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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세상에 이런 룰루랄라 캠페인2021.08.25

 캠페인 자체가 지닌 묵직함을 뺄셈하고, 자발적 참여를 덧셈했다. 재미는 2배 이상 곱하기했다. 한 방향이 아닌, 쌍방향 캠페인을 펼친 전 세계의 움직임들. 이 안에서 내일은 환히 웃고 있다. 

나보다 특급 인플루언서라고? 꿀벌 B의 인스타그램 

#공감 #일상의실천 #지속가능 #환경 #꿀벌살리기 #꿀잼 

www.instagram.com/bee_nfluencer | beefund.fondationdefrance.org/indexEN.html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화장실 용무를 보면서 SNS를 즐기는 그대여. 해시태그도 ‘toiletselfie’다.  


꿀벌이 나 혼자 밥 먹고 공부하고, 갤러리도 찾는다. 꿀벌 자체가 인스타그램을 운영한다니, 나는 성급히 팔로워 버튼을 누른다. 이 꿀벌, 급기야 ‘나처럼’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한다. 꿀벌의 피드가 이리 삶의 낙이 된단 말인가. 세계 일주를 하며 행선지를 배경으로 아내의 뒷모습을 찍어온 유명 인플루언서 무라드 오스만(@muradosmann)을 패러디한 모습에선 박장대소를 멈출 길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털이 보송보송한 자신의 다리를 두고 섹시하단다. 아, 이토록 귀여운 자기애라니. 그런데 대체 이 꿀벌은 뭐람? 


피드의 주인공은 꿀벌 B. 인스타그램 자체가 ‘Bee_nfluencer’ 프로젝트 현장이다. 그 배후(!)는 프랑스 재단(Foundation of France)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머지않은 2035년엔 꿀벌이 완전히 멸종된다는 전망이 있었다. 세계 작물의 75%가량이 꿀벌에 의해 수분되는 사실을 감안할 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되는 현안일 터. 멸종 위기에 처한 꿀벌 살리기를 위해 꿀벌을 개인화하고, 공감을 얻으면서 기부금 모금을 진행했다. 인플루언서에게 응당 따라오는, 타 브랜드의 광고 이익까지 얻어냈다. 가히 성공적이었다. 
  


연애 욕구를 불사르게 하던 무라드 오스만을 패러디한 꿀벌 B. 위트가 압권이었다.
 


스토리가 이어졌다. 꿀벌 B에게 인연이 생겼다. 연애 상대는 요가 교실에서 만난 선생이라고. 



잠시 SNS 휴식기를 거친 뒤 돌아온 꿀벌 B. 자신의 꿀 휴식인 스파 현장을 선보였다.  



광고 협찬도 퍽 자연스러웠다. 리콜라(Ricola)로부터 스위스 여행에 초대받았다는 식이다. 



2년여의 생을 마감한 꿀벌 B. 하나의 피드를 위한 ‘정성’을 생각한다. 동상으로 만든 꿀벌의 디테일 좀 보라. 


그러던 지난 4월 7일, 꿀벌 B가 유명을 달리했다. 다음날 묘비 사진과 함께 살충제로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은 오히려 극적인 메시지 전달 효과를 끌어 냈다. “우리 친구를 위해 함께 싸우자!” B의 죽음을 통해 꿀벌의 개체 수 변화를 통한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강력히 전했다. 만일 처음부터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자진해서 참여하고 기부까지 이어졌을까? 꿀벌에 관심이나 두었을까? 으레 개인사를 펼치는 채널로 인식된 인스타그램을 역이용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다. 게시물은 단 138개, 팔로워는 여전히 28만7천명이다. 기부 모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옥외광고판이 노숙자의 쉼터, 침대의 찰떡같은 변신  

#돌봄 #내일이좋아 #침대의이중생활 #희망 #sharehope

www.youtube.com/watch?v=hA-4nVYUDWE | www.youtube.com/watch?v=dmI5pAWdLaM



오늘도 쏟아지는 각종 제품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 빌베드는 적중했다. 


매일 밤 침대에 눕는다. 하루의 노고를 달래줄 잠을 청한다. 세수하듯 당연한 이 행동이 누군가에겐 확률 낮은 기적 같은 일이다. 파키스탄 인구의 61%가 의료 접근이 제한된 외딴 시골에 사는 현실. 도시에 올라와 고향에 있는 가족의 밥벌이를 하는 노동자는 숙소를 구할 돈이 없어 딱딱한 콘크리트에 새우잠을 잔다.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밤은 더 두렵다. 절실함이 있으면 꿈이 이뤄진다고 했던가. 누군가는 그 절실함을 대신 이뤄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본다. 

신을 원망하고 무력한 자신을 한탄한다. 삶의 희망을 점점 잃어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잠은 인간에게 필수 불가결한 시간이다. 맨땅에서 자야만 하는 현실은 매일 만나는 재앙과도 같은 일. 


어느 날 공터에 붉은 벤치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노숙자가 많은 파키스탄 각지에 150개가 세워졌다. 낮에는 벤치로, 밤에는 침대로 변한다. 이름하여 빌베드(billbeds). 옥외광고판을 뜻하는 빌보드(billboard)와 침대(beds)의 합성어다. 파키스탄의 침대 브랜드 몰티폼(Moltyform)은 자기 나라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광고도 하면서 선행도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결심했다. 이것이 세계 최초 빌베드의 탄생 배경이다. 
 

캠페인 영상 속 노숙자는 자신의 현실을 토로한다. 그들의 낙후된 삶이 낱낱이 공개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침대형 벤치가 만들어지고, 그 후의 변화된 일상 인터뷰가 이어진다. 노숙자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보라. 가히 성형외과의 광고 수준이다. 세상이 무너질 듯하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펼치면 옥외광고판, 돌리면 침대가 된다. 빌베드가 선사한 건 세상을 살 만하다는 희망이었다.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설쳐도 피곤한데, 이들은 오죽했을까. 지난날을 회고하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꽃처럼 웃는 이들을 보며, 우리도 웃는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고, 노숙자도 편히 쉴 권리가 있다. 기업이 제공한 것은 침대 하나에 불과하더라도, 혜택을 누린 주민이 품은 건 끝없는 희망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돌봄의 정석!  이 캠페인은 비단 연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소외된 계층을 한 번쯤 돌아보게 한다. 나는 누구를 도울 수 있을까? 우리도 이런 캠페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느새 나의 행동이 변하고 있어, 재미 실험실

#실험 #thefuntheory #자발적 #행동의변화 #재미  

www.youtube.com/watch?v=SByymar3bds | www.youtube.com/watch?v=qRgWttqFKu8 | www.youtube.com/watch?v=iynzHWwJXaA 

 


제한 속도를 지킨 당신, 참 잘했어요. 과속 방지를 위한 특별한 속도 감지기가 저기 있다.  


어떤 캠페인을 진행할 때의 관건 중 하나가 바로 ‘자발적 참여’다. 먹고 살기 바쁜 세상에 과연 사람들이 동참할까. 캠페인의 주체는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는데, 그저 한 방향에 그치는 것에 대한 고심이다. 자연스럽게, 참여 유도를 위해 어떤 보상을 할지 생각하게 한다. 참여자가 캠페인의 주체가 되는 것이야말로 모범 답안일 텐데… 그렇다면 참여 동기를 ‘재미’로 잡는 건 어떨까? 폭스바겐은 ‘The fun theory’란 프로젝트로, 행동 변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좁디좁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어라?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다가 피아노를 발견하고 계단으로 향하는 장년층. 재미는 나이도 잊게 한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쓰레기통이다. 다만, 세상에서 가장 깊은 동굴 쓰레기통이다.


 

 


도대체 어떻게 소리가 나는 거지? 호기심 덕에 일부러 쓰레기를 줍는 현장도 자주 포착됐다.  


직역하자면 ‘재미 이론’은 시리즈로 이어졌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구 계단이 보인다.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길인데도 널찍한 계단 대신 너나 할 것 없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 계단을 이용해 건강도 챙기고 재미까지 누리는 방법은 없을까? 실험해보았다. 계단을 피아노로 만들었다. 자동으로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던 발걸음이 계단으로 옮겨졌다. 때론 보폭을 넓혀 뛰어다니며 자작곡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통 때보다 66% 더 많은 사람이 계단을 이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현장은 한 공원이다. 쓰레기통이 보이고 이곳에 특수 음향 기기를 설치하는 실험을 실행했다. 쓰레기를 버리면 깊디깊은 동굴로 떨어지는 소리가 나네? 그 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 주변에 쓰레기가 없는지 살핀다. 주민 스스로 환경 미화의 주체가 되었다. 



속도 제한을 잘 지킬 때(좌)와 지키지 않았을 때(우). 잘한 사람에게 당근을 주는 시스템이다. 
 



안전 속도를 지킨 당신, 로또를 누려라! 실제 로또에 당첨된 사례도 있다고. 
 


이 시리즈에 귀추가 주목될 때쯤 ‘아이디어 공모전(The Fund Theory Award)’까지 벌였다. 재미를 기본으로, 보상까지 더한 미국인의 프로젝트가 채택됐다. 이름 붙이자면 과속 방지 로또 프로젝트. 제한 속도를 지키면 ‘엄지 척’ 신호와 더불어 로또에 자동 응모된다! 스웨덴 도로 안전협회와 합작해 32km/h의 평균 속도(제한 속도 30kn/h)를 기록하는 도로에서 진행했다. 3일간 총 24,957대의 차량이 이곳을 지나쳤고, 평균 25km/h를 기록했다. 22% 속도 감소의 효과였다.  ‘재미 이론’은 확실한 한 가지를 깨닫게 했다. 재미는 누구나 좋아하고, ‘나도 한 번쯤’이란 의지를 부추긴다는 것. 스스로 변하는 행동, 더 나은 행동이 그로부터 나왔다. 


지금 문 닫았어도 언젠간 열어요, 코로나19 아웃 셔터(shutter) 

#socialiseresponsibly #사회적책임 #발상의전환 #아이디어 #함께  

www.youtube.com/watch?v=Hl9f5Lc8H60


바는 닫혀 있어도 우리는 살아 있다. 누군가는 쓸데없다고 생각한 공간을 활용한 더불어 캠페인. 


처음 코로나19 뉴스를 접할 당시, 세계는 잔뜩 긴장했다. 잘 몰라서 당황했다. 주로 사람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임이 밝혀지자 문제는 더 심각했다. 세계 각국에서 셧다운(shut down, 폐쇄) 정책부터 실시했다. 관계가 단절되고, 비자발적인 ‘집콕’을 일상화해야 했다.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이후로 일상에 생긴 우울 혹은 무력감)가 오히려 당연해 보일 정도였다. 당장 우린 어떻게 먹고살라고! 소상공인은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문을 닫아야만 하는 소상공인의 심정을 누가 알까. 그 심정을 위로하는 실제 행동이 시작됐다. 

 


전 세계로 퍼지는 셔터 광고 캠페인의 효과. 위트 섞인 문구는 답답한 현실마저 깨부수는 별책부록이었다. 


점점 코로나19를 직시하고 대처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함께 뭉쳐야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긍정을 탑재한 여러 캠페인이 실시되고, 대부분 일상의 실천을 종용했다. 소상공인 역시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당장의 임대료 걱정부터 가시지 않는 게 현실이기도 했다. 이때 스페인,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에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닫힌 바(bar)의 셔터에 광고가 하나둘 뜨기 시작한 거다. 오늘은 광고를 보고, 내일 바를 즐기라고? 그 실체는 바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살리기 프로젝트. 하이네켄은 브랜드의 글로벌 미디어 비용 중 10%를 5천개가 넘는 셔터에 투자했다. 소상공인은 바를 닫아도 이익을 얻었다. 무려 7천5백만 유로였다.
 


저 자리 대신! 전통적 방식을 대체한 게 오히려 미디어 광고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 발상의 전환에 대해 생각한다. 


각종 미디어가 캠페인을 응원하는 뉴스를 자발적으로 보도했다.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


현재 셔터 광고를 진행했던 모든 바가 다시 오픈했다는 소식이다. 출처 : adsofbrands.net 


발상의 전환과 ‘더불어 살기’가 핵심이었다. 이익이 있어야 유지되는 브랜드는 다른 전략을 강구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의 대형 미디어를 줄이는 대신 거리 곳곳의 셔터를 통해 분산형 광고로 전환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캠페인 이후의 모습이다. 심지어 경쟁사 브랜드까지 이에 동참했다. 셔터의 메시지 중 하나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 “닫혀 있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바는 닫히지 않았어. 우리 힘을 모으자고.” 모두 함께라는 것, 그러면 강해질 수 있다는 것. 팬데믹을 극복하려는 ‘한마음’이란 한 방을 시원하게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