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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전지적 참견 2021.11.23

당신은 대체 누구시길래. 역사와 지리, 구조, 가치… 세상에 존재하는 관점을 끌어모아 정리해 보았다. 온 힘 다해 파악하는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모든 것. 연결의 물꼬를 튼 소통은 늘 화두였다.  



 

관덕로 44 :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저벅저벅

일제 강점기부터 교통의 요충지이자 금융 및 상업 시설이 즐비한 번화가로 통하던 관덕로 주변. 원도심을 가로지른 관덕로엔 오랜 시간 제주도민의 허파였던 관덕정이 있다. 90년대까지 관덕로의 업종 중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은 금융 관련으로, 지금의 제주시소통협력센터 건물 역시 산업은행, 미래에셋대우의 자취를 거쳐 왔다. 이리 보면 당대의 가장 중요한 재산을 담아낸 자리인 셈. 그 의미를 이어받아 현재 다른 가치를 입었다. 돈과 물물의 자리는 경험과 정보, 사람으로 대치되었다. 옛 금고가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각종 주민과의 활동 사업을 모아둔 아카이브룸으로 변신한 것처럼. 



중앙로와 교차점이 되는 중앙사거리에 가까운 관덕로. 새하얀 공간은 주민의 색깔로 물들여간다.



 


이리저리, 요리조리 다르게 맛보는 공간 여행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 그리고 옥상으로 이뤄진 키다리 건물. 정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이용해 정직한 왕래를 할 수 있으나 탐험의 맛이 숨겨져 있다. 보이고 또 숨은 연결 구조가 묘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 덕분에 우연의 만남을 기대하고, 여행하는 기분도 든다. 


야외 정원을 동반한 1층의 열린 광장에서 실내의 궁금증이 더해갈 즈음, 2층의 어린이 친화공간으로 직행하는 널찍한 계단이 보인다. 3, 4층에 안배된 개방형과 구획형 사무실 사이는 보이드(void, 열린 내부 공간)를 통해 어쩌다 마주칠 층간 소통을 유도한다. 1층 질문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2층으로 통하는 뒤쪽 계단을 발견하고 좌측으론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게 분명한 아카이브룸(미래자산금고)만의 세계를 만난다. 반면, 질문도서관으로 진입하기 전 좌측의 미래자산금고를 바로 통과하면 또 다르다. 앤티크한 분위기에 취해 올라가다 끝에 닿으면, 1층 오픈 라운지를 조망하는 낮은 전망대에 오른 기분이 드니까.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여기에서 저기로 입구도 출구도 내가 내리면 그게 정의다. 자신의 동선에 따라 특별한 멋이다. 



2층으로 연결되는 이동의 역할만 한다면 섭섭한 일. 계단은 1층 소규모 광장의 행사를 관전할 벤치로도 활용된다.



19세기 응접실 같은 아카이브룸의 2층.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어디가 나올까요?



내부 계단으로 연결되는 3, 4층엔 같은 공기가 감돈다. 보이드 덕분에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


어쩌면 간혹 “여기가 어디지?” 숨은 미로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길을 잃는 법은 없다. 마치 문제 해결을 향해 진득하게 나아가는 제주시소통협력센터 같다.  


주민과 지역, 자원과의 동그라미 흔적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해온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사업은 캐내고 다르게 보고 끝없이 연결하는 반복 아래 늘 새로움이었다. 더 나은 제주를 위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며, 제주 자원을 재해석해 활용해왔다. 그래서인지, 사각 건물을 꽉 채우는 콘텐츠는 커다란 원형이 연상된다. 층별로 함께한 주민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겨진 모습은 각지지 않고 유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