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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카페 시즌2] 사회적 오지라퍼 잇는사람들편_황현철2021.10.12


‘톡톡카페’란?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방송으로 편성한 토크 프로그램.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를 가지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나눴던'찾아가는 톡톡카페'의 시즌방송이 돌아왔습니다!어떠한 대가없이 더 나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오지랖을 부리는'사회적 오지라퍼'를 만나는 시간.그곳이 어디든 톡톡카페가 만나러갑니다.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형 음료와 가슴 따뜻해지는 재밌는 이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달장애인과 사회를 잇는 사회적 오지라퍼

영송학교 황현철 교사

 

제주 영송학교(특수학교) 교사로 발달장애 이음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황현철 교사를 만났다. 공공 돌봄 서비스와 학부모, 학생 사이의 틈을 줄이고

쉼이 필요한 장애아동 부모님에게 도움을 주고자 비영리단체 이음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음을 통해 아이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삶 속에서 함께 체험하며 사회와 그들을 잇고 있다

더 많은 장애아동이 행복할 수 있도록 오늘도 그는 열심히 이음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이음 #좋은교사

가족이 행복한 삶을 위해서

제주 영송학교에서 발달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황현철 교사를 만났다. 그는 국어 교사가 되고자 국어교육과에 진학했지만, 대학교 재학 당시 장애가 있는 학생이 불편한 몸으로도 수업을 듣고자 힘겹게 강의실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겨 복수전공으로 특수교육을 전공하였다. 그리고 졸업 후 지금까지 16년째 특수교사의 길을 이어오고 있다.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 그는 교육부에 연구 행정사로 근무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시험에 가산점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병행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후 부부의 퇴근 시간과 아이의 하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이가 다니는 학원 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부부간의 다툼도 잦아졌다.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행복하지 않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이어졌다. 부부는 많은 대화 끝에 제주도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제주도에서는 퇴근이 빠르다 보니 주중에는 늘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아이가 자라는 이 시기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인데, 그 시간을 버리는 대가로 우리가 얻는 것이 더 큰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음의 시작

특수교사가 되면서 그는 아이들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가기로 했다. 주중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말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가며 보냈다. 코로나가 유행했던 2020년 4월, 그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고, 혹여 본인이 코로나에 확진되면 격리 시에 남겨질 아이 걱정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던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도 부모님도 적극적이고 밝았기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내가 한 번 찾아갔더라면, 하는 후회가 내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동안은 가정 방문도, 사적으로 아이들을 찾아가는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내가 아이들을 더 많이 찾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다짐을 했지만,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제주생활탐구를 통해 발달장애아를 양육하는 부모님의 힘듦에 대해 연구하고, 도움을 실현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그의 취지에 동의하는 제주도 내 특수교사가 18명 모였고, 50여 명의 정기, 비정기 후원자가 모이며 비영리단체 ‘이음’이 시작되었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님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의 힘듦인지는 몰랐던 상황에서 그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도움과 관심으로 이음

제주생활탐구를 통해 생각보다 공공에서 장애아동에게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가 많지만, 대다수 학부모가 알면서도 아이가 불안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공공서비스와 학생과 학부모의 틈을 메우고 잇기 위해 특수교사들이 아이와 함께 공공서비스를 이용하여 낯선 환경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사회에 나와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배움이며, 그 잠깐의 시간이 부모들에겐 쉼이며 힘이 된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도록,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가 시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압력밥솥에 밥을 하면 추가 취- 취- 돌잖아요.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힘듦이 항상 터지기 일보 직전인, 

누군가 이 추를 잡아당겨서 압력을 빼주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라고 느껴요.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죠.”


좋은 교사는

제주도에 오기 전까지 그에게 좋은 교사는 수업을 잘하고, 능력이 많고, 아이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교사였다. 수업 방법, 수업 자료, 전자 장비들을 활용한 화려한 수업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제주도에 와서 장애아동과 그 가족의 삶에 들어가 보니 좋은 수업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아이와 함께 체험하고, 아이의 삶에 뛰어들어 부딪히며 가르치는 것이다. 제주도에 많은 장애아동 가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그는 삶으로 가르치는 이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좋은 교사가 무엇인지에 정답은 없겠지만, 아이와 나의 교집합이 커질수록 아이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누군가 지금 저에게 좋은 교사에 관한 생각을 묻는다면, 저는 삶으로 가르치는 교사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