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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소통협력공간의 층별 가상 체험기2020.09.29

 



‘이것저것 실험한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 서로의 고민을 나눈다’,

 ‘반입 금지가 없다’, ‘내 아이와 함께 회의할 수 있다’, ‘제주식 패스트푸드를 맛볼 수 있다’. 

이 일련의 문장이 조화롭게 담길 공간이 세상에 존재할까? 먼 미래가 아니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내년에 선보일 제주 시민의 공유지이자 생활실험실(리빙랩)인 ‘소통협력공간’에선 가능하다. 

세대를 막론해 누구나 환영하고 공감할 소통의 장. 제주의 새로운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제주시 소통협력공간을 다각도로 조명한 기획물이 연재될 계획입니다. 

공간이 내포한 제주 원도심 내에서의 지리적, 역사적 고증은 물론 

이곳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문가와 시민의 시선을 균형 있게 담아냅니다. 

기획물 1편은 소통협력공간의 이해와 기대입니다.






1층

먹고, 경험하고, 질문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공간과의 첫 만남, 궁금증과 기대감이 섞인 설렘이다. 

푸릇푸릇한 정원이 마중 온 실내는 먹고 마실 수 있는 먹거리(F&B) 공간과 질문 도서관, 아카이브 룸이 큰 중심을 잡고 있다. 

이미 1층으로부터 소통협력공간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읽힌다. 


시민이 직접 문제에 참여해 풀어나가는 개방형 실험실인 동시에 

시민 스스로 제주의 자원을 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얻는 공유지로서의 역할. 

실험실과 공유지는 이 공간 안에서 마치 같은 의미처럼 공존한다.



아카이브 룸


우리가 보고 탐색할 수 있는 실험 모둠 공간. 

제주 및 그 외 지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활동을 비롯해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여러 사업을 통해 쌓아온 제주의 자원과 지식이 펼쳐져 있다. 

쭉 둘러보니, 이런 과정을 통해 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말았다. 

여긴 ‘동기부여’란 마법이 숨 쉬는 공간인 걸까.



먹거리(F&B) 공간


제주식 패스트푸드가 군침을 돌게 한다. 

건강한 식재료를 제공하는 제주의 생산자와 제주 요리사의 협업으로 제주식 먹거리를 지속 개발 중이다. 

패스트푸드라 익숙하게 칭했지만, 사실상 제주 토박이의 ‘입말 음식’이다. 

지난 제주로 만난 사이*사업의 일환인 ‘입말 음식으로 만난 사이’ 프로젝트에서 조사하고 실험한, 제주의 끈끈한 삶이 투영된 음식이다. 

해녀가 물질하러 가거나 농부가 밭에 나갔을 때 먹었던 음식을 현대식으로 재가공한 것. 

생산자 측에서는 자신이 키운 재료가 제품으로 제조되고 판매되는 전 과정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다. 

제철과 전통이 버무려진 먹거리로 이어지는 플랫폼, 맛과 삶을 음미한다.


* ‘제주로 만난 사이’ 맛보기



질문 도서관


‘늦잠 자면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나의 호기심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도 몰랐던 두려움이 불쑥 찾아왔을 때, 당신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하면서 살아간다. 

질문도서관은 질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의 답을 찾도록 돕는 도서관이다. 

질문을 책으로 답하는 사서의 큐레이션을 통해 고민의 실마리를 알아서 찾아가는 것. 

지난 5월경 약 한 달에 걸쳐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주관한 전시 ‘질문산책 : 제주에서 발견한 52개의 삶 – 질문(이하 질문산책)*’

에서 확장된 플랫폼이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누군가의 질문을 보면서 우연이 빚어낸 소통 역시 이뤄진다.



질문이란 센터장님 말씀대로 누군가의 관심사, 공감의 접점, 또는 변화의 시작점일 수 있어요. 

질문 도서관은 다시 말하자면 휴먼 도서관이에요. 답을 찾으려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되죠. 

이는 곧 사람과 그 사람이 속한 사회를 연결하는 길이 되고요.


–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지역협력실 최진 실장

#아카이브룸  #질문도서관  #F&B  #입말음식  #질문산책





B1층

뚝딱뚝딱 함께 만드는 소리의 큰 울림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나만의 DIY 가구를 만들 수 있다? 

‘제주의 지속가능한 제조(ㅈㅈㅈ 프로젝트)*’를 통한 조사와 실험으로 다져진, 제조 기반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여러 제조 도구와 가공기인 CNC(컴퓨터 수치제어) 머신 등을 활용해 

누구나 작은 소품이나 가구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버리는 재료를 최소화한 친환경 공정은 기본이다. 제조자끼리의 워크숍 역시 자연스럽게 열릴 터, 

이 지식과 정보가 오프라인 공간에만 닫히지 않는다는 게 고무적이다. 

제조 과정에서 개발된 디자인은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해 여러 시민과 공유하는 온라인상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제조자 간의 협업으로 인해 이곳만의 또 다른 문화 탄생, 그저 헛된 기대만은 아닐 것이다.


* 제주의 지속가능한 제조 : 다시보기


주차대안

인구당, 가구당 차량 대수가 전국 1위인 제주. 원도심의 교통체증과 주차 문제는 풀어야 할 제주도민의 오랜 과제다. 
원도심 내 있는 소통협력공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상 주차가 불가하고, 지하주차장은 리프트로만 접근할 수 있다.
이에 제주시 소통협력센터는 시민과 민간기업, 공공의 합작으로 진행된 지난 파일럿 프로젝트 이후 이동 대안을 실험 중이다.

#제주제조  #DIY  #제주의지속가능한제조  #협력  #오픈소스플랫폼




2층 
얘들아– 엄마, 아빠랑 미팅 갈까?

육아와 업무 사이, 아이를 둔 부모는 늘 두 가지 노동의 시소게임을 한다. 
특히 육아를 병행하는 프리랜서 부모라면 어떨까. 회의를 위한 외출조차 사치로 느껴진다. 
2층은 이런 육아로 소외된 일하는 부모까지도 케어하는, 가족 단위의 공유 공간이다. 
어린이 돌봄 공간과 아동과 청소년들의 놀이 공간이 있는 동시에 일 처리는 물론 
미팅까지 소화할 수 있는 부모의 공간인 회의실이 배치되어 있다. 
누구나 회의 공간으로 자유롭게 활용해도 좋을 만한 여건이다. 
대체 왜 이런 공간은 진작에 없었을까? 질문을 일축할 답이 현실에 나타났다.

#어린이돌봄  #가족  #예스키즈존  #가족공유




3·4층
이곳에 가면 유난히 영감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협업해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다니, 얼마나 꿈의 공간인가. 

그런데 문을 연 순간, 왠지 모르게 주눅 드는 기분은 뭘까. 소통협력공간은 이런 부담되는 문턱을 없앴다. 

오히려 자기 입맛에 따라 고르는 선택권을 준다. 개방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다면 좌석제인 3층으로, 

자기 사무실을 원한다면 여러 팀과 함께 이용하는 입주형인 4층으로 가면 될 일. 

소셜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제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널찍한 공간에서의 안정감을 누리고 있다. 

모든 영감은 이런 안정과 함께 찾아오는 법.


#코워킹스페이스 #오픈형 #입주형 #실험





5층

왁자지껄, 우당탕, 맛있는 행사는 여기에서

큰 다목적 홀과 공유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따로 또 같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두 공간이 서로 만났다. 

다목적 홀에서 열리는 행사를 위해 공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공유 주방에서 요리 실습 후 다목적 홀에서 워크숍을 열거나. 

오롯이 사용자의 몫에 달렸다. 이번 주 토요일에 있을 마을 모임을 여기에서 하자고 제안해 볼까. 

같이 요리도 하면서 밥정(情)을 쌓아볼까. 소통협력공간 5층은 참여한 우리가 곧 공간의 주인공임을 다시 체감하게 한다.


#다목적홀 #행사 #공유주방 #워크숍





옥상

공간도 사람처럼 자라난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아름다운 경치나 노을, 숲 같은 풍경을 볼 때, 

엔드로핀이 분비되는 경로의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 에스터 M.스턴버그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중


옥상의 문을 여는 순간, “와-” 환호성부터 터진다. 

제주의 하늘과 바다, 시내가 쏟아지는 듯한 탁 트인 조망이 이미 반한 제주에 또 반하게 한다. 

도시 하늘 아래 정원은 그 감동을 증폭시킨다. 울긋불긋한 꽃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싱그러운 풀잎을 맡으며 건강한 산책이 음악처럼 이어진다. 옥상은 그냥 정원에 만족하지 않는다. 

도시와 자연이 소통하는 가운데, 여기저기 함께 모임을 하는 이들의 커뮤니티가 빈 공간을 가득 채운다. 

여기서 과연 난, 어떤 만남을 시도해 볼까.


실험과 실패에 축배를 드는 공간. 습관처럼 오고, 또 오고 싶은 끌림의 공간. 스스로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배움이 있는 공간. 

지금까지 나눈 소통협력공간의 탐색은 어디까지나 함께하는 이들에 의해 달라지고 또 성장할 수 있다. 

시민이 주체이자 운영자가 되는 공간의 시작, 제주시 소통협력공간은 그 출발선을 막 끊었다.


#옥상정원 #조경 #자연 #그린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