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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카페 시즌2] 사회적 오지라퍼 N잡러편_허태환2021.11.23

‘톡톡카페’란?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방송으로 편성한 토크 프로그램. 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를 가지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나눴던 '찾아가는 톡톡카페'의 시즌2 방송이 돌아왔습니다! 어떠한 대가없이 더 나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오지랖을 부리는'사회적 오지라퍼'를 만나는 시간. 그곳이 어디든 톡톡카페가 만나러갑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형 음료와 가슴 따뜻해지는 재밌는 이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문화재수리기능사이자 옻칠전공자이면서 환경디자이너

허태환 디자이너

 

  문화재수리기능자, 옻칠전공자, 환경디자이너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허태환 디자이너를 만났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생계를 위해 환경디자인을 택했다. 환경디자인은 적성에 맞았지만, 보존에 대한 한계를 느꼈고, 

그 대안으로 옻칠을 공부하며 그 매력에 빠져 문화재수리기능사까지 영역을 넓혔다. 제주의 색감에 빠져 이주한 

그는 1년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제주도를 즐기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제주에 물들게 되면 옻칠과 제주도를 접목한 영원히 아름다운 제주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환경디자이너 #옻칠 #문화재수리기능사 

도시를 사랑한 환경디자이너

 순수미술을 전공한 허태환 디자이너는 졸업 후 화가로 작업을 했었다. 생계의 문제로 주로 출판사의 삽화 일을 아르바이트로 병행하던 그는 결혼 이후 고정적인 수입을 위해 적성에 맞는 환경디자이너가 되었다.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환경디자인은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의 전반을 뜻한다. 건축과 환경 전체의 디자인은 물론 정원, 공원, 광장, 도로나 그 부대시설에 관한 종합 디자인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그중에서도 도시디자인 작업을 주로 담당했다.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정비할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디자인적 요소가 많이 들어간다. 감성적인 부분을 접목해서 도시와 인간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다. 그는 육교의 현판 같은 것을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교체하고 문구를 삽입하거나, 버스 정류장의 디자인을 바꾸고 디자인에 어울리는 시의 문구 혹은 이미지를 입히는 작업, 그리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중간중간 붙어있는 시나 좋은 글귀 등을 사람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주변과 조화되게 하는 일을 했었다. 


옻에 빠지다

 환경디자인은 오래도록 그의 적성에 맞는 일이었지만, 디자인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라고 느껴졌다. 사용한 도료조차도 반영구적이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하였지만, 그에겐 계속해서 숙제처럼 여겨졌다. 몇백 년이 지나도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문화재를 보고 방법을 찾다 보니 옻칠이 영구적인 아름다움을 담당함을 알았다. 옻에 대해 알아갈수록 적성에도 맞았고, 나이가 들어서도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전공했던 순수미술과도 접목한 작업이 가능하였다. 옻칠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문화재수리기능사 자격증까지 따게 되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낮에는 일을, 밤에는 공부하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옻칠에 대한 매력에 빠져 힘든 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예전에는 옻나무를 관리하는 기관이 있을 정도로 옻나무가 많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옻나무를 자르고, 옻칠 기술자를 일본으로 다 데려가 버렸다. 현재 국내에 남은 기술자도 많이 없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한때 사양산업으로 기피되던 옻칠이 다시금 관심을 받고, 예전의 옻칠 기술에 관해 연구하고 조사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에도 옻나무와 함께 귀하게 취급되던 황칠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남쪽에서만 주로 자라는 황칠나무는 황금빛을 내는 천연 도료로 고서에 보면 옻칠은 천 년 가고, 황칠은 만 년 간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당나라, 명나라, 청나라 때 진상품 중 최고로 여겼다. 황칠나무도 일제 강점기 때 싹이 잘려 수가 많이 줄었지만, 다행히 조금 남아있다. 도 차원에서 황칠을 예전처럼 복원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저뿐 아니라 누구든 옻을 알게 된다면, 그 매력에 빠질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황칠도 접해보고 싶어요.”

 


옻이 피다

 옻칠은 옻나무 줄기에 상처를 입히면 나오는 옻 수액을 받아서 나전 목기 등 다른 기물에 바른 후 건조해 사용하는 오래된 천연 도료 방법이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도료 중 가장 안정된 특징이 있다. 옻칠은 기물의 습기, 견고함, 내구성 등이 높아지게 하고 방수, 방부, 내열 효과가 있다. 특유의 광택과 투명한 질감을 내면서 기물의 아름다움까지 더해준다. 옻칠 성분에는 우루시올이라는 효소가 있어 효소 작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영롱하고 깊어진다. 옻칠 장인이나 관계자들이 옻칠을 공산품이 아닌 농산품이라고 얘기하는 이유이다. 옻칠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역사 속에서도 옻칠의 활약을 살펴볼 수 있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략도 있지만, 원거리를 주로 공격했던 포 안에 옻칠이 되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는 한 번 쏘면 내부에 뜨거운 마찰력이 생기기 때문에 바로 다음 포탄을 넣을 수 없다. 포가 휘거나 형태가 일그러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열 효과가 있는 옻칠을 포 내부에 함으로써 포탄을 계속해서 쏠 수 있었고, 근거리 무기를 주로 사용했던 왜군이 공격을 위해 근처에 오기도 전에 배를 파손시켜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옻나무가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 비용적인 부분이나 작업의 공정이 합성 도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워서 사용량이 많이 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요즘에도 항공, 건축, 산업 분야에 두루 사용되고 있고, 유명 해외 차의 내부 도료로도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가는 추세이다. 


옻칠 작업하는 사람들은 옻칠하는 것을 옻이 핀다고 표현하는데,

옻의 광이 시간이 지날수록 영롱하고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제주를 누리며

서울에 있을 때부터 그와 그의 아내는 제주도를 사랑했다. 제주가 너무 좋아서 1년에 4번 정도는 여행을 꼭 왔고, 직장생활의 연차는 제주도를 오는 데 다 쓸 정도였다. 여러 번 여행의 끝에 한 달 살기도 해보면서 제주도에 적응했다. 산책도 할 수 있고, 나이가 들다 보니 건강 생각도 하다 보니, 육지에 있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주를 결정했다. 당장은 아무것도 안 하고 제주도를 오롯이 즐기며, 하고 싶던 것을 모두 할 계획이다. 그렇게 제주를 즐기고 나면 공방을 차려 옻이라는 재료로 제주도에 맞는 콘텐츠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옻칠처럼 영원히 아름다운 제주가 그의 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육지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는데제주만의 색이 있잖아요바다의 옥색영롱한 빛깔에 흠뻑 빠졌습니다.

그런 제주를 충분히 즐기며 놀고제 몸과 마음을 제주로 가득 채우다 보면 새로운 작품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