산은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면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농가들과 논의하는 단계는 끝났나요? 

아직요. 셰프들과 컨퍼런스를 진행한 뒤에야 확정될 거 같아요. 종류와 가짓수, 재배면적은 어느 정도 정해졌는데, 셰프 각자가 원하는 크기나 양이 다르기에 그 부분을 직접 만나서 논의해봐야 해요.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솔직히 터놓고 말하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어떤 채소가 생산될지, 또 어떤 맛을 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올바른 농부장’에 놀러 오시면 맛볼 수 있어요. 매달에 서너 번 정도 여는데, 장소마다 콘셉트가 조금씩 달라요. 애월에서 열리는 야외 장터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파머스 마켓이에요. 그에 반해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는 워크숍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돼요. 농부들이 직접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함께 먹고 나누면서 즐거운 경험을 쌓는 거죠.      


신선하고 건강한 유기농 제철 채소에, 농부들의 다양한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는 ‘올바른 농부장’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당분간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한 제주 농업 문제해결 프로젝트’로 바쁠 거 같아요. 센터 지원 덕분에 외부에서 멘토분들을 모셔왔거든요. 같이 생산 계획을 짜고, 농부들과 함께 선진지 견학도 가고, 셰프들과 컨퍼런스도 잘 마쳐야죠.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다음 11월에는 ‘맛의 고장’이라 불리는 전라도 광주로 가서 ‘올바른 농부장’을 성대하게 열 계획이에요.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우리 회원들 다 모시고 가서 진짜 제주의 맛을 보여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