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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카페 시즌2] 사회적 오지라퍼 원도심편_홍지수2021.11.10


‘톡톡카페’란?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방송으로 편성한 토크 프로그램. 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를 가지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나눴던 '찾아가는 톡톡카페'의 시즌2 방송이 돌아왔습니다! 어떠한 대가없이 더 나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오지랖을 부리는'사회적 오지라퍼'를 만나는 시간. 그곳이 어디든 톡톡카페가 만나러갑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형 음료와 가슴 따뜻해지는 재밌는 이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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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을 기록하고 있는 디자이너

홍지수 디자이너


 원도심의 노포들을 디자이너의 감각으로 기록하는 홍지수 디자이너를 만났다. 

그는 칠성로에서 자라며 원도심이 부흥하던 시절부터 점차 상권을 잃어가는 모습까지 몸소 그 흐름을 체험했다. 

상가들로 가득하던 거리가 텅 비어가는 모습을 보며, 더 늦기 전에 남아있는 노포들을 기록하기 위해 수련한가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을 순 없지만, 지금의 변화를 잘 기억하기 위해 제주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는 그를 만나본다.

#칠성로 #노포 #기록 #원도심

 마음의 고향, 칠성로

  홍지수 디자이너는 초등학교 때 제주도로 와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칠성로에서 자랐다. 제주도의 사업 자체가 제조업 베이스가 아니라서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가 자리를 잡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서울로 가게 된 그는 시간이 지나고 제주의 로컬 자산을 콘텐츠로 한 회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제주도에 돌아왔다. 이전의 자신처럼 제주도에서 디자인으로 먹고살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시 돌아온 칠성로에서, 회사 앞 오래된 양복점이 문득 그에게 영화에 나오는 멋진 테일러샵처럼 느껴졌다. 여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칠성로 곳곳, 넓게는 동문 로터리, 서문 로터리까지 오래된 가게들에 관심이 생겼고, 이 가게들이 사라진 이후 기억할 방법이 없다는 게 아쉽고 슬펐다.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살리면서 기록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수련한가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어렸을 적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많은 사람이 다니던 칠성로에서,

지금의 사람이 없는 칠성로까지 칠성로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잖아요.

그래서 이 일만큼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다,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는 마음으로 했던 것 같아요.“

 

수련한가게

 수련한가게 프로젝트는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탐구를 통해 진행되었다. 원도심에 있는 오래된 노포 5곳을 선정해 인터뷰하고, 사진, 영상으로 기록해서 50권 한정의 책으로 엮어냈다. 기록을 하면서 5곳의 노포에 사장님들이 그동안 자기 가게랑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는 말에 증명사진을 담듯이 가게와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각 가게의 사진을 인쇄해서 표지에 넣었다. 표지는 책의 얼굴인 만큼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멋지게 만들 수 있었지만, 그들이 주인공으로 느껴지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게 존재 자체가 이분들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게를 운영해서 자식들 대학도 보내셨고, 결혼도 시켰고,

평생을 함께한 인생이 반영된 곳이잖아요.”

노포 중 그의 추억이 얽힌 가게도 있었다. 도장집인 금정당의 경우 초등학교 때 통장 개설을 위해 엄마의 손을 잡고 가서 첫 도장을 만들었던 곳이다. 그가 수많은 손님 중 하나였으니 사장님께서 알아보시진 못했지만, 그대로 가게를 지키고 계심에 혼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고, 자주 찾아가서 귀찮으셨을 텐데도 사장님들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하루를 비워서 참여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하다. 기록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장님들이 매일 아침 일찍 문 열고,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는 성실함, 그런 뚝심 있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더 많이 배웠던 시간인 것 같다.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는 법

  지자체에서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젊은 친구들이 와서 다양한 활동도 많이 하고, 전시공간도 많이 생기고 있다. 원도심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활성화를 하려고 하는 노력은 너무 좋지만, 예쁜 카페나 식당 정도만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원도심에는 1970년부터 1990년대까지 제주도에서 화젯거리인 공간들이 많이 모여있었는데, 그런 부분의 고민 없이 비슷한 업종의 가게들만 들어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쾌적함을 위해 칠성로에 아케이드를 설치했는데, 그것 때문에 칠성로 2, 3층이 무너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이고, 편리해지는 것도 좋지만 원도심에 대한 정체성이 뭔지를 생각해보고, 맞게 되살리는 방법을 기획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련한가게 프로젝트는 사라지는 것을 잡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이 돌고 돌 듯, 사라져가는 것을 억지로 살리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고민이 필요하다.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잊히는 것들을 잘 기억할 수 있게 기록해서 알린다면,

저희와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찾아와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주를 기록하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했다면, 수련한가게 프로젝트는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디자인은 그가, 사진은 그의 친동생이 찍으며 가족, 친인척 손을 다 빌려서 만든 책이다. 남아있는 노포들이 그러하듯, 경제적 이익보다는 이 책을 통해 이런 활동을 하는 팀도 있구나 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리얼제주라고 불리는 원도심에서 시작한 콘텐츠를 제주 전역으로 뻗어나가, 기회가 된다면 수련한가게 프로젝트를 원도심에서 확장해 제주의 작은 동네들로 확장하고 싶다.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록하고, 제주만의 로컬 자산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풀어나가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제주도만의 로컬 자산을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죠.”